한겨레복지부, 의약정책 실패 혈세 360억 날렸다.

복지부, 의약정책 실패 혈세 360억 날렸다
의약정보시스템 졸속 추진
SDS쪽 손배소서 조정 결정

  김양중 기자  

보건복지부가 360억원이라는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삼성SDS에 물어주게 됐다.
 이는 지난 1998년 10월 복지부가 추진하던 의약품유통종합정보시스템(이하 의약정보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해 이를 맡아온 SDS쪽에 대한 배상이며, 이에 대해 유시민 복지부 장관은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정책실패에 대해 사과했다. 이에 대해 미흡한 준비 등 정책 결정 및 수행 과정에 대한 책임 규명이 필요하며, 향후 어떤 방법으로 이를 추진할 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매년 60억원씩 6년 동안 지급해야

보건복지부는 의약정보시스템을 두고 4년 넘게 벌여온 삼성SDS와의 소송에서 패소했으며, 재판부의 조정결정을 받아들여 360억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관련 소송은 2002년 6월 SDS 쪽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으며, 2003년 7월 485억원을 복지부가 배상하도록 하는 원고 일부 승소판결이 내려졌다. 이에 항소심이 진행됐으나, 올해 5월 조정결정이 내려졌고, 복지부가 이를 받아들이기로 지난 20일 결정했다. 복지부는 이 배상금을 올해부터 2011년까지 6번으로 나눠 해마다 12월 30일까지 지급하라고 결정한 재판부를 따르기로 했다.

 SDS 쪽이 이 소송을 제기한 것은 정부와 이 시스템에 대해 계약했지만, 관련 시행규칙 등의 미비로 이용 의무화가 실현되지 않아 이 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또 복지부가 이용 의무화 시행도 1년 뒤로 연기하기로 2001년 7월 결정되는 등 추진 의지를 보이지 않았던 것도 한 배경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쪽은 약값이 드러나는 것을 우려한 약품 거래상들의 참여 기피, 건강보험공단이 제약회사에 약값을 직접 지급하는 직불제 등 이용 촉진을 위한 관련 제도적·법적 조치의 부족, 운영 부실 뒤 관련 대책의 부족 등이 정보시스템이 부실 운영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송재찬 의약품정책팀장은 “당장 올해 말까지 60억을 SDS 쪽에 지급해야 한다”며 “추경이나 예비비 등에서 지급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책 실패에 대한 철저한 규명 있어야

이번 정책 실패에 대해서는 그동안 여러 차례 비판이 나왔으며, 명확한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2002년 9월 국회에서도 “복지부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이 제정되기도 전에 SDS 쪽과 계약을 체결해 혈세를 낭비하게 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그동안 병원계나 의료계, 제약업계 등 의료공급자들로부터 최소한의 합의조차 이루지 않고 정책이 추진된 점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었다.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담당은 “복지부의 의약품 정책 추진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며 “명확한 책임 규명이 있어야 하고, 제대로 된 의약품 유통 투명화를 실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쪽은 이번 재판 결과를 두고 “의약품 유통 개혁이라는 좋은 취지에서 출발한 만큼 철저히 준비돼야 했다”며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하게 돼 깊이 반성하고 있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송 팀장은 “의약품 유통의 투명화 등은 반드시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의약품 유통 도매상들의 시설 기준 강화, 의약품 전자태그 시범사업, 의약품 관련 단체들의 투명사회협약 등의 방법으로 계속 추진해 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용어설명 : 의약품유통종합정보시스템은 의약품 전자 상거래를 중개하면서 병·의원의 주문 및 재고관리, 대금정산, 거래정보관리 등으로 구성된 시스템으로 의약품 유통체계 투명화 등을 위해 1998년 10월부터 추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