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의료기관 평가 ‘편법 투성이’
직원이 보호자로 둔갑…불만 환자는 퇴원시켜
보건의료노조, 16곳 직원 설문
한겨레 김양중 기자
일부 대형병원들이 정부의 의료기관(병원) 평가 때 직원을 환자 보호자로 둔갑시켜 조사원들의 설문에 답하게 하고 외래 예약 환자를 평소보다 줄이는 등 갖가지 편법으로 평가 결과를 왜곡하며 진실을 감추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보건복지부의 ‘2007년도 의료기관 평가’를 받은 45개 대형병원 가운데 16곳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5~15일 설문조사를 했더니, 16곳 가운데 11곳(69%)에서 직원을 환자 보호자로 둔갑시켜 실사팀의 질문에 답하게 하거나 실사 기간에만 예약 환자를 줄이는 편법을 썼다고 19일 밝혔다.
또 13곳(81%)은 적정한 인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 비번자를 근무시키거나 휴가를 금지시켰으며, 일부 병원에선 병원에 불만이 많은 환자는 퇴원시키기도 했다고 보건의료노조는 말했다.
특히 일부 병원에선 투약 대상자로 선정된 환자와 미리 입을 맞춘 뒤 평가단이 올 때까지 약을 먹지 않고 기다리게 하다가 투약 시간을 놓친 사례까지 있었다고 보건의료노조는 밝혔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기획실장은 “평가기간 동안 평가단이 병원 근처 최고급 호텔에서 숙식했고, 밤에는 병원 직원들과 회식을 함께 한 사례도 있었다는 병원 직원의 진술도 있었다”며 “환자와 국민을 속이는 ‘평가 반짝 쇼’는 중단하고 제대로 된 평가제도 마련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평가 항목의 대부분은 과거 1~3년 동안의 의무기록 및 각종 증빙자료를 바탕으로 한다”며 “짧은 기간의 집중적인 준비로는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 평가’ = 병원들의 의료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지난 2004년부터 실시되고 있다. 첫해엔 500병상 이상의 대형병원, 2005년에는 260~500병상 병원, 지난해에는 260미만 병상 병원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올해엔 다시 500병상 이상 대형병원 86곳을 대상으로 시설, 인력, 장비, 환자 만족도와 의료기술에 대한 실사가 진행중이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