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소, 100만원짜리 약…이래도 한미FTA 해야 하나”
의료단체ㆍ시민사회 ‘한미FTA 의료 시장화 반대’ 공동행동
박상희 기자
한미FTA 3차 협상이 9일로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지만 한미FTA를 일방적으로 체결하려는 정부를 향한 국민들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환자, 의료인,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100여명은 서울 종로 탑골공원 앞에서 <건강권을 파괴하는 한미FTA 3차 협상 중단 및 의료시장화에 반대하는 공동행동>을 갖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삼고 한미FTA를 체결하려는 정부를 강력 규탄했다.
△9일 오후 4시 환자, 의료인, 시민사회단체 100여명은 서울 종로 탑골공원 앞에서 <건강권을 파괴하는 한미FTA 3차 협상 중단 및 의료시장화에 반대하는 공동행동>을 개최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오는 10월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 시장에 진입할 것이라는 불안이 엄습해있고 또 한미FTA 주요 쟁점 중 하나가 의약품 협상으로, 의약품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되면서 의사, 약사, 노동자, 학생 할 것 없이 한미FTA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한미FTA저지 보건의료대책위 강창구 공동 집행위원장은 “지난 2차 협상 때 한국 협상단측이 포지티브리스트(의약품 선별등재방식)을 강행하겠다고 하자, 미국이 거부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던 것을 기억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미국의 계산된 행동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협상이라는 원칙이 ‘Give&Take’가 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한데, 그러나 한국은 포지티브리스트라는 빈껍데기를 주운 꼴이고, 미국이 받은 것은 신약 특허권 강화였다”고 지적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또한 “현재 노무현 대통령이 4대 선결 조건에 대해 설명해, 상황이 반전되어 국민 내 한미FTA 반대 여론이 수그러들면서 FTA 반대 운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그러나 당시 효율적으로 대처를 못했을 뿐이지, 지금이라도 우리가 한미FTA 저지에 불을 당기면 늦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 박상표 편집국장은 “8일 농림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결정했다. 노무현 정부가 생명을 담보로 위험한 도박판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광우병 걸린 소처럼 치매에 걸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내 원산지 표시제도 없고, 이력제 또한 없는 상황에서 이제 국내 소비자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피할 방법은 없게 됐다”고 우려하고, “이것만으로도 노 대통령이 치매걸렸다는 사실을 반증하며, 광우병 쇠고기를 먹어야 할 당사자는 노 대통령과, 농림부, 보건복지부 장관”이라고 못박았다.
또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황해평 부회장도 “포지티브리스트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받은 후, 한국 정부는 지난달 싱가포르 협상에서 미국의 혁신적 신약의 가치 인정, 신약의 보험가 결정 시 미국의 물가인상률 반영 등 16개 조항 요구에 한 마디로 ‘안된다’고 못하고 끌려다니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한미FTA 체결 후, 돈 없는 환자의 생명은 누가 책임지나?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길용씨는 에이즈(AISD) 환자입니다. 현재다국적 기업 약을 복용하고 있지요. 엇, 갑자기 FTA가 나타났습니다. FTA가 길용씨가 먹고 있는 약을 빼앗아버립니다. 결국 길용씨는 없는돈, 있는돈 다 털어 약을 달라고 애걸복걸 합니다. 약을 먹지 못하면 죽으니까요. 한미FTA가 체결된 뒤, 길용씨의 건강은 누가 책임지나요?”
한미FTA저지보건의료학생대책위 소속 학생들의 ‘한미FTA가 노리고 있는 한국의 약가정책의 무력화 방안’을 꼬집는 “의약품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에이즈에 걸린 환자와 약을 담보로 거래를 하는 FTA의 실상을 보여주는 퍼포먼스였다.
이어 발언에 나선 참여연대 박원석 협동사무처장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도 광우병이 걸리지 않는다고 미국 정부도 인정하고 있지 않다”면서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먹는 급식 마저 안전성이 검증되지 못한 채, 협상만 하고 있는 정부는 아직도 국민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국민 힘이 한 데 모여야 한미FTA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 뒤, “현재 노무현 정부가 겁도 없이 한미FTA를 추진하려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그것은 다름 아니라 국회 비준에 대한 자신감에서 시작된 것이다. 한미FTA를 체결한 후, 한국으로 가져와 국회가 비준을 할 것이기 때문”이라며 “우리 국민이 직접 나서 노무현 대통령 규탄만이 아닌 ‘국회 비준권한을 국회의원들에게 맡길 수 없다’고 하는 국회를 향한 회초리를 날려야 한다”고 밝혔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이날 참석한 300여명의 보건의료인,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결의문을 통해 “한미FTA가 체결되면 자신의 사회제도에 의해 영업이익이 침해당하는 민간보험회사들과 제약회사들은 그 어느 때라도 사회공공제도를 국제중재재판에 제소할 수 있게 되며, 우리나라의 의료 제도와 건강보함제도는 기업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그 공공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영리병원의 허용은 곧바로 의료비의 폭등으로 귀결될 것”이라며 “국내 기업의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재경부의 경제자유구역법 재개정안은 국내의료비를 폭등시킬 것은 물론 한국의 의료제도를 부자들의 의료제도와 빈자들의 공보험제도로 양분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후 6시 공동행동을 마친 이들은 “건강은 상품이 아니다”, “의료제도는 기업의 이익을 위한 흥정과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외치며 거리행진을 통해 미대사관으로 향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