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피랍’ 구상권 청구범위 주목..`몸값’은 제외될듯

<`피랍’ 구상권 청구범위 주목..`몸값’은 제외될듯>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7-08-30 15:34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피랍자들과 교회측에 사태 해결과정에서 소요된 제반비용을 구상(求償)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음에 따라 어느 범위까지 구상권이 행사될 지가 관심이 되고 있다.

정부가 구상하려는 비용이 피랍자측에서 부담하겠다는 비용과 큰 차이를 보이면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 경우 해외에서 납치된 국민에게 국가가 어느 정도의 금전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사법적 기준이 마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금액 차이 크면 소송 가능성 = 정부는 `실제부담원칙’에 따라 국가가 낸 항공료와 시신운구 비용, 후송비 등을 구상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피랍자들이 속한 분당 샘물교회측은 석방자 귀국에 소요되는 항공료와 희생자 운구비를 전액 부담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양측이 적정한 타협을 이루면 구상액수도 쉽게 결정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정 다툼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정부는 공무원 출장비용 등 교회측이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은 부분에 대한 구상 여부 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져 양측의 견해차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정부가 피랍자측을 상대로 소송을 내고 재판이 조정으로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적정한 구상액을 판단하는 일은 법원의 몫으로 넘어간다.

이는 사법부가 해외에서 발생한 자국민 피랍사건에 대한 국가의 금전적 책임 범위를 정해주는 것이어서 유사사태 발생시 정부가 고려할 중요 판례가 된다.

현재 이라크에서 피살된 고(故) 김선일 유족이 2004년 “자국민 보호의무를 저버렸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1심 판결이 내려지지 않아 이번 피랍사건에 견줄만한 국내 판례는 찾기 어렵다.

◇`몸값’ 청구는 어려울 듯 = 일본 정부도 2004년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됐다 석방된 일본인 3명에게 항공료와 호텔 숙박료 등 240만엔을 공동 청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가가 지불한 `석방 대가’를 당사자에게 구상한 국내외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으며 이는 구상권을 행사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피랍자들이 아프간에 입국할 때는 `여행금지국’ 규정이 없었으므로 불법적인 행동을 했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손해배상 차원에서 이미 지불된 몸값을 갚으라는 논리는 성립되기 어렵다.

또한 인질로 잡혔다는 사실만으로 피랍자들에게 국가에 대한 채무가 발생했다고 볼 수도 없는 데다 피랍자들과 무장단체가 사전에 “한국 정부가 돈을 주면 풀어준다”는 계약을 맺은 것도 아니어서 채권ㆍ채무 법리를 구상권 행사에 적용하기도 힘들다.

따라서 인질 몸값에 대한 정부의 구상권 행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사무관리 조항 적용할까” = 다만 국가가 민법상 사무관리 조항을 들어 피랍자에게 국민의 세금으로 치른 몸값을 갚으라고 주장할 수 있을지는 관심거리가 된다.

민법상 의무없이 타인의 사무를 관리하는 자가 본인(관리대상자)을 위해 필요비 또는 유익비를 지출했을 때에는 본인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서 `의무’란 통상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처럼 계약 등을 통해 성립된 책임을 지칭한다.

따라서 국가가 피랍자들과 계약을 맺는 등 구체적인 의무관계가 있었던 것은 아니므로 정부가 피랍자들을 위해 `의무없이’ 쓴 몸값을 상환할 권리가 있는게 아니냐는 견해도 법조계 일각에서 나온다.

반면 국가에게 국민을 보호할 포괄적인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몸값을 되받아낸다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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