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만 국민에게 광우병 쇠고기를 먹일 셈인가”
미국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보건의료인 1174명 시국선언
박상희 기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임박해오자 광우병 위험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이 점점 배가되고 있다.
ⓒ민중의소리 정택용 기자
조만간 아이들이 먹는 학교 급식, 사내 식당, 일반 식당 등 곳곳에 포진할 미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위험성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의 보고서에 따라 소의 광우병은 종간장벽을 뛰어넘어 인간에게 ‘인간광우병’을 유발시키고, 또 인간광우병 치료를 위한 치료약도 전혀 개발되지 못한 현 시점엔 발병시 100% 사망이라는 공포만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 정부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을 근거로 30개월 미만의 소를 미국으로부터 수입하기로 했으며,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알려진 30개월 미만의 소에서 발견된 광우병만 해도 24건(영국 19건, 일본 2건, 독일 2건, 폴란드 1건 등).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는 자체 검사로 30개월 미만의 소가 안전하지 못하다고 판단, 20개월령 이하의 소를 수입하기로 했으나 이 역시 자국내에서는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30개월 미만의 소, 뼈가 제거된 골격근육으로 한정했지만 최근 일본에서는 “뼈를 발라낸 살코기에서도 광우병 프리온이 있다”라는 조사가 발표됐다.
올해 1월 일본정부가 OIE에 제출한 공식문서에는 “광우병 감염 소의 근육을 접종한 10마리의 쥐 중 1마리에서 광우병 병원체의 축적이 확인됐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농림부는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라도 살코기에서는 광우병 병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이에 27일 오전 10시 30분 미 대사관 앞에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반대하는 보건의료인 1174명 시국선언이 발표됐다.
△27일 오전 10시 30분 미 대사관 앞에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반대하는 보건의료인 1174명 시국선언이 발표됐다. ⓒ민중의소리 정택용 기자
의사 207인, 수의사 111인, 치과의사 221인, 약사 344인, 한의사 144인,보건의료학생 및 보건의료종사자 147인 등이 참여한 이날 시국선언은 “광우병 위험에 노출된 미국산 쇠고기를 다시 수입하려는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노무현 정부는 전 국민을 광우병의 위험에 몰아넣고 한국의 식탁에 광우병 위험 인자를 들여놓는, 역사상 끔찍한 정책 실패를 자초한 정부로 기록될 것”이라고 규탄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정범 공동대표는 “노무현 정부의 불필요한 정책으로 인해 이렇게 생업을 접고 길거리로 나와 기자회견을 가진 것도 벌써 세 번째다. 참담한 심정”이라면서 “현재 정부는 4천만이라는 국민을 대상으로 ‘인간광우병’ 실험을 실시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미 쇠고기가 광우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증거를 쌓아놓고 수입을 재개해서는 안된다고 지속적으로 정부에 요구했지만 되돌아 오는 답변은 여전히 같다”며 “더이상 정부에게 항의하는 것에 지쳐, 이렇게 길거리로 나와 국민에게 광우병의 심각성을 호소할 수 밖에 없었다”고 기자회견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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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홍하일 대표도 “의료 대재앙 세가지 중 하나가 ‘광우병’인데, 현재 발병 수준, 대상 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소를 우리에 가둬 항생제나 호르몬제 등을 주사하면서, 인간의 건강이 아닌 자유무역이라는 미명 하에 광우병을 퍼뜨리려 하고 있다”며 “미국에 의한 광우병은 전세계로 확산될 것이며, 현재 한국은 미국을 거들어 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난했다.
가천의대 임 준 예방의학교수와 전성원 치과의사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경고하는 보건의료인 선언문>을 통해 △ 한국 정부의 쇠고기 수입 조건인 ’30개월령 미만의 뼈가 제거된 골격근육’은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근거가 없고 △올해 3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광우병 발생이 확인된 미국은 결코 광우병 안전지역이 아니며 △미국산 쇠고기가 국산으로 둔갑할 경우가 다분한, 한국의 쇠고기 유통체계 마저 소비자의 최종 선택권을 박탈하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임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어 이들은 정부에 ‘사전예방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사전예방의 원칙은 사람이나 환경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면 그 인과관계가 충분히 밝혀지지 않더라도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 원칙은 지키면 좋고, 지키지 않으면 그만인 원칙이 아니라 수많은 소중한 인간의 생명을 댓가로 확인한 원칙”이라고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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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09월27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