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티브 반대는 압박카드, 속셈 따로 있다”
미국측, 협상 노림수 가능성…복지부 “한치 양보 없다”
[이슈분석]의약품 분야 한미 FTA 2차 협상결렬
의약품 분야와 관련된 한미 FTA 제2차 협상이 반나절만에 완전 결렬됐다.
당초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진행키로 한 협상이지만, 미국이 복지부의 포지티브 리스트 도입방침에 반발해 끝내 협상장을 뛰쳐나간 것.
첫날부터 틀어진 한미간 의약품 협상
11일 오전 9시 한국과 미국의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이 신라호텔(6층)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 대하고, 한국측이 약가 적정화 방안과 국내 건강보험정책에 대한 설명회까지 가졌다.
그러나, 미국은 반나절을 채 넘기지 못한 채 협상장에서 철수했고, 이날 오후 곧바로 정부 고위관계자를 연속적으로 만났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표면적으로 포지티브 방식 도입에 관한 미국의 불만 탓에 협상이 파행으로 치달았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미국은 포지티브를 빌미로 ‘다른 무엇’을 얻어내기 위한 고도의 전략을 쓰고 있다는 관측이다.
복지부가 ‘포지티브 사수’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는 상황에서 포지티브를 흔들어 놓음으로써 나타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포지티브 ‘압박용 카드’로 적극 활용
실제로 웬디 커틀러 미국협상단 수석대표는 지난 10일 협상에 앞서 기자브리핑을 통해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에서 포지티브 리스트 등 중요한 문제들이 다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적극적인 협상을 시사했지만, 미국측 협상단의 태도는 정반대로 나타난 때문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미국이 포지티브를 빌미로 혁신적 신약의 범위 확대, 보험등재와 가격결정에 대한 이의제기, 강제실시권 해제 등 다른 열매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즉, 포지티브를 미국이 수용하는 대신 앞서 언급한 미국의 요구를 자연스레 한국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만들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
이와 함께 자동차와 농산물 등 전체적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포지티브 방식에 토를 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측이 의약품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고 비중이 있다고 판단했다면, 이 분야의 협상결렬로 인한 여파가 다른 분야의 협상에도 여파가 미쳐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미국측은 의약품 분야 이외의 협상에는 아주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결국 포지티브 방식으로 한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지티브 반대는 표면적 이유…속셈은 따로 있다
여기에 미국이 직접 협상단과 대화채널을 가동하기보다는 통상교섭본부나 외교부 등과 긴밀히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는 것 역시 포지티브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는 것을 설명해준다.
이런 정황 때문에 정부 일각에서는 “미국이 쇼를 하고 있다”는 볼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해줄 경우 국내 제약산업은 완전 붕괴될 것”이란 우려 섞인 말도 터져 나온다.
따라서 정부가 최종 포지티브 방식의 도입을 유보하거나 연기하는 식으로 미국에게 당근을 줄 경우 오히려 소탐대실의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포지티브를 사수하겠다는 복지부의 방침이 외교부 등을 통한 미국의 우회적 압력으로 흔들릴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제3차 협상은 9월로 예정돼 있다. 복지부는 FTA 협상이 최종 결렬되더라도 포지티브만큼은 지켜내겠다는 각오다. 과연 복지부가 미국의 압력을 뚫고 이를 사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대업 기자 (hongup7@dreamdrug.com)
기사 입력 시간 : 2006-07-13 06:5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