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FTA 국제 전문가 초청 토론회…한미FTA 의료비부담 증가, 담배규제 완화 우려

“한미FTA 의료비부담 증가, 담배규제 완화 우려”(종합)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7-06-03 18:55  

FTA 국제 전문가 초청 토론회

“유례없이 강력한 약품 지재권 보장”..”미국 공보험은 적용 안 받아 한국만 타격”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라 약값 등 의료비 부담이 크게 증가하고 담배규제 등 보건의료 분야 공공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경고가 해외 FTA전문가들로부터 나왔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3일 서울 연건동 서울의대 함춘강의실에서 `한미FTA 협상 결과 분석과 향후 대응 방향’ 이란 주제로 FTA 국제 전문가 초청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미FTA는 미국이 검토중인 ‘신통상정책(New Trade Policy)’이나 미.호주 FTA보다 더 강력하게 의료분야 지적재산권을 보장하고 있어 의료비 부담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그러나 미국의 공공보험은 의료분야 협상 내용을 거의 적용받지 않도록 돼 있어 약값 협상력에 큰 타격을 받지 않으므로 불균형 협정이라고 분석했다.

또 담배규제가 완화되고 민간보험이 확대되는 등 공공 보건이 약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첫 강연자로 나선 미국 ‘무역과 건강에 관한 정책분석센터’ 공동대표 엘렌 샤퍼(Ellen R. Shaffer)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대학 임상교수는 이번 협정은 약값에 시장논리를 강력하게 반영하도록 함에 따라 약값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샤퍼 교수에 따르면 제약회사들은 정부로부터 ‘독립된’ 위원회에 약값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게 돼 약값 결정에 다국적 제약회사의 입장이 더 많이 반영될 것이며 이에 따라 정부의 ‘약값 적정화 방안’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것.

아울러 이번 협정이 담배규제를 역행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샤퍼 교수는 “수입담배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는 데 더해, 광고제한과 경고문부착 등에 관한 규제가 약화할 가능성이 있어 흡연율과 그로 인한 사망률 증가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캐나다 정부가 담배포장에 특정 브랜드를 드러내는 디자인이나 이미지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미국과 다국적 담배기업들이 북미자유협정 위반을 들어 제소할 것이라고 압박을 가해 도입되지 못한 사례가 있다는 것.

샤퍼 교수는 또 “한미FTA가 미국 민영보험사들의 사업기회를 크게 확장시킬 것”이라는 미국 서비스.재정분야 무역자문위원회의 공식 입장을 전하며, 국내 공적 건강보험 체계가 `위기’에 빠질 위험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두 번째 해외 토론자인 아메리카대학 워싱턴법대 ‘정보 정의 및 지재권 프로그램’ 연구책임자 마이크 팔미도(Mike Palmedo)는 한미FTA가 유례없이 강력하고 광범위하게 의약품 등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있어 한국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미FTA는 기존 미.호주 FTA나 미국이 개발도상국에 적용할 예정인 ‘신통상정책’과 비교할 때 특허권 보호수준이 훨씬 높다는 게 팔미도 연구원의 설명이다.

팔미도 연구원에 따르면 한미FTA는 미.호주FTA와 달리 의료기기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건강보험적용 등 의약품의 접근성 확대에 있어서도 미.호주FTA는 `혁신적인 의약품’에 대해서만 규정한 데 비해 한미FTA는 `고품질 특허약 및 복제약’으로 더 광범위하게 규정해놓았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공단이 효과에 비해 비용이 비싼 의약품은 건강보험 적용을 하지 않겠다는 `약값 적정화 방안’이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협정문 각주에 따르면 한국의 건강보험에 해당하는 미국의 공공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저소득층 대상)’와 일부 ‘메디케어’(장애인.노인 대상)’ 제도는 한미FTA 의약품 분야 조문이 아니라 지방정부 조달규정을 적용받으므로 약값 결정 협상력에 별 차이가 없어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미FTA와 미국이 현재 검토중인 신통상정책의 차이점과 관련, 팔미도 연구원은 “미국의 신통상정책이 ‘신물질’에 대해서만 5년간 정보 독점권을 인정하는 데 비해 한미FTA는 시판허가 때 제출했던 임상시험 데이터에 대해서도 3년의 정보독점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특허-판매허가’ 연계 문제와 관련, 신통상정책에서는 특허권자가 복제약으로 인해 특허권이 침해됐다는 것을 입증해야만 복제약 허가를 유보할 수 있는 데 반해, 한미FTA에서는 정부가 복제약으로 인한 특허침해를 방지하는 규정을 시행해야 하고, 복제약 허가 과정을 특허권자에게 모두 알려줘야 하는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고 팔미도 연구원은 설명했다.

이 밖에도 ▲특허나 판매허가 과정에서 지체된 시간만큼 특허를 연장할 의무 ▲용도특허를 인정할 의무가 부여된 것도 한미FTA와 신통상정책의 차이점으로 꼽았다.

국내 토론자들도 ‘약값 결정에 시장논리 강화’와 정보독점권, 특허-허가 연계, 정부의 건보적용 재량권 제한 문제, 민간 의료보험 규제 완화 등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는 인구대비 고가 의료장비 보유율이 압도적으로 높고 불필요한 검사가 많이 실시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한미FTA에 의료기기까지 포함돼 의료비 부담이 치솟을 것”이라며 “의료기기까지 포함할 경우 한미FTA로 인한 보건의료 분야 피해액은 3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신 보험상품에 대해서는 기존에 시행되던 신고제 조차 폐지키로 해 소비자에게 최소한의 보장을 의무화하는 규제를 도입할 수 없게 됐다”며 미국의 의료보험에 밀려 국내 공적 건강보험제도가 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신형근 약사는 “한미FTA 협정이 시행되면 약값 적정화 방안은 부실화할 공산이 커 ‘의약품 주권 상실’을 초래할 것”이라며 “환자와 납세자들의 부담급증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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