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협정문 별도서한 한국엔 있고 미국엔 빠져
‘노동·환경 분쟁남발 방지장치’ 구속력 의문
한겨레 송창석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최종 협정문이 2일 공개됐지만, 정부가 미국과의 재협상 때 얻어냈다던 ‘노동·환경 관련 분쟁의 안전장치’가 미국 쪽 협정문에는 반영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가 또다른 재협상의 성과로 내세운 ‘의약품 시판허가·특허 연계의무의 18개월 유예’도 불확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통상부가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최종 협정문을 보면, 제19장(노동), 20장(환경)과 관련해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서한이 새로 추가되어 있다. 서한은 ‘노동·환경 분야는 무역 또는 투자에 대한 효과가 성립될 수 있는 실질 내용을 가진 사건의 경우에만 분쟁 해결에 회부할 것’이라는 게 주된 내용이다. 정부는 미국과의 재협상에서 ‘노동·환경 관련 협정 위반 때 무역보복 조처를 내릴 수 있는 일반 분쟁해결절차를 적용하자’는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에 ‘자칫 무역보복 조처로 남용될 소지가 있으므로 협정 위반에 따른 무역·투자 효과가 입증될 경우로 한정하자’고 맞서, 이 서한 내용대로 미국의 양보를 얻어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서한의 법적 구속력이 있는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이 서한을 정식 협정문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무역대표부가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최종 협정문에는 어디에서도 이 서한을 찾아볼 수 없다. 이혜민 외교통상부 한-미 에프티에이 기획단장은 “추가 협상에 따른 서한은 협정문과 불가분의 관계(인테그럴 파트)인 ‘부속서한’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은 안 넣을 수 있다”며 “다만 우리 쪽 협정문에 ‘별도 서한’으로 게재된 만큼 나중에 협정문을 해석하는 데는 같은 효력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송기호 통상전문 변호사는 “별도 서한이어도 구속력이 있으려면 양국 협정문 모두에 이를 포함시켜야 한다”며 “미국이 협정문에 추가하지 않은 이유는 이 서한을 구속력이 있는 문서로 인정하길 거부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미국이 발표한 최종 협정문을 보면, 협정문과 동등한 법적 효력을 지닌 다른 서한들은 관련된 장(챕터)마다 모두 붙어 있다.
의약품 시판허가와 특허연계와 관련해, 재협상에서 합의된 내용도 한·미 양국의 최종 협정문에 부속서한으로 나란히 게재됐다. 정부는 재협상 뒤 “의약품 시판허가와 특허연계 이행의무를 협정 발효 뒤 18개월 동안 유예하기로 합의했으며, 이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의 복제약 생산 여건이 한층 나아질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관련 서한은, ‘시판허가와 특허연계 이행의무에 대한 분쟁절차 회부만 18개월 연기’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에 따라 협정문 본문에 명시된 대로 복제약 시판허가와 특허의 연계 이행의무나, 분쟁 전 사전협의 의무는 협정 발효 즉시 지켜야 한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기사등록 : 2007-07-02 오후 07:14:46 기사수정 : 2007-07-03 오전 12: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