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보건의료단체들, 약제비적정화방안에 대한 의견서 제출

보건의료단체들, 약제비적정화방안에 대한 의견서 제출  

약제비적정화방안, 성공적 도입 위해선 대폭 수정되어야  
  

김삼권 기자 quanny@jinbo.net / 2006년09월26일 19시09분  

보건복지부의 의약품의 건강보험 선별등재방식(포지티브리스트) 도입을 골자로 한 약제비적정화방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가운데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한국백혈병화운회, HIV/AIDS인권연대나누리+ 등 보건의료․환자단체들이 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공고한 약제비적정화방안 입법예고안에 대한 의견서를 발표했다.

그간 보건의료단체들은 선별등재방식(포지티브리스트) 도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해왔으나, 약가거품을 없애기 위해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내용들을 법안에 반영할 것을 요구해왔다. 단체들은 이번 의견서에서 △신약 이외에 건강보험 기등재 의약품에 대한 등재목록 정비 △외국의 약가 비교 시 실거래가 조사 후 반영 △복제약의 건강보험 등재 시 상한금액 재조정 △혁신적 신약 규정 폐기 등 현 약가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항생제 등 기등재 의약품도 ‘포지티브리스트’ 적용해야

우선 보건의료단체들은 정부의 방안이 신약 이외에 기등재 의약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운영방식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신약에만 선별목록제도를 운영하는 방식으로는 현재의 늘어나는 약제비 지출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없다”며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약제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등재 의약품에 대해서도 선별목록방식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약제비적정화 방안을 통해 신약에 대한 포지티브리스트 도입을 밝히고 있지만, 2만564개 품목에 달하는 기등재 의약품에 대해서는 이미 보험에 등재된 것으로 간주하고 2011년까지 등재여부를 검토하겠다고만 했을 뿐 목록정비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단체들은 “2011년까지 기등재 의약품에 대한 목록정비를 완결하려면 지금부터 목록정비에 관한 계획이 나와야만 실행가능하다”며 “보건복지부에서 연구용역을 통해 나온 결과와 스웨덴의 경우를 참조하여 10월부터 실시되는 선별등재목록 실시에 신약과 더불어 건강보험재정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항생제부터 평가를 통한 목록정비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 2002년부터 포지티브리스트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스웨덴의 경우 한국과 마찬가지로 신약부터 제도를 시행했지만, 모든 의약품에 대해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토대로 현재 목록정비가 진행 중이다. 또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등재의약품의 포지티브리스트 작성 시 효능에 따라 의약품을 분류한 후 비용을 많이 차지하는 순으로 목록을 작성하는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약가비교, 실거래가로 현실화해야

이어 보건의료단체들은 신약의 가격결정과 약가 재평가 시 한국과 비슷한 경제수준의 나라들을 설정해 실거래가를 조사, 비교해 산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한국에서 판매되는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폐암치료제 이레사 등의 약가는 미국에서 실제로 거래되고 있는 가격보다 크게 부풀려 있다. 이는 현재 약가결정 시 한국과 경제수준이 크게 차이가 나는 A7 국가들의 약가를 참조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결정의 구체적 근거로 삼고 있는 각 국가들의 약가 책자 자체가 실제 거래가를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의 약가를 참조할 때 ‘레드북’이라는 약가기준 책자를 결정의 근거로 삼고 있지만, ‘레드북’은 미국정부가 고시한 금액이 아니라 제약회사가 임의로 가격을 제출한 것을 참조하여 만든 약가 책자이기 때문에 실 거래가를 제대로 반영하기 힘들다. 보건의료단체들은 “미의회 예산국 보고서(Congressional Budget Office)에 의하면 실제 미국 연방정부에서 수행하는 프로그램에서의 의약품 가격은 레드북 책자 가격보다 41-79% 정도 저렴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복제약 인하, 복제약 사용 확대 유도해 보험재정 안정 제고”

보건의료단체들은 이번 입법예고안이 특허가 만료된 신약의 복제약의 가격 재조정시 ‘1개 제품만 등재되어 있는 경우 등재된 제품 상한금액의 64%’로 가격을 설정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56%로 낮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2개 제품이상 5개 제품이하 등재되어 있는 경우에도 상한 금액의 인하를 요구했다.

이들은 “동일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전제로 오리지날 신약(특허만료의약품)과 복제약의 가격차이가 크지 않을 경우 의사의 처방 내지 환자들의 약에 대한 선택 시 오리지날 신약에 대한 선호가 더욱 심화될 것이므로 오리지날 신약과 복제약에 대한 가격차를 크게 함으로써 복제약의 사용을 확대해야한다”며 “복제약의 약가를 인하시키면 복제약의 사용 확대로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과 보험재정의 안정을 제고할 수 있으며 기등재품목 전체에 대한 형평성 및 보험재정의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혁신적 신약’, 일부신약에 시장진입 특권적 지위 부여”

보건의료단체들은 이와 함께 미국과 다국적제약회사들이 요구로 논란이 되고 있는 ‘혁신적 신약’ 규정과 관련해 “혁신적 신약에 대한 개념이 모호한 상태에서 일부신약에 대해 가격 및 시장진입의 특권적 지위를 부여하는 혁신적 신약 규정은 폐기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에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약제비 적정화방안에는 혁신적 신약에 대한 개념과 기준이 정리되어 있지는 않지만,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 제약사의 요구에 의해 현재는 약가 산정 시 혁신적 신약의 지위를 인정하고 있는 중”이라고 지적하며 “정부가 기존 제도가 갖고 있던 불합리하고 개념도 모호한 혁신적 신약이라는 개념을 새로운 약제비적정화 방안에서는 수용하지 말라”고 제안했다.

보건의료단체들은 “혁신성의 기준은 임상적인 효용성 뿐 아니라 경제성이 동시에 고려되어야 하고, 경제성 측면만 보았을 때 제너릭 제품도 가격 면에서 충분히 혁신적 일 수 있다”며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 약제를 평가함에 있어 경제성 평가가 필수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므로 혁신적 신약이라는 정의를 할 필요성이 없어진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단체들은 이외에도 새로운 약가제도 정착을 위한 추가 의견으로 △강제실시권의 적극적 행사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가격-수량연동 제도 도입에 따른 후속 조치 마련 △지불제도 개선 △의약품 사용량 관리방안 수립 △총액예산제 도입을 촉구하는 한편,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비롯한 건강보험 관련 제도의 한미FTA 연계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