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美 ‘야금야금’ 뺏고 韓 ‘슬금슬금’ 물러나고
입력: 2007년 02월 25일 18:23:17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의 공세에 밀려 ‘줄 것을 다 내주는’ 빅딜을 강행하고 있다. 한·미 양측은 미국의 주장이 대부분 반영된 협상안을 타결하기 위해 고위급들의 회동도 잇달아 준비 중이다. 한·미 FTA 저지 진영은 “주기만 하고 받지 못하는 협상은 즉시 중단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25일 정부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협상타결시한(4월2일)을 앞두고 한·미 FTA 협상을 총괄하고 있는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한 우리측 고위급 관계자와 미국 고위급간의 막판 절충을 위한 회담이 속속 열린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수전 슈와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양국간 통상장관 회담을 갖는다.
내달 5~6일 민동석 농림부 농업통상정책관(차관보)과 리처드 크라우더 USTR 농업담당 수석협상관도 미국에서 농업분야 고위급 회담을 열 예정이다. 내달 6일에는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방한,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하고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등을 잇달아 만난다.
그러나 협상 기간동안 협상의 주도권을 내준 우리측 대표단은 호언장담하던 무역구제 등 핵심요구 사항이 ‘퇴짜’를 맞으면서 반FTA 진영을 설득할 명분을 상실했으며, 민주당의 의회 장악 등 정치환경 변화를 앞세운 미국측의 더 큰 개방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이 협상타결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뼈있는 쇠고기 수입도 결국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오는 5월 미국이 장악한 국제수역사무국이 ‘광우병 위험 지역에서 미국을 배제하느냐’ 여부가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자동차 또한 미 의회가 공공연히 ‘연간 4000대 수준인 미국 자동차 수입판매를 OECD국가 수준인 수만대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어 내줄 준비만 하고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지적재산권 분과는 첫번째 방어선이었던 ‘저작권 보호기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 의제부터 무너지면서 거의 ‘초토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험수위를 넘어선 협상 내용과 달리 양국 정부의 타결의지는 더욱 고조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내달 8∼12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리는 한·미 FTA 8차협상을 앞두고 양국 정부의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긴박하다. 외교통상부 차원을 넘어 청와대에서 협상을 직접 챙기고 있는 상황이다. 3월말 협상 타결 결과 발표에 대비해 이미 대국민설득 논리를 구축 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정책기획연구단장인 한신대 이해영 교수는 “협상시한에 쫓긴 나머지 우리 정부는 핵심요구사항을 잇달아 접는 반면 미국은 의회 비준을 무기로 요구사항을 하나둘씩 관철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