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군론 만만찮은데…정부, 연장 불가피론
» 자이툰부대 7진 교대병력이 지난 9월 7일 공군 C-130 수송기 편으로 이라크 아르빌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아르빌/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미국 정부의 이라크·아프간 파병 연장 공식 요청을 기점으로, 한국 정부가 이라크 파병 연장의 공식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에 이어 이라크 파병 연장이란 또 다른 안보이슈가 대선 정국에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 쪽은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이 국회 권한임을 의식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 왔다. 하지만, 내부 분위기는 파병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쪽이다. 특히 주무 부처인 국방부는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자이툰 부대 연장을 희망해 왔다.
한-미동맹 내세워 ‘계속 주둔’ 분위기
재건사업 참여 등 경제적 실리론도
정부는 이미 자이툰 부대의 파병을 한 차례 연장한 바 있다. 지난해 말 국회는 오는 12월31일로 만료되는 파병연장 동의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지난 6월 ‘임무 종결시기’를 명시하지 않은 ‘미완성’ 계획서를 국회에 제출하면서 9월에 다시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임무 종결시기’를 명시하지 않은 철군계획서의 제출은 파병 연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9일 귀국한 자이툰 성과평가단은 평가결과를 반영한 임무 종결계획서를 작성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국무총리실·국방부·합동참모본부·외교통상부·건설교통부·산업자원부 실무자 등 10여명이 참여한 성과평가단원들은 파병연장 쪽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평가단이 임무 연장 결론을 내리고 이 의견이 국회에 제출될 임무종결계획서에 반영되면 국방부는 곧바로 파병연장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파병 연장이 될 경우 수백명선으로 병력을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군에서는 병력 감축에도 부정적이다. 현재 1200명 규모인 자이툰 부대 병력은 사단사령부 기능을 유지하는 최소 규모이기 때문에, 감축하더라도 최소한 1천명은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파병 연장론의 근거는 크게 한-미 동맹과 이라크 재건 참여 등 경제적 이익 확보 두 가지다.
현재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 다국적군사령부에 소속된 동맹군의 일원으로 작전을 하고 있다. 다국적군의 임무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한국군만 먼저 철수하면 한국군 위상이 손상되고 한-미 동맹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다.
이라크 전후 재건 사업에 국내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진출하려면 한국군이 있어야 한다는 ‘실리론’도 만만찮다. 자이툰 부대가 현지 주민의 마음을 얻는 민사작전을 잘 수행해왔고, 한국 기업들이 유전 개발, 전후 재건 사업에 진출하려면 자이툰 부대 주둔에 따른 지역 안정 효과를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라크 당국이 한국 기업에 별도의 인센티브를 보장하지 않아 ‘실리론’의 실체가 뚜렷하지 않다.
파병반대국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연내 철군을 주장하며 대규모 집회와 각계 인사 시국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임기가 4개월 남은 현 정부가 미국 부시 행정부를 돕기 위해 국민들과의 철군 약속을 무책임하게 뒤집었다고 비판한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정부의 파병 연장 동의안 제출에 앞서 ‘파병연장 반대 각계 인사 선언’을 모아 16일 오전에 발표할 계획이다. 28일 오후에는 ‘자이툰 파병 연장 반대와 이라크 점령 종식을 위한 한-미 반전행동’이란 대규모 집회도 예정돼 있다. 12월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 파병 연장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내심 파병연장을 지지하는 한나라당은 현 정부가 이 ‘뜨거운 감자’를 처리해 주길 바라고 있다. 오히려 대통합 민주신당 등 범여권 쪽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 국회에서 혼란스런 논란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파병 반대 목소리가 높아질 경우, 대선 정국 와중에서 국회가 동의안 처리를 제대로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