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은 이미 광우병에 걸렸을지도 모른다”
김선미 의원 ‘광우병 위험 美쇠고기 1만8천톤 국내유통’
2006-11-20 오후 6:44:27
2003년 12월부터 광우병 위험으로 수입이 금지된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금지 기간 중에도 국내에 대량으로 유통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의 김선미 열린우리당 의원은 20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과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02~2006년의 쇠고기 수입·검역 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금지된 2003년 12월 이후 국내에 유통된, 특정위험물질(SRM)로 추정되는 미국산 쇠고기(또는 뼈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1만8000여 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소의 뼈 부위와 소의 뇌, 눈, 척추, 편도, 장, 장간막 등 특정위험물질(SRM) 부위는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부위다. 최근에는 살코기도 광우병 감염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9월 11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을 재개했으나, 쇠고기 뼈 부위나 SRM 부위에 대한 수입은 아직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는 문제 없을지 몰라도…
김선미 의원이 지적한 1만8000여 톤의 국내유통 미국산 쇠고기는 대부분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진 2003년 12월 23일 직전에 검역을 통과한 것이다.
김선미 의원 측은 “2003년 12월 23일 이전에 검역을 마친 쇠고기와 그 부산물 1만8000여 톤이 보세창고에서 광우병 파동이 잠잠해지길 기다리면서 보관되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 소머리, 창자, 뇌하수체, 소눈 등 SRM 부위가 대부분인 1004톤이 2004~2006년에 국내로 풀렸고, 뼈째 절단돼 판매되는 갈비 등 뼈 있는 쇠고기만 해도 1만7000톤이 국내로 유통됐다”고 밝혔다.
업체별로 보면, 소 머리고기 전문 수입업체인 D사는 2003년 12월 15일 검역이 완료돼 보세창고에 보관 중이던 미국산 소 머리고기 25톤을 같은 달 26일 국내로 반입해 유통시켰다. 급식업체인 H사와 O사도 각각 보세창고에 보관 중이던 소 창자 부위 67톤과 9톤을 2004년에 국내로 반입해 유통시켰다.
국제통상에 정통한 송기호 변호사는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지기 전에 이미 검역을 통과한 수입 쇠고기가 국내에 유통되는 것은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을 것”이라면서 “수입금지 조치는 검역 단계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선미 의원 측은 “관세청과 농림부가 문제의 미국산 쇠고기는 수입중단 조치가 내려지기 전에 수입돼 검역이 끝난 것이기 때문에 수입중단 조치 이후에 유통됐다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국민건강에 대해 너무나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현행법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해도 국민들의 건강에 해를 입힐 것이 예상된다면 이미 검역을 마친 쇠고기라도 유통을 막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쇠고기 유통업체는 대부분 급식업체
하지만 미국계 할인매장 운영업체인 C사의 경우는 법을 위반한 것이 확실하다. 미국산 가공 쇠고기 550kg에 대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금지된 후인 2003년 12월 30일에 검역을 받고, 2004년 1월에 이를 국내에 유통시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선미 의원 측은 “정말로 화가 나는 것은 미국산 쇠고기를 국내로 반입해 유통시킨 수입업체들이 대부분 우리 아이들과 일반 회사원들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급식업체들이나 이들 급식업체에 식자재를 제공하는 유통업체들이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김선미 의원 측은 또 미국산 쇠고기가 분말 형태로 라면 스프나 조미료 등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0.01g만 섭취해도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 SRM 부위와 SRM이 포함됐을 것으로 의심되는 쇠고기 부분을 우리들이 이미 먹은 것이 문제”라면서 “이미 국내에 광우병에 걸린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광우병 위험 쇠고기 회수해 폐기한다더니…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 파동이 났던 2003년 말에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금지함과 동시에 ‘이미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쇠고기 특정위험물질(SRM) 부위도 회수하기로 한 바 있다.
농림부는 2003년 12월 27일 ‘미국산 수입 쇠고기 SRM 회수 및 폐기·반송 결정’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정부는 12월 27일 미국의 광우병 발생이 사실상 확인됨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 제품을 수입 금지하고, 시중에 유통 중인 특정위험물질(SRM)에 대해서는 수입판매업자로 하여금 이를 회수해 반송 또는 폐기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하지 만 2004년 ‘미국산 쇠고기 SRM 관련 제품 시중유통 방지 결과보고’라는 제목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내부 문건에 따르면 2004년 8월 현재 시중 유통단계에 있는 미국산 쇠고기 SRM 물량은 겨우 152톤이었고, 이 가운데 회수·폐기된 물량도 고작 31톤뿐이었다.
김선미 의원 측은 “광우병에 걸렸을 위험성이 0.01%라도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1만8000여 톤이나 국내로 반입됐는데 당국의 관리물량이 152톤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산 쇠고기가 국산·호주산으로 둔갑해 팔려나갔을 것”
▲ 관세청 통관지원국이 지난 17일 김선미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관세청은 2003~2006년 미국산 쇠고기의 원산지를 호주나 필리핀 등으로 잘못 기재했다가 나중에 바로잡았다. ⓒ 프레시안
김선미 의원 측은 “2004년과 2005년 사이에 국내에 유통된 미국산 쇠고기들은 호주산과 국산으로 둔갑돼 국민들에게 팔려나갔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김선미 의원 측은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관세당국은 ‘품명’이나 ‘원산지’를 잘못 기재한 것이라고 해명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하지만 1000건도 넘는 사례를 모두 ‘전산오류’라고 주장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김선미 의원 측은 정부의 수입 쇠고기 원산지에 대한 관리가 엉망이란 점도 지적했다.
관세청 통관지원국이 지난 17일 김선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2년부터 현재까지 수입 쇠고기의 원산지 표기가 잘못된 건수는 무려 140여 번이었다. 이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가 호주산이나 캐나다산 등으로 잘못 표기된 경우가 30건 이상이었다.
김선미 의원 측은 “국내 대기업인 S사와 L사가 구축·관리한다는 수입검역 및 관세 데이터 시스템도 오류투성이”라면서 “우리 측에서 자꾸 자료를 요구하자 관세청은 수출입 통계에 대한 인터넷 홈페이지 서비스를 중단하기까지 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11월 19일 오후 2시 46분, 관세청 홈페이지는 수출입 통계에 대한 정보 제공을 중단하고 있었다.
노주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