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미군, 15세 소녀 가족 강간 학살사건 전말>
[연합뉴스 2006-07-0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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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지난 3월 이라크 마흐무디야에서 미군들이 자행한 이라크 부녀자 일가족 강간 살해 사건의 피해 여성은 15세 소녀이며, 이 소녀의 5살난 여동생도 당시 함께 살해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이들 미군은 범행후 이를 이라크 수니파 저항세력의 소행이라고 조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법무부는 3일 이들 미군중 제101공수사단 소속이었다 제대한 스티븐 그린 이등병(21)을 지난 30일 붙잡아 살인 강간 혐의로 기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다음은 3일 워싱턴 포스트와 AP의 보도를 토대로 재구성한 강간 학살 사건 전말.
◇ 범행 = 뛰어난 미모를 지닌 아비르 카심 함자(15)는 자기 마을을 드나들면서 매일 미군 검문소를 지나쳐야 했으며 곧 미군들의 눈에 띄었다.
아비르는 살해되기 수일전 그녀의 어머니 파크리야(34)에게 미군들이 자기에게 접근했다고 되풀이 해서 말하며 불안을 호소했다. 살해되기 전날인 3월 10일 파크리야는 미군들이 밤에 집으로 찾아올 까봐 겁이 난 나머지 이웃의 자나비에게 아비르를 재워 달라고 부탁했다.이에 자나비는 응했으나 정작 아비르는 이를 거절했다.
다음 날 그린과 다른 3명의 미군들은 검은 사복을 입고 아비르의 집으로 찾아갔다. 일부는 술을 마신 상태였다. 이들은 아비르를 가족들로 부터 떼어내 다른 방으로 데려갔으며, 그린과 또 다른 1명이 차례로 아비르를 강간한 뒤 그린이 총으로 쏴 죽였다. 그린은 파크리야도 강간한 후 총으로 쏘아 살해했다. 그린은 아버지 카심 함자 라헴(45)도 총으로 쏘아 머리를 박살내고, 7살 여동생 하델의 머리에도 총을 쏘아 죽였다. 이들은 증거 인멸을 위해 아비르의 시신을 불태우려 했는지 머리 카락과 베개가 불에 탔으며 시신에서 화상 흔적도 발견됐다. 이들은 범행 후 피투성이가 된 옷을 부대로 돌아온 뒤 불태웠다.
◇ 조작 = 이들 미군들은 범행 후 수시간 동안 현장을 통제하면서 주민들에게 수니파 저항세력의 소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비르 가족은 수니파여서 마을 사람들은 혼란을 느꼈다.어떤 주민들은 시아파 민병대중 범죄자들의 소행이 아닌가 여겼다.
아비르 가족의 시신은 3월 12일 병원으로 실려갔으며 그 다음날 친지라고 하는 사람이 매장을 한다며 시신들을 가져갔다. 그뒤 미군들이 병원으로 도착, 시신에 대해 묻고 시신이 없어진 것을 알고는 다음날 장례식 장소를 알아 보려 마을 일대를 뒤졌다. 그러나 보수적인 이슬람 사회에서 강간은 피해자 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어서 아비르의 친지들은 장례 조차 치르지 않았다.
◇ 조사= AP에 따르면 3개월이나 묻혀있던 이 사건은 지난달 20일 그린과 같은 부대인 502 보병 연대 소속 미군들을 상대로 ‘전투 증후군’에 대한 보고를 듣는 과정에서 튀어 나왔다.
그린이 속해있던 502연대 1대대의 크리스천 멘차카와 토머스 터커 등 두 병사는 이라크 저항 세력에게 피랍됐으며 지난달 19일 처참한 모습의 시체로 발견됐었다.
한편 법무부 발표와 군 조사 내용은 아비르의 나이와 관련해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와 차이가 있다. 포스트는 이웃 주민들의 말, 병원 기록 등을 근거로 나이가 15세라고 밝힌 반면 군은 20세 정도라고 말했으며, 검찰 기록은 그냥 ‘성인 여성’으로 밝혔다. 검찰 기록은 또 범행일도 주민들이 말하는 3월11일 아닌 3월12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 범인 주변= 그린은 이라크 주둔 101 공수사단에서 11개월간 복무한 뒤 명예 제대, 민간인 신분이어서 FBI에 의해 체포됐다. 검찰 기록을 보면 그린이 아비르의 모든 가족을 살해하고 아비르와 어머니를 강간했으며, 다른 한명이 아비르 강간에 가세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강간을 공모한 다른 두명의 역할은 아직 불분명하다.
그린은 오는 10일 노스 캐롤라이너 법정에 첫 출두한 뒤 켄터키로 이송될 예정이며, 유죄 확정시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
nhpark@yna.co.kr
“사람 죽이러 거기 갔다”
[문화일보 2006-07-3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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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소녀 강간·일가족 살해 前 미군병사::) “사람을 죽이고 싶어 이곳(이라크)에 왔다” 이라크 소녀가족 강간학살 사건의 주범으로 기소된 전 미군병사 스티븐 그린(21) 이 언론인터뷰에서 이같은 말을 했던 것으로 뒤늦게 전해져 충격 을 주고 있다.
미군 성조지의 이라크 종군 기자였던 앤드루 틸먼은 30일자 워싱 턴 포스트 일요판에 기고한 ‘스티븐 그린과의 만남’이라는 제 하의 기사를 통해 지난 2월 이라크내 미군을 취재하기 위해 바그 다드 남쪽 20마일 떨어진 마므무디야를 찾게 됐으며, 이 곳에서 101 공수사단 502 보병연대 소속 이등병이던 그린을 만나 인터뷰 를 했다고 밝혔다.
그린은 당시 틸먼에게 “솔직히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은 삶을 바 꾸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이곳에 오게 됐으며, 그래서 나 는 사람들을 죽였고 ‘무슨 일을 하든 어때’ 라고 생각하게 됐 다”면서 “ 여기서 사람을 죽이는 것은 개미를 짓밟는 것과 같 고, 마치 ‘자 피자 먹으러 가자’고 하는 것과 같다”고 태연하 게 말했다. 그린은 이라크인들을 “멋진 친구들”이라고 말하면서 도 “그러나 이들이 모조리 죽어 버려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마므무디야는 지난 3년간 수니파 저항세력과의 가장 격렬한 교전 이 이어져 ‘죽음의 삼각지대’라고 불리고 있으며, 미군들이 ‘ 전투 스트레스’를 겪기 쉬운 곳으로 알려져있다.
틸먼 기자는 그린이 마약과 술 문제가 있었고 가정도 불우했으며 경범 전과가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처음 그를 봤을 때는 그런 배경을 전혀 몰랐고, 그가 아주 드물게 솔직하게 자 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는 것.
그러나 그후 3개월뒤 그린이 세상을 경악케 한 강간 학살범으로 알려지면서 그린의 이러한 말들이 과연 무엇을 의미했었는 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틸먼 기자는 술회했다.
천영식기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