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어린이·아기에 ‘유해신약’ 실험 기소당해
나이지리아서 항생제 트로반 임상실험 혐의
카노 주정부 20억달러 손배소도
권혁철 기자
출처 : 한겨레 2007-05-30 오후 11:38:17
다국적 제약기업인 화이자가 나이지리아에서 인체에 해로운 신약 임상실험에 어린이들을 무단으로 동원한 불법 행위를 저질러 기소됐다고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이 30일 보도했다.
화이자는 1996년 카노주의 한 빈민촌에서 200명의 어린이와 유아를 상대로 뇌막염 항생제인 ‘트로반’을 다른 약과 비교하는 임상실험을 했다. 나이지리아 카노주정부는 당시 실험을 한 연구원들이 투약 대상인 어린이의 부모들한테서 승인을 받지 않았으며 트로반이 “사람이 이용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카노주정부는 화이자를 상대로 20억달러 손해배상 소송도 벌이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주정부 관리들은 이 임상실험으로 어린이들이 죽거나 청각 장애, 마비, 시각 장애 및 뇌손상 피해를 보았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카노주는 당시 실험을 한 연구원과 나이지리아 현지법인의 전·현직 간부 등 8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징역 7년형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입수한 화이자 내부 보고를 보면, 트로반을 투약한 5명의 어린이가 숨진 것으로 돼 있으나 원인이 실험 약과 연계됐다는 언급은 없다.
이에 대해 화이자는 임상실험 과정에서 아무 잘못도 없었으며 뇌막염에 걸린 어린이들의 높은 치사율을 강조했다. 화이자는 성명을 통해 “1996년의 임상실험은 나이지리아 정부가 내용을 숙지한 상태에서 실시됐으며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책임 있고 윤리적인 방법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화이자는 소송장에 제시된 모든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편 카노주정부는 최근 임상실험에 대한 나이지리아 연방정부의 조사 내용을 입수해 기소하게 된 것이라며 “우리 제3세계는 외부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익을 위해 우리 국민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한테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2007-05-31 11:4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