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TA 美 막판 전략..쇠고기.車가 표적 >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김종수 기자 = 막바지 국면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8차 협상에서 미국이 구사할 협상 전략이 드러났다.
미국은 농업의 경우 쌀보다는 ‘쇠고기’에 초점을 맞추고 공산품은 자동차에 최우선 순위를 둘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 등도 미국이 겨냥하는 표적이다.
◇ 美 속셈은 ‘쌀 보다 쇠고기’
웬디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는 8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의회의 요구를 들먹이면서 “쇠고기 시장의 완전 재개방 없이는 FTA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5∼6일 미국 워싱턴에서 있었던 농업 고위급 협상때 쇠고기 뼛조각이 발견된 박스만 반송 또는 폐기하는 ‘부분 반송’을 추진하겠다고 제안한 한국측 방안에 대해서도 “제로 톨러런스’(어떠한 뼛조각도 포함되어서는 안된다)로 역시 융통성이 없는 것”이라며 “동의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갈비까지 포함해 한국의 쇠고기 시장을 이번 FTA 협상을 통해 완전히 개방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쌀 개방 문제에 대해서는 시한을 20일여 앞둔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요구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 고위급 협상에 참여한 민동석 농림부 차관보는 “쌀을 포함한 모든 농산물을 협상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미측 입장을 통보받았다면서도 “이번 회담에서는 쌀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도, 논의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결국 미국은 장외에서만 쌀 문제를 거론했을 뿐 7차까지 협상 테이블에서는 구체적으로 쌀 개방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8차를 앞두고도 명시적인 요구를 내놓지 않았다.
이는 쌀을 건드리면 협상 자체가 깨질 수 있다는 우리측의 강경한 입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미국은 쌀을 쇠고기 등 다른 분야 개방을 관철하기 위한 ‘지렛대’로만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 자동차도 ‘강공’
미국이 노리는 또 다른 분야는 자동차다. 커틀러 대표는 “세입위원회를 포함한 미국 의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평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성공적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 최우선 순위”라고 강조했다.
8차 협상 기간 미국에 구체적인 자동차 관세 양허안(개방안)을 제시해줄 것을 요구할 예정인 우리측 협상단은 이번 협상에서 기대했던 수준에 못미치는 양허안을 받게 되거나 상당히 부담스러운 미국의 요구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찰스 랭글 하원의원 등 미 상.하원 의원 15명이 이달초 백악관에 보낸 서한이 이번 협상에 바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만 자동차 수입관세를 즉시 철폐하고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수입관세를 15년이상의 기간에 나눠 없애며 한국의 미국산 자동차 수입 증가분 만큼만 무관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게 이들 의원의 서한 요지였다.
만약 미국이 의회의 요구를 반영해 강도를 높인 제안을 내놓을 경우 협상은 막판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측으로서는 미국의 집요한 요구를 수용해 정부 차원에서 배기량 기준인 자동차 보유세와 특별소비세의 개편이라는 ‘카드’를 이미 내밀어 미국이 추가적인 요구를 하면 대응할 카드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지적재산권도 미국이 기대하는 분야다. 저작권을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늘려달라는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미국은 지적재산권 분과장을 종전보다 고위직인 빅토리아 에스피넬 USTR 지적재산권 담당 대표보로 바꿔 참여시켰다.
◇ 막판 쟁점 8차 넘을 듯
3월말까지 협상을 타결하겠다는 양측의 의지는 어느때보다 강해 보인다.
커틀러 대표는 “8차가 가장 집중적인 협상이 될 것이라는데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최대한 진전을 이루기 위해 양측 수석대표와 분과장만이 참여하는 회의가 잦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커틀러 대표는 “현재 봄이 빠르게 오고 있다”며 협상이 결실을 맺어 이달말까지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피력했다.
실제 무역구제와 의약품, 자동차 분야의 빅딜이 성사될 가능성은 높아졌다. 커틀러 대표는 “의약품 분야에서 서로 제안한 게 있고 집중적인 협상을 통해 성과를 내도록 할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존의 부정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우리측은 ‘협정문에는 역외가공의 원칙만 담고 구체적인 적용 범위는 추후 논의하자’는 기술적 해법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의 단호한 태도를 볼때 이 마저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양측은 8차 협상뒤 남는 쟁점들은 3월말 이전 고위급 회의를 통해 타결한다는 생각이다.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