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의료개방을 굳이 요구할 필요도 없다”
심상정 의원 “정부가 이미 알아서 개방 추진”
2006-08-22 오전 11:47:29
국회 한미 FTA 특위 위원인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22일 비공개 문건인 ‘제3차 대외경제위원회 회의안건’(2004년 12월 16일)과 각종 법규를 근거로 “미국이 요구하기 전에 우리 정부가 알아서 의료개방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우리 정부가 이미 경제자유구역, 제주도특별자치도, 기업도시 등 특구지역을 통해 의료개방의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굳이 개방을 요구할 필요가 없는 상태라는 지적이다.
”특구를 서비스시장 개방의 시금석으로”
심 의원이 공개한 3차 대경위 회의안건에 따르면 “강력한 이익집단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법무, 의료, 교육, 스크린쿼터 부문에 대해서는 부문, 지역별로 단계적 개방을 추진하여 반발 완화. 전면적 개방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경제자유구역, 제주국제자유도시, 기업도시 등을 서비스시장 개방의 시금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상기 지역들에 대한 개방성과 문제점 분석을 토대로 개방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라고 명시돼 있다.
이를 두고 심 의원은 먼저 특구지역에서 의료시장과 교육시장을 개방한 뒤 특구를 점차 확대하는 단계적 개방이 추진돼 왔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하고, 따라서 미국은 굳이 의료시장 개방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는 게 심 의원의 주장이다. 의료시장은 이익집단들의 반발이 뻔한 분야이니 지역별, 단계적 개방을 추진하려는 의도가 2차 대경위 회의안건 자료에서 확인됐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관련 제도의 정비가 일관성 있게 이뤄져 온 것도 이같은 정부의 단계적 개방전략을 뒷받침했다고 지적했다. 즉 외국자본에 한해 외국인 전용 영리병원 설립 허용(경제자유구역법 제정. 2002년 12월)→외국 병원의 내국인 진료 허용(경제자유구역법 개정. 2005년 1월)→외국 병원의 영리법인화 및 내국인 진료 허용(제주도특별자치도법 제정. 2006년 2월)→외국 병원의 국내법인 합작투자 허용(경제자유구역법 개정. 2006년 7월 입법예고) 등으로 의료시장 개방을 위한 제도 정비가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결국 의료시장 개방은 이미 외국 병원이 합작투자 형식으로 국내자본 참여가 가능한 단계에까지 와 있으며, 경제자유구역 등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외국병원의 전국화와 함께 국내자본도 전국적 영리법인화의 효과를 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특구지역 밖에 있는 국내 비영리법인 의료기관과의 형평성 논란은 필연적이며, 궁극적으로 국내 의료기관의 완전한 영리법인화로 나아갈 개연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스크린쿼터 예상 피해액 1277억”
심 의원은 한편 ‘스크린쿼터 폐지가 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정부의 논리에 대해서도 “스크린쿼터가 20%로 축소될 경우 영화산업 매출액은 최대 1277억 원, 고용은 2439명이 감소하는 등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5차 대경위 안건자료(2005년 9월), 국민경제자문회의 연구용역 보고서인 ‘한미 FTA 관련 시청각 서비스 분야 개방의 영향 분석’(2005년 9월) 등을 근거로 이같이 주장했다.
이 두 자료는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라는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스크린쿼터 본연의 경제적 기능과는 별개”라며 “스크린쿼터를 통해 한국영화 시장이 확대되면 스크린쿼터 폐지로 얻는 경제적 이익보다 큰 효용을 얻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런 두 자료의 내용을 보면 결국 정부가 순수 경제논리가 아닌 다른 이유에서 스크린쿼터 축소를 진행해 왔으며 그 이유는 “미국 측의 강력한 요구”에 있다고 심 의원은 주장했다.
한편 심 의원은 “스크린쿼터 폐지에 의해 한번 무너진 영화산업은 나중에 스크린쿼터를 재조정하거나 지원정책을 강구하더라도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임경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