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군정 시체 태워 사망자 수 감춰”, 계속되는 버마 민주화시위, “희생자 규모는 상상 이상”

“군정이 시체를 태워 사망자 수 감추고 있다”  
  계속되는 버마 민주화 시위…”희생자 규모는 상상 이상”  

  2007-09-30 오후 3:46:43  
  
  계속되고 있는 버마(미얀마)인들의 반정부 민주화 시위의 참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지난 27일 시위 진압 과정에서 일본인 사진기자 1명을 포함, 모두 9명이 숨졌다고 발표한 버마 관영언론 MRTV의 보도와 달리 버마 군정이 사망자 수를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영국 런던에 거주하는 버마인으로 알려진 코 타이(Ko Htike) 씨는 자신의 블로그(http://ko-htike.blogspot.com/)에 “군정이 사망한 시위대의 시체를 태우고 있다”고 밝힌 한 버마인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소개했다.
  
  이 전화통화 내용에는 “(수도 양곤 인근에 있는) 이 위일(YaeWay) 화장터의 직원이 이 사실을 전해주었다”며 “이 끔찍한 사실을 BBC나 CNN 등 세계 언론에 알려달라”고 나와 있다. 이 글은 실제 전화통화를 한 여성의 음성과 함께 게재됐으며 울음이 섞인 다급한 목소리는 현지 상황을 짐작케 하고 있다.
  
  ”사망자는 9명 아닌 90명, 900명에 달할 것”
  
▲ 시위를 벌이는 버마인들 ⓒ버마행동(http://cafe.daum.net/mmwc)  

  이에 대해 국내에서 활동하는 버마 민주화운동가 마웅저 씨는 30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글의 내용은 사실일 것”이라며 “저녁 6시 이후 시민들의 통행이 금지된 뒤 군인들의 트럭이 시내를 돌아다니며 시체를 수거해 소각한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
  
  마웅저 씨는 “시위 현장에서 죽은 사람들은 그의 가족이 집으로 데리고 가게 돼 있다”며 “그러나 사망자를 은폐하기 위해 군인이 집으로 찾아와서 시체를 넘길 것을 요구한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밝혔다.
  
  마웅저 씨는 “시위 도중 실종된 이들 중 상당수는 이런 식으로 사망한 뒤 은폐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민주화 운동을 하는 버마인들은 사망자는 9명이 아니라 90명, 900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988년 민주화 항쟁 희생자가 3000명이라고 알려져 있다”며 “그러나 당시에도 은폐된 희생자가 2만 명에 이른다는 것이 우리의 추측”이라고 덧붙였다.
  ■ 1988년 8월 8일 버마 민주화 항쟁 관련 기사
  
  ○버마 사람들에게 8월이 특별한 이유…한국의 5·18, 버마의 8888
  ○’8888항쟁’ 참가자 네 명의 삶

  지난 28일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역시 조지 부시 미 대통령 등과의 통화에서 “(버마 민주화 시위의) 인명 피해 규모가 애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큰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도 30일 미국 워싱턴 소재 단체 ‘버마를 위한 미국 운동’이 지난 사흘 간의 유혈 진압으로 시위 참가자 약 20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한 내용을 보도했다.
  
  30일 현재 양곤에서는 경찰과 군인들이 시내 곳곳을 봉쇄한 가운데 수백 명 단위의 소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으며 양곤 이외 지역에서도 시위가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시위 진압에 나선 군 병력 ⓒ버마행동(http://cafe.daum.net/mmwc)  

  ”한국, 버마인들의 아픔 외면해선 안 된다”
  
  한편 스페인, 미국, 태국, 필리핀, 캄보디아 등 세계 곳곳에서 버마 군정의 폭력적인 진압을 규탄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30일 서울 한남동 주한 버마 대사관 앞에서 200여 명의 버마인과 국내 인권,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버마 정부의 민주화 시위 강제진압 규탄 집회가 열렸다.
  
  버마 민주화운동 단체 ‘버마행동’의 소모뚜 활동가는 “한국 기업의 현지공장에서 만드는 총알이 군수용품으로 쓰이고 있다”며 “군사정권의 아픈 기억을 지닌 한국이 버마인들의 아픔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 버마 군사정권과 한국 기업
  - ‘버마 민주화’ 요구 앞에 부끄러운 한국
  
  ○”버마를 ‘겁 많은 한국’처럼 만들고 싶지 않아요”
  ○”한국,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한 고교생의 ‘버마민주화 프로젝트’ 분투기
  ○대우인터내셔널, 방산물자 버마 불법수출 의혹
  ○”우리는 ’80년 광주’ 기억하는데 한국은 다 잊었나”
  ○ “해방 60년…이제는 ‘가해자’의 길 걸으려나?”
  ○ 버마, 대우인터내셔널 가스 개발 현장을 가다
  ○ 아웅산 수지 환갑 맞아 버마 국경을 가다
  ○ “대우의 미얀마 가스개발, 군부 만행속 진행돼”

  
▲ 30일 서울 한남동 버마 대사관 앞에서 벌어진 시위 ⓒ<연합뉴스>

  이들은 오는 10월 2일 낮 12시부터 한남동 버마 대사관 앞에서 군사정부의 민주화운동 탄압 규탄 기자회견 및 인간띠 잇기 행사를 벌일 예정이다. 10월 3일에는 서울 대학로에서 오후 3시 30분부터 문화공연 및 촛불문화제를 연다.
  
  또 10월 4일, 5일에도 각각 오후 4시부터 서울 광화문 청계천 광장에서 민주화운동 지원 거리모금과 사진전, 촛불문화제 등이 예정돼 있다.
  
  이들은 “폭력적인 진압에도 불구하고 시위를 멈추지 않고 있는 버마인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선 한국인들의 지지가 절실하다”며 많은 이들의 행사 참여를 호소했다.
  
  한편 10월 2일부터 5일까지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민간투자 장관회의’에 버마 정부 대표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이에 대한 대응 방안도 모색 중이다.
  
2007년 버마 민주화 항쟁 관련 주요 기사
  
  ▷ 지금 버마는…최루탄·폭력, 그리고 저항
  ▷ 버마 유혈사태 이틀째, 시민항쟁 양상
  ▷ 끝내 ‘유혈사태’ 일어난 양곤, 버마의 ‘광주’되나
  ▷ 버마 사람들은 왜 거리로 나섰나?
  ▷ 中, 버마 사태 불똥 튈라 ‘전전긍긍’
  ▷ 버마 사태 고조…승려들, 마침내 시위 대열 가담
  ▷ 버마 反정부 가두행진 10만명 참가…시위 7일째

  
  강이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