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불협화음 안 나게”…정부 ‘FTA 몸사리기’ 완연. 한미FTA 4차협상 ‘북핵’-'美선거’로 우리입지 좁아

  ”불협화음 안 나게”…정부 ‘FTA 몸사리기’ 완연  
  [한미FTA 4차협상 전망] ‘북핵’-'美선거’로 우리입지 좁아  

  2006-10-20 오후 6:48:37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차 협상이 오는 23일부터 닷새 간 제주도에서 열린다.
  
  북한 핵실험으로 한미 양국의 움직임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개최되는 이번 협상은 ‘상품 양허안’과 ‘서비스·투자 유보안’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비교적 ‘가벼운’ 수준에서 전개될 전망이다.
  
  특히 우리 측 협상단은 이번 4차 협상에서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몸을 사릴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핵실험의 여파로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협상에서 한미 양국 협상단 간에 자칫 2차 협상 때와 같은 불협화음이 나게 되면, 국내 정치권은 물론이고 미국 정부와 의회로부터도 ‘한미동맹 관계에 균열을 내려는 것이냐’라는 식의 질타를 당할 수 있다는 정치적 부담을 우리 정부가 느끼고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 “4차 협상의 초점은 상품 양허안”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4차 협상에서는 상품에 대한 관세 양허안의 골격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전체 협상의 진전을 유도할 것”이라며 “핵심 쟁점들을 제외한 이견사항들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내 5차 협상부터는 핵심 쟁점의 타결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 부총리는 이어 “서비스·투자 유보안에 대한 협상은 양국의 세부적인 유보내용을 보다 명료화하는 작업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정부가 개성공단산 상품의 한국산 인정, 미국의 반덤핑관세 발동요건 완화 등 미국 측 협상단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우리 측 핵심 요구사항들에 대한 논의는 12월로 예정된 5차 협상으로 넘겨 이번 4차 협상에서 ‘잡음’이 일어날 소지를 최대한 줄이는 한편, 양국 간에 이견이 있지만 핵심 쟁점이 아닌 사항들에 대해서는 이번 협상에서 대부분 타결해 ‘한미 FTA 성공’의 분위기를 최대한 띄워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한미 FTA 4차 협상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 의회 의원들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자국의 상황을 빌미로 미국 측이 다수의 구체적인 요구사항들을 내밀고, 우리 측은 쌀시장 개방 문제 등 국내적으로 정말로 민감한 사안이 아 니라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해줌으로써 ‘순탄한’ 협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이번 협상에서는 상품무역 분과, 투자 분과, 서비스 분과, 금융서비스 분과의 협상이 총 협상기간 5일 가운데 4~5일 간 지속된다. 이밖에 양국 협상단 간에 논의돼야 할 사안이 상대적으로 많은 원산지·통관 분과, 지적재산권 분과와 의약품·의료기기 협상반의 협상도 4~5일 간 지속될 예정이다.
  
  분과별 협상 일정을 보면 상품 분야에서는 상품무역 분과가 23~26일, 농업 분과와 섬유 분과는 23~25일에 협상이 열리고, 자동차 작업반은 23~24일,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은 23~26일에 협상이 개최된다. 투자·서비스 분야에서는 투자 분과와 서비스 분과가 23~26일, 금융서비스 분과는 24~27일, 통신·전자상거래 분과는 23~25일에 열린다. 기타 분야에서는 위생검역(SPS) 분과는 27일, 기술표준(TBT) 분과는 26~27일, 경쟁 분과는 25~26일, 지적재산권 분과는 23~25일, 노동 분과는 25~27일, 환경 분과는 23~25일, 분쟁해결·투명성·총칙 분과는 23~24일에 각각 열린다. 정부조달 분과의 협상은 지난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미 진행됐다.
  
  이번 4차 협상을 위해 우리 측은 250명 규모의 협상단을 꾸렸다. 미국 측에서는 80명 규모의 협상단이 온다.
  
  미국 중간선거와 북한 핵실험으로 우리 측 협상입지 좁아져
  
  이번 4차 협상에 영향을 미치게 될 가장 큰 요인은 협상 내부의 요인들이 아니라 ‘핵실험을 둘러싼 북한과 국제사회의 작용·반작용’과 ’11월 중순에 개최될 미국의 중간선거’ 등 협상 외부의 요인들이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 측 협상단은 11월 중순에 개최될 예정인 미국 중간선거를 의식해 1~3차 협상에서보다 더 강한 목소리로, 더 구체적인 요구사항들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미국 측에 대응해 우리 측도 똑같이 공세적인 입장을 취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 내에서 북한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한미 FTA 협상을 꼭 성공시켜야 한다는 ‘안보연계론’이 그 어느 때보다도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권오규 부총리는 20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한국능률협회가 주최한 최고경영자 조찬회에서 “북한 핵실험 이후 한미 FTA는 더욱 중요해졌다”면서 “한미 FTA는 국내 외국인투자의 이탈을 방지하는 등 외국인투자의 안정성 확보 및 한미 동맹관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측의 이런 국내적 분위기를 미국 측은 이번 4차 협상에서 최대한 이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이번 협상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 의회 의원들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자국의 상황을 빌미로 미국 측이 다수의 구체적인 요구사항들을 내밀고, 우리 측은 쌀시장 개방 문제 등 국내적으로 정말로 민감한 사안이 아니라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해줌으로써 ‘순탄한’ 협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제프리 존스 ‘미래의 동반자’ 이사장도 19일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주최로 열린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한미동맹 관계가 더욱 공고해지면서 한미 FTA 협상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일각에서는 북한 핵실험으로 인해 한미 FTA 협상에서 안 그래도 열세에 있는 우리 측 협상단의 협상입지가 더욱 좁아졌으며, 따라서 이 국면이 지나갈 때까지 한미 FTA 협상을 일시적으로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20일 CBS 라디오 <뉴스레이다>에 출연해 “정부가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 온 개성공단 상품의 한국산 인정은 우리 측의 핵심적인 요구가 아니었느냐? 그런데 지금 미국 측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 폐지를 거론하면서 사실 우리 측의 핵심 요구를 우리가 원천적으로 제기할 수도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놨다”면서 “북핵 문제가 진정돼야 최소한 개성공단 협상 카드라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핵 문제가 진정될 때까지 FTA 협상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차 협상의 쟁점은?
  
  이번 4차 협상에서 가장 큰 진전을 보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과는 상품 분야의 분과들이다. 상품무역 분과의 경우 우리 측은 지난 3차 협상에서 미국 측 양허안의 개선을 요구했고 미국 측은 이미 당시에 미세하게 조정된 수정 양허안을 제시한 바 있다. 농업 분과에서는 미국 측이 우리 측에 양허안의 개선을 요구했고, 우리 측은 얼마 전 민감성이 덜한 품목을 중심으로 양허 수준을 높인 수정 양허안을 만들었다. 섬유 분과에서는 우리 측의 양허안 개선 요구에 대응해 미국 측이 이번 협상에서 수정 양허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협상 분야별로는 한미 양국 협상단이 지난 1~3차 협상과 분과별 별도협상을 통해 상대방 국가의 제도 및 법령과 상대국 협상단의 입장이 정확히 파악된 사안들을 중심으로 이번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상품 분야에서는 △내국민 대우에 대한 예외조항의 도입 여부 △미국산 제품에 대한 조정관세의 배제 여부 △우리 측 자동차 세제의 개편 △관세환급의 금지 여부 △미국 측 물품취급 수수료 및 항만유지 수수료의 폐지 여부 △TRQ(저율관세수입물량) 제도의 엄격화 여부 △농산물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의 도입 여부 △섬유 세이프가드의 도입 여부 △섬유 원산지 기준 △개성공단산 제품의 원산지 문제 △반덤핑 판정 요건의 엄격화 △다자간 세이프가드 발동 시 상대국 배제 여부 △한국 측 건강보험의 약값 적정화 방안 등이 주요 협상쟁점이다.
  
  서비스·투자 분야에서는 △미국 측의 항공·해운서비스 유보 여부 △전문직종 자격증의 상호인정 여부 △전문직 비자 쿼터의 배정 여부 △미국 주정부 조치의 구체적인 기재 여부 △일시입국의 원활화 여부 △우리 측 법률·회계·통신시장의 개방 여부 △우리 측 우체국 택배의 금지 여부 △우리 측 우체국 보험서비스에 대한 규제 강화 여부 △우리 측 방송에 대한 외국인투자 지분 제한의 완화 여부 △투자, 서비스, 금융서비스에서 최혜국대우 부여 범위 △외환위기에 대비한 일시적 세이프가드 조치의 도입 여부 △투자자-국가 소송제 적용 대상의 제한 여부 △국경 간 금융서비스 공급의 허용 범위 △신금융서비스의 허용 범위 △통신서비스 기술 선택 자유의 인정 여부 등이 쟁점이다.
  
  기타 분야에서는△저작권 보호기간의 연장 여부 △미국 측 재벌 관련 문안의 삭제 여부 △의약품 허가와 특허권 허가의 연계 문제 △노동 관련 공중의견제출제도의 도입 여부 △정부조달 입찰 참가조건의 완화 여부 △법령 개정 절차의 투명성 강화 등이 쟁점이다.  
    
  노주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