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싱가포르 협상에 관한 정부 설명은 거짓말”

  
  ”싱가포르 협상에 관한 정부 설명은 거짓말”  
  보건의료단체 “미국 요구 ‘약제비 적정화’ 포기하라는 것”  

  2006-08-24 오후 3:39:08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를 비롯한 여러 보건의료단체들로 구성된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24일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의약분야 별도협상에 대한 논평을 내어 “한국정부의 주장이 거짓말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미국 요구 사항은 국내 약값 정책 무력화 시도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 논평에서 “그동안 정부는 이번 싱가포르 협상과 관련해 미국이 우리의 건강보험 선별등재(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을 수용했다면서 의약품 제도 그 자체는 협상대상이 아니고 단지 세부적, 절차적 내용만이 협의의 대상이라고 말해왔다”며 “그러나 지난 21~22일 이틀간에 걸친 싱가포르 협상에서 나타난 미국정부의 요구를 보면 한국정부의 이런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16가지나 되는 요구사항을 공격적으로 제시했다”면서 “그 내용을 보면 미국정부의 요구는 사실상 한국정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미국은 의약품 등재과정의 각 단계마다 신약이 차별받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 줄 것과 독립적인 이의신청기구의 설치 및 충분한 이의신청 기간을 요구하고 있고 경제성 평가의 근거, 등재의 이유, 보험가격 설정의 근거 등을 통보해 달라는 요구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국이 미국산 신약의 혁신적 가치를 인정해 연구개발 비용을 보상해주고 의약품 가격을 결정할 때 물가인상률을 반영해 달라고까지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이런 미국의 요구는 말만 ‘선별등재 방식 수용’이지 실질적으로는 예전의 요구에서 후퇴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어 “미국이 요구한 사항의 일부라도 인정한다면 선별등재 방식 도입을 통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사실상 무력화된다”며 “그럴 경우 무늬만 선별등재 제도가 되는 것이고, 한국정부의 약가 적정화 방안은 실질적으로 포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미국이 요구하는 ‘신약의 혁신적 가치 인정’과 ‘연구개발 비용의 보상’은 현재 선진 7개국 평균 약값의 48% 수준으로 가격이 책정돼 있는 한국의 외국약품 가격을 선진 7개국 평균가격 그대로 받으라는 것이다.
  
  또 선별등재 방식을 통한 약가 적정화 방안은 약제비를 계약을 통해 줄이자는 것인데 다국적 제약사의 약값을 외국 약값대로 받으라는 것은 선별등재 방식을 포기하라는 요구와 다르지 않다고 이 단체는 설명했다. 게다가 정부에서 발표한 선별등재 방식만으로도 다국적 제약회사가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길은 충분히 열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정부와 독립적인 이의신청기구를 설치하게 된다면 선별등재 과정 자체가 무력화된다는 것이다.
  
  3차 협상에서 의약품 관련 특허 문제 본격 논의될 듯
  
  한편 이번 싱가포르 협상에서 미국 측이 의약품 특허기간 연장과 관련해서는 본격적인 요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 이 단체는 “미국정부가 특허기간 연장 문제를 협상테이블에 올려놓기 전에 아예 한국정부의 약가절감 방안 자체의 무력화를 우선적으로 시도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특허기간 문제는 앞으로 열릴 한미 FTA 3차 협상에서 미국 측이 가장 주요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정부도 22일 싱가포르 협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의약품 관련 특허 문제는 (한미 FTA 3차 협상에서) 지적재산권 분과와의 합동회의를 통해 논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약품 관련 특허 문제는 이목이 집중되는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이 아니라 지적재산권 분과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의약품 관련 제도는 사회공공제도의 핵심”이라며 “지금 진행되고 있는 한미 FTA 협상은 다국적 제약회사들에게 우리 국민의 건강을 저당 잡히자는 것과 다름없으니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양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