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美 내정간섭에 “FTA 협상 안해!”
[한미FTA 뜯어보기 216] 협상 전제조건 깬 미국이 문제”…우리 정부는?
2007-02-04 오후 3:55:04
미국 부시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더불어 최대의 통상과제로 삼고 있는 미-말레이시아 FTA에 적신호가 켜졌다. 미국이 말레이시아와 이란 간의 천연가스 개발 협상을 포기하지 않으면 FTA 협상을 그만두겠다고 말레이시아에 ‘협박’을 하자, 말레이시가 “이런 내정간섭을 받을 바에는 차라리 FTA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미국을 역공한 것.
말레이시아 일간지 <우투산 말레이시아> 2일자에 따르면 라피다 아지즈 말레이시아 통상장관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말레이시아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말레이시아 정부는 (미-말레이시아 FTA 협상을 그만두겠다는) 미국의 위협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피다 장관의 이런 강경 발언은 미 하원 외무위 톰 란토스 위원장이 최근 자국 통상 관료들에게 “말레이시아가 이란과의 가스 협정 협상을 그만둘 때까지 (미-말레이시아) FTA 협상도 연기하라”고 지시한 데 대한 반응이다. 말레이시아는 최근 이란 남부에서 160억 달러 규모의 가스전개발 사업을 하려는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라피다 장관은 “나는 미국이 협상의 전제조건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리 정부에 당장 미국과의 FTA 협상을 그만두라고 권고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말레이시아와 미국 간에 합의된 FTA 협상 전제조건들 가운데는 협상에는 정치적 의제가 개입되지 않는다는 조건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런 말레이시아 정부의 태도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과 한미 FTA는 관계가 없지만, 미국산 고기가 수입되지 않는 한미 FTA도 없다’는 미국 측 억지에 대해, 광우병 감염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위생조건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우리 정부의 태도와 대비된다.
노주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