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미래, ‘이레사’의 혁신적 신약 논란
한일 보건의료 단체들 ‘혁신적 신약 아니다’ 한 목소리 주장
라은영 기자 hallola@jinbo.net / 2006년10월16일 18시43분
한미FTA 의약품 작업반에서 미국 협상단은 한국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수용한다는 명목을 전제로 미국의 ‘혁신적 신약’의 범위 확대를 포함한 16가지의 요구 사항을 한국 협상단에 전달, 협상이 현재 진행중이다.
현재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 아스트라제네카 제약회사의 ‘이레사(Iressa)’는 한미FTA를 둘러싼 논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가 주창하는 혁신적 신약의 허구성과 이들이 ‘누구를 위해 약을 생산, 판매 하는가’를 분명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일보건의료단체들, “이레사 혁신적 신약이 아니다”
한일 보건의료단체들은 16일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한국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레사’가 혁신적 신약이 아님을 주장했다.
보건의료 단체들은 ‘이레사’는 “이미 다국적 제 3상 임상시험에서 실패한 약제로 미국 FDA, NCCN 모두 급여 범위 제한 조치를 단행한 바 있고 유럽에서는 시판 허가조차도 되지 못한 약제“임을 예로 들었다.
이어 “동일 효능 및 약물기전을 가진 타쎄바와 비교했을 경우에도 이레사는 그 효능 면에서 상대적인 우월성을 확인하기 어려운 약제”임을 설명하며 “동양계인 일본에서도 치명적인 부작용 사례가 발표됐고, 인종적 특이성, 특히 동양계에 대해서도 확증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변진옥 건강사회위를위한약사회 정책위원은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레사의 효과가 확인되지도 않은 상태에서도 동양인에게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며, 타겟팅을 통해 혁신적 신약 승인을 받으려 하고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이어 ‘바이딜’이라는 약이 고혈압 치료제로 허가를 받지 못하자, ‘아프리카에서는 효과가 있다’는 타겟팅을 통해 승인을 받았던 사례를 들었다.
이미 보건의료 단체들은 정부의 약가인하 조치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한 아스트라제네카에 대응하여 제 3자 소송을 제기, 현재 진행중이다. 보건의료단체들은 “약은 유효성과 안전성에 근거하여 그 가치가 평가되어야 하며, 약값은 합리적으로 평가된 약의 가치에 근거하여 결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번 소송 과정을 통해 이레사 혁신적 이라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인지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고 역설했다.
아직 논란중인 약효.. 계속된 검증 실패
이레사는 미국에서는 한 정에 37,966원에 공급된다. 한국에는 거의 두 배에 육박하는 62,010원에 판매된다. 그러나 ‘이레사’는 혁신적 신약으로 임상학적 결과도 확인되지 않는 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레사’를 판매하는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약가인하행정처분취소및집행정지가처분신청 소송을 제기했고, 행정법원은 보건복지부의 약가인하 조치 집행을 정지하라는 결정을 내리며 다국적 제약회사의 손을 들어 준 바 있다.
보건의료단체들은 이레사의 한국 가격이 비싼 이유에 대해 ‘신약 약가협상과 약가 재평가 시 약가산정기준이 실제 약가를 반영하지 못하고, 높게 책정된 선진 7개국(A7) 가격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며 약가거품을 비판했다. 바로 한미FTA 의약품 작업반에서 논의되고 있는 내용의 전말이다. 미국 협상단이 요구하고 있는 ‘혁신적 신약’ 범위 확대와 ‘특허’기간 연장의 요구 그리고 약값의 A7 평균 가격을 도입하라는 주장 모두 이 경우에 해당된다.
그러나 신약 논쟁에 앞서 폐암 치료제인 ‘이레사’의 효력에 대한 논쟁이 아직도 진행중이란 점이 ‘혁신적 신약’의 논리적 모순을 보여준다.
한국의 경우 ‘이레사’는 지난 2003년 의약품 재심사를 1년 동안 집중적으로 실시하여, 일본에서 심각한 부작용 사례로 드러났던 간질성 폐염 등 심각한 이상 반응의 발생률을 조사할 것과 제 3상 임상실험결과를 제출할 것을 전제로 ‘혁신적 신약’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과거 항암치료를 받은 적 없는 폐암환자 21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3상 시험 결과 항암반응률, 생존기간 등을 증가 시키지 못했다. 또한 1,692명의 다국적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ISEL 임상 시험에서도 ‘이레사’가 대조군에 비교해 생존기간에 유의미한 차이를 입증하는데 실패했다. 말 그대로 임상 시험 결과 그 어떠한 혁신성도 검증되지 못한 상황이다.
물론 미국에서는 2상의 임상시험으로 10%의 암종괴(tumor)의 크기 감소를 보여주기도 했으나 직접적인 증상의 개선, 생존 연장이나 삶의 질 과 같은 직접적인 효용지표로 약효를 입증하지 못했다. 암의 크기가 줄어든 비율은 대리지표 일 뿐 ‘이레사’를 사용해 완치된 예는 하나도 없는 실정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에서도 ‘이레사’가 승인될 당시 미국의 시민단체인 퍼블릭 시티즌이 강력히 반발하며, 미국인 대상의 첫 번째 임상 조건이 경증의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과, 위약군도 없었으며, 이레사의 효과와 다른 의약품(환자들이 먹고 있었을지도 모르는)의 효과가 분리되지도 않았다며 승일 조치를 비난한 바 있다.
캐나다도 2005년 이레사 적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고, 2006년 6월 5일 제한 조치를 더 강화해 이레사로 진전을 보이고 있는 환자 또는 이전에 두 종류의 화학적 요법이 실패한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도록 지시했다.
‘이레사’ 부작용 간질성 폐질화..일본에서만 1,631명 중 643 명이 사망
특히 기자회견에 참석한 로쿠로 하마(Rokuro Hama) NPOJIP 대표는 일본에서 드러난 심각한 부작용 사례를 들며 ‘이레사’의 혁신성의 허구를 꼬집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02년 2월 신청서를 제출해 5개월 만인 7월 16일 ‘이레사’가 시장에 출시됐다. 그러나 불과 몇개월 만에 이례사를 사용한 7000명 중 2002년 10월 15일 간질성 폐질환 부작용으로 26건이 발생, 이 중 사망이 13건으로 일본내 의약품 안전성 논란을 일으켰고, 2003년 1월 중대한 약물 유해 반응을 확인했다. 2006년 4월 현재 간질성 폐질환 1,631 사건 중 643건이 사망 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냈다. 로쿠로 하마 대표는 일본 후생성도 ‘이레사’의 부작용을 인정하고 시판 중지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는 일본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한 한일 보건의료 단체들은 “반응성이 확인되지 않은 근거만을 가지고 유독 한국에서만 혁신성을 주장하는 것은 제약사의 이윤만을 담보하자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비윤리적 행위”라고 비판하며 “‘이레사’의 혁신성 불인정 조치를 포함해 제한된 사용 가이드를 마련해 폐암환자들의 생존과 안전성을 보장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정부 당국의 조치를 강력히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