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시스템·원산지표시 부실…뭘 믿고 먹나?
[한겨레 2006-09-07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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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불안한 미국 쇠고기 수입재개
농림부가 지난 2003년 12월 이후 중단됐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기로 해, 늦어도 다음달 중순께는 우리 식탁에 오를 전망이다. 농림부는 7일 전문가, 생산자단체대표, 정부관계자 등 10명이 참석하는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에 관한 협의회’를 열어 이렇게 의견을 모으고, 국회에도 이런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건전문가나 수의학계 등을 통해 지적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정부가 한-미 에프티에이(FTA)를 빨리 추진하기 위해 국민의 건강 문제를 지나치게 소홀히 다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를 지적하면서 미국의 사료정책이 갖고 있는 문제와 후진적인 검역체계, 원산지 문제 등이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광우병을 일으키는 원인은 소에게 소뼈를 갈아만든 사료를 먹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1998년 소에게 소뼈 사료를 먹이는 것을 금지했는데, 여전히 닭이나 돼지에게는 이런 사료를 주는 게 허용돼 있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편집국장은 “미국 축산농가에서는 소와 돼지의 사료가 섞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이미 유럽과 일본에서는 모든 농장에서 뼈 사료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에게 닭으로 만든 사료를 먹일 경우, 닭이 미처 소화하지 못한 소뼈사료 성분이 남아있을 수도 있다. 영국에서도 80년대 후반 이런 제한적 금지정책을 도입했다가 2만7천마리의 광우병 소가 발생한 뒤 정책을 폐기했다.
미국의 검역 시스템도 부실하다. 미국은 도축 소의 1%만 광우병 검사를 한다. 일본이 24개월이상, 유럽은 30개월 이상 전체 도축소의 광우병 검사를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정부 스스로도 검역체계의 문제를 인정하고 있다. 2005년 나온 미 의회 회계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식약청이 동물사료 금지조치를 지켜야 할 업체 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1만4800개 축산 농장 가운데 2800개가 1999년 이후 한번도 검사를 받지 않았고 △이 중 400개는 규정 위반이 의심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엔 원산지표시제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이 멕시코나 캐나다에서 소를 수입해 키워도 미국에서 90일만 지나면 미국산으로 표시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광우병이 5번이나 발병한 캐나다 소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고, 멕시코 소들은 동물성 사료를 먹여 키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우리 정부도 국민들에게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가축방역협의회에 참여했던 이중복 건국대 교수는 “학자로서 (우리가 수입하기로 한) 3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가 절대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정부가 외부에서 지적한 수많은 문제들은 외면하고 오로지 수출작업장 환경 개선만을 이유로 수입을 강행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