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新통상정책’ 발표, FTA 재협상?
미국이 요구하면 불가피…한국정부 “재협상 없다”
2007-05-11 오후 6:02:58
미국 의회가 10일(현지시간) ‘미국을 위한 신통상정책(New Trade Policy for America)’ 최종안을 공식 발표했다. 신통상정책이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상하 양원을 장악한 민주당과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인 노동계의 통상협정 관련 요구사항들을 담은 패키지로, 한미 FTA를 포함해 미국이 최근 맺은 FTA들에 공통 적용된다.
이에 따라 한미 FTA의 재협상 여부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미국 측은 아직 한국 정부에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하지는 않았으나,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다.
래빈 “재협상해야”…슈워브 “문안 넣는 것 쉬울 것”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과 찰스 랭글 하원 세입세출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ILO(국제노동기구) ‘노동에서의 근본원칙과 권리에 관한 1998년 선언’의 5개 노동기준 의무이행 △7개 다자 간 환경협정(MEAs, Multilateral Environmental Agreements)의 의무이행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책안을 발표했다.
이 안에는 노동과 환경 외에도 의약품, 정부조달, 투자 등 여러 분야의 새로운 요구사항들이 들어갔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복제약(제네릭)의 시장 진입을 앞당기는 내용의 자료독점권 조항을 넣을 것 △ILO 노동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업자와의 정부조달 계약을 금지할 것 △미국 내 외국인 투자자에게 자국 투자자보다 더 많은 권리를 부여하지 말 것 등이 있다.
펠로시 의장과 랭글 위원장 등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정책안은) 부시 행정부와의 협의를 마친 최종안”이라고 설명했으나,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가 계속되고 있고 미국노총산별회의(AFL-CIO)도 최종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내용이 바뀔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아무튼 이같은 신통상정책을 한미 FTA에 적용하려면, 지난 4월 2일 이미 협상이 타결된 한미 FTA에 대한 재협상이 불가피하다.
가령, 한미 FTA 협정문은 노동과 환경 관련 분쟁은 ‘특수 분쟁해결절차(협정 위반시, 벌과금을 부과, 이를 위반국의 노동 및 환경 개선에 쓰도록 하는 것)’를 따르도록 하고 있으나, 이 정책안은 ‘일반 분쟁해결절차(협정 위반 시 피해액에 상당하는 보복 권한 부여)’를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11일 외신에 따르면 샌더 래빈 세입세출위 무역소위원장은 “재협상 외에는 다른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슈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한국과 파나마의 경우, 아직 협정문에 조인(sign)을 한 것은 아니므로, 관련 문항을 협정에 집어넣는 것이 쉬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재협상 없다”지만…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까지는 “재협상은 없다”는 것이다.
이혜민 한미FTA 기획단장은 11일 오후 정부 종합청사에서 긴급브리핑을 열고 “미국 정부는 우리 시각으로 11일 오전 7시경 신통상정책을 발표했으나, 한미 FTA에 관련해 공식적으로 구체적인 제안을 해 온 바 없다”면서 이같은 입장을 확인했다.
이혜민 단장은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날 오전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한미 FTA에 대한 재협상은 불가하다”는 우리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김현종 본부장은 기존에도 여러 차례 공식석상에서 “재협상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 측 협상단은 지난 3월 26일~4월 2일 서울에서 열린 마지막 고위급 협상에서 미국 측이 신통상정책을 완성하면 이를 협정문에 반영해 주기로 구두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한미 FTA 협정문 공개 시기와 관련해 이혜민 단장은 “협정문은 5월 21일에 공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노주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