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나이지리아, 화이자 신약 임상실험 불법 혐의로 8조원 소송제기

<화이자-나이지리아 8조원 법정공방 관심>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7-10-01 19:21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민철 특파원 = 나이지리아가 세계적 다국적 제약기업인 화이자를 상대로 오는 3일 형사소추와 함께 8조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연방정부와 이 나라 북부에 위치한 카노주(州) 정부는 화이자가 지난 1996년 신약 임상실험을 행하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형사소추와 함께 85억달러(약 7조8천억원) 규모의 민사소송을 제기, 첫 공판이 3일 열릴 예정이다.

이번 소송은 화이자가 카노주의 한 빈민촌에서 200명의 어린이와 유아를 상대로 뇌막염 항생제인 ‘트로반’을 다른 약과 비교하는 임상실험에서 11명의 어린이가 사망한 데서 비롯됐다.

나이지리아정부는 당시 화이저가 임상실험을 실시하기에 앞서 필요한 승인을 획득하지 않았으며 실험대상 어린이들의 부모로부터 사전동의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그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실험과정에서 숨진 두 딸의 아버지인 무스타파 마이세킬리는 당시 아이들을 병원에 데려갈 때만 해도 걷기도 하고 대화도 할 수 있었으나 몇 주만에 사망했다면서 “피해자(가족) 대부분은 정의가 구현되는 데 대한 희망을 잃어버린 상태다. 법원의 판단으로 보상을 받게될 경우 어느정도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 5월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 보도에 따르면 당시 실험을 실시한 연구원들은 트로반이 “사람이 이용하기엔 적합하지 않을” 정도로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카노 주정부측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화이자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어린이들이 숨진 원인은 트로반이 아니라 뇌막염에 의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화이자는 또 실험이 나이지리아 정부가 내용을 숙지한 상태에서 실시됐으며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책임있고 윤리적인 방법으로 진행됐다고 강조해왔다.

화이자 서아프리카법인의 은고지 에도지엔 전무는 당시 회사는 뇌막염으로 인한 희생자들이 속출하고 현지에 대한 도움을 바라는 국제사회의 호소에 따라 실험약을 도입한 것이라며 “뇌막염에 대해 약효로 인해 트로반을 주목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로이터는 전했다. 당시 카노 인근에선 6개월만에 1만2천명의 어린이들이 뇌막염으로 숨졌다.

트로반은 나이지리아에서의 실험 이후 수개월 만에 미국에서 성인 환자를 위한 약품으로 허가가 났으나 3년 후에 환자의 간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이 발견돼 투약에 제한을 받고 있다.

minch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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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izer faces $8.5 bln suit over Nigeria drug trial

By Mike Oboh
Sun Sep 30, 12:32 PM ET

출처 : Reuters  Sep 30 9:32 AM

KANO, Nigeria (Reuters) – A court case brought by Nigeria against Pfizer resumes on Wednesday with the U.S. drug maker saying it answered a call for help to save the lives of African children during a meningitis epidemic.

Nigeria alleges Pfizer deceived patients and caused the death of 11 children in 1996 when it performed clinical trials for a new drug. With the northern state of Kano, it is suing the company for $8.5 billion.

The meningitis outbreak killed more than 12,000 children in six months near Kano, a predominantly Muslim metropolis with a history of conflict with the West. Meningitis is an infection of the nervous system that can kill in hours if left untreated.

Ngozi Edozien, managing director of Pfizer in West Africa, said the company brought the experimental drug, Trovan, to Nigeria in response to an international plea for help.

“There was a compelling reason to look at Trovan because it was an oral formulation, it was known to have shown efficacy in meningitis and was a five-day treatment so it was perfect for an epidemic setting,” she told Reuters.

The test involved 200 children, half of whom received Trovan while the other half received a proven meningitis treatment.

Nigeria alleges Pfizer was responsible for the deaths of 11 children and permanent health problems for many others. It says it failed to obtain all the required approvals for the test and did not get proper consent from the patients.

Pfizer rejects all the charges. It says Trovan saved lives and the alleged victims were affected by meningitis, not the drug.

The case was first brought in the United States, but thrown out in 2005 by a judge who said it should be heard in Nigeria.

On Wednesday, Pfizer will be in two courts for civil and criminal proceedings brought by the Kano state government. The federal government has also brought civil and criminal charges.

TESTING

Trovan had already been tested on 5,000 people before it was used in Nigeria, Edozien said.

It was licensed by the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or use on adults a few months after the Kano trial, and briefly became one of Pfizer’s top-selling drugs.

However, the authorities imposed severe restrictions on its use three years later when it was found to cause serious liver injuries in some patients.

Mustapha Maisekili, the father of two alleged victims in the Kano trial, said his two daughters were walking and talking when he took them to the Infectious Diseases Hospital suffering from flu-like symptoms typical of meningitis.

They died a few weeks later.

“Most of the victims lost hope of getting any form of justice on the issue,” he said.

“If we are compensated through the court judgment we shall be relieved somehow. Most of us are living hand-to-mouth.”

Pfizer faces a hostile reception in Kano, a focus of Islamic radicalism in Nigeria with a history of religious bloodshed and rejection of Western medicine.

The state government banned vaccines against polio for nine months in 2003, alleging they contained HIV and were spreading infertility. The Kano boycott fuelled a resurgence of the crippling virus across Africa.

Civil rights groups say they are planning demonstrations against Pfizer in the city next week.

(Additional reporting by Tom Ashby in Lag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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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8조원 손배소송 직면

신약 임상실험서 아프리카 어린이 11명 숨져

구정은기자 koje@munhwa.com

문화일보 기사 게재 일자 2007-10-01

신약을 임상실험하는 과정에서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세계 최대 제약회사 화이자가 85억달러(약 8조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에 직면했다. 로이터통신은 나이지리아가 화이자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85억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고 30일 보도했다.

발단은 1996년 화이자가 나이지리아 소도시 카노에서 벌인 뇌수막염 치료제 ‘트로반(Trovan)’의 임상실험. 화이자는 이곳에서 어린이 200여명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하면서 대상자 절반에게는 트로반을, 나머지 절반에게는 효과가 검증된 기존 치료제를 투여했다. 실험 뒤 어린이들 중 11명이 숨졌고 수십명이 후유증을 앓았다. 카노 주(州) 정부와 나이지리아 연방정부는 화이자가 실험 대상자의 동의와 사전 정보제공 등 실험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며 화이자 본사가 있는 미국 법원에 민·형사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법원은 2005년 이 사건을 나이지리아 법원으로 넘겼다. 소송은 오는 3일 재개될 예정이다.

화이자측은 “모든 절차를 적법하게 진행했으며, 아이들이 숨진 것은 뇌수막염 때문”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트로반 실험에서 두 딸을 잃은 마이세킬리라는 남성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딸들은 병원에 갈 때만 해도 걷고 말할 수 있었는데 트로반을 먹더니 몇주 뒤 숨졌다”고 주장했다. 트로반은 2005년 미국에서 성인용 수막염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으나, 일부 환자에게 심각한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뒤에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제약회사들이 인도나 나이지리아 등 제3세계 국가의 빈곤층을 대상으로 벌이는 임상실험 전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제약회사들은 비용이 적게 들고 감시가 상대적으로 미약한 빈국들에서 대규모 임상실험을 벌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소송을 피하기 위해 실험대행사들을 동원하곤 한다.

환자들의 절박함을 악용해 플라시보(위약) 투약 실험을 하거나 푼돈을 주고 빈민가 어린이들을 실험에 동원하는 일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제약회사들은 “의학 발전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라며 맞서고 있다.

구정은기자 koj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