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盧대통령 담화 일부이점 부각 ‘장미빛 청사진’만
입력: 2007년 04월 03일 08:22:13
노무현 대통령은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에서 “정부는 찬반 양쪽 의견을 협상에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혐상 과정에서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집회는 잇달아 금지되고, 반(反) FTA TV광고에 대해선 ‘사실상 불허’를 의미하는 ‘조건부 방송 가’ 결정이 내려졌다. 노대통령은 “철저히 손익 계산을 따져서 우리의 이익을 관철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협상 결과의 일부만 부각시킨 “장밋빛 변명”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쇠고기 이면합의는 없다”?=노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의 전화를 통해 합의에 따르는 절차를 합리적인 기간 안에 마무리할 것이라는 점을 약속으로 확인해 주었다”고 말했다. 이는 5월말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광우병’ 관련 판정후 ‘뼈있는 쇠고기’ 수입을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경우 사실상 “기한을 정한 무조건적인 수입의 약속은 아니다”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민생정치모임 최재천 의원은 “‘이면계약’이 아니라면 부시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에서 약속한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협상 상대국에 대한 약속을 자국 국민 대상 담화를 통해 이행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100조원이 넘는 미국 조달시장 문턱이 낮아졌다”?=한·미 양국 조달시장이 함께 개방됐지만, 양국의 제도적 차이로 실제 우리의 미국 조달시장 진출 가능성은 분명치 않다. 미국의 경우 조달시장이 주로 주(州)정부 위주로 돼 있고, 실제 주정부에서 발주하는 공사 규모가 더 크다. 하지만 이번 FTA는 중앙정부간 협정일 뿐이다. 미국의 50개주 가운데 국제무역기구(WTO)의 정부조달 협정에 가입하지 않은 13개주의 경우 주법에 따라 우리 기업이 조달시장에 진출할 수 없다.
◇“중소기업 제품이 경쟁국가에 비해 가격우위 확보했다”?=신발의 경우 이미 국내 신발업체 대부분이 중국에 진출해 제품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섬유의 경우도 미국 시장에서 중국 제품과 우리 제품의 가격 차이는 20~30%가 나는 데다 미국은 별도로 태국 등과도 FTA를 추진중이다. 따라서 우리 제품에 대한 관세인하 효과는 극히 미미하거나 사실상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우리 제약업도 언제까지 복제약품에만 의존할 수 없다”?=한국의 최대 제약회사로 꼽히는 동아제약 매출이 다국적 제약회사 화이자 매출액의 1%에 불과하다.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다. 보건의료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현실에 무지한 발언이다. 이른바 ‘외부 충격효과’를 노리는 모양인데, 충격에 먼저 고사할 텐데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제약업체뿐 아니라 신약을 먹어야 하는 환자가 약가 인상으로 치명적 피해를 입을 수 있음을 간과한 발언이다.
◇“과거 개방 한번도 실패하지 않았다”?=과거 개방에 성공한 이유는 수출과 내수가 서로 연동되는 ‘선택적’ 개방을 했기 때문이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그러나 이번 FTA 추진 과정에서는 수출과 내수의 산업내적 연관성을 판단한 적이 없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조기 가입으로 무분별한 개방에 노출된 결과는 1997년 IMF 사태로 나타났다.
◇“양극화 심화 주장에 근거가 없다”?=서비스시장이 개방돼 고도화하면 직접 타격을 받는 것은 자영업자들이다. 서비스업과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은 우리 산업구조를 감안하면 양극화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산업내적으로도 자동차, 전자 등 기존 수출 효자 품목들이 주로 혜택을 입는 것을 감안하면 대기업·중소기업간 양극화도 심화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노대통령 스스로도 신년 연설 등에서 전세계적 양극화 현상의 원인을 경제 ‘세계화’의 부작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지선·홍진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