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법 국회 통과…”해체될 여당의 마지막 패악질”
직권상정 일사천리…민노 “직권상정 날치기 통과 규탄”
2006-11-30 오후 3:57:06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하다. 재벌에게는 그렇게 약하게 하더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지금 뭐 하는 짓인가. 이것이 노무현 정부의 말로가 될 것이다.”
여야 의원들이 직권상정으로 비정규직법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하는 동안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절규했다. 30일 국회는 논란을 거듭하던 비정규직 관련 3개 법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처리했다.
”힘 없는 노동자들에게만 당당한 여당이냐”
이틀 째 법사위 회의실을 점거하고 있던 민노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표결 진행 저지에 나섰지만 9명의 의원들과 “비정규직법 날치기처리 규탄한다”는 플래카드 한 장으로 여야의 직권상정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단병호, 심상정 의원이 임채정 국회의장의 의사진행을 적극 저지하려 했지만, 열린우리당 선병렬, 오영식 의원 등에게 가로막혔다. 임 의장도 “소란을 피우지 말고 자리에 들어가 앉으라”고 응수했다.
한나라당과 비정규직법안 작권상정에 이미 합의한 우리당은 거칠 것이 없었다. 소속 의원 40여 명은 미리 본회의장에 진입했고 선병렬, 김형주, 김태년 의원 등 10여 명은 의장석을 에워싸고 혹시 있을지 모를 물리적 충돌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권영길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노동부 장관이 법안에 대해 재논의하자고 하더니 지금 뭐 하는 짓이냐”며 강력히 반발했다. 심상정 의원도 “힘없는 노동자들에게만 당당한 여당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비정규직 악법에 대한 직권상정을 당장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노당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일부 여당의원들은 “이제 그만해라. 할 만큼 하지 않았느냐”고 맞고함을 질렀고 “국회의장은 빨리 표결을 진행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점거에는 꼼짝 못하더니…”
한편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민노당 의원들을 제외하고 표결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사람은 우리당 임종인 의원뿐이었다. 국회의장이 반대토론 없이 표결을 진행하자 임 의원은 “한나라당이 점거할 때는 아무 것도 못하던 여당이 뭐 하는 짓이냐”며 “국가보안법이나 전효숙 임명동의안은 왜 직권상정하지 않았느냐. 이게 정의인가”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 앞서 본회의장 앞에서는 민노당 당직자 및 보좌관들이 국회 경위들과 몸싸움을 벌이면서 일부 당직자들의 안경이 깨지는 사태도 벌어졌다. 여당의 일부 여성 당직자들도 몸싸움에 합세하면서 본회의장 입구는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몸싸움이 격해지면서 비명소리도 터져 나왔다. “날치기 통과 규탄한다”는 구호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던 한 여성 보좌관은 “남성 경위가 몸을 거꾸로 바닥에 메쳐서 머리를 다쳤다”고 말했다.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곧 해체될 여당의 마지막 패악질을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비정규직법안이 표결처리 된 직후 이상수 노동부장관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로써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차별과 남용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생각한다”며 “노사를 비롯한 국민들께서 보여 준 관심과 기대를 깊이 새겨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송호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