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한미 FTA 시대’, 기어이 오는가 <2> 대선과 밥상 안전

  ”그래, 아토피·광우병 아이 두고 행복할지 보자”
‘한미 FTA 시대’, 기어이 오는가 <2> 대선과 밥상 안전
2007-12-05 오전 10:31:18         
        
  밥상 안전 없는 ‘행복’은 불가능
  
  주부 조 아무개 씨는 돌을 갓 넘긴 아기가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고통 받고 있다. 그래서 먹을거리 안전과 환경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12명의 후보 중에서 당선이 유력한 인물로 거론되는 4명 후보의 캐치프레이즈가 ‘가족행복시대’(정동영), ‘국민성공시대’(이명박), ‘반듯한 대한민국’(이회창), ‘믿을 수 있는 경제 대통령’(문국현)이라서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가족이 행복하게 살고, 국민이 성공하고, 나라가 반듯해지고, 대통령을 믿을 수 있게 된다면 서민들은 먹고 사는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조 씨는 정동영, 이명박, 문국현, 이회창 4명의 대권 후보 어느 누구도 광우병 쇠고기와 유전자 조작(GM) 식품에 대한 구체적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점이 의아했다. 그녀는 이들이 노무현 대통령처럼 말과 행동이 서로 다른 그런 부류의 정치인일지도 모른다는 강한 의심이 들었다.
  
   노무현 정부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 쇠고기를 비롯한 값싼 미국산 농산물이 많이 수입되어 소비자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입게 될 것”이라고 선전해왔다. 그러나 값싼 중국산 농산물이 몰려 들어오면서 농약, 기생충, 항생제 때문에 식탁이 더 불안해진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정부의 이러한 선전을 액면 그대로 믿기 힘들다.
  
  더군다나 노무현 정부는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정부는 “광우병 감염 위험이 큰 이른바 ‘특정 위험 물질’인 등뼈가 발견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하다가 정작 2007년 8월 미국산 쇠고기에서 등뼈가 발견되자 수입중단은커녕 미국을 두둔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산 쇠고기 검역 과정에서 등뼈가 2번, 갈비 통뼈가 9번이나 적발되었지만, 쇠고기 수입물량이 무려 10배나 더 증가했다. 어느새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국 3위에 오르게 된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30개월 미만은 등뼈, 갈비, 내장을 포함한 모든 부위의 수입을 허용하고, 30개월 이상도 특정위험물질을 제외하고 갈비까지 수입을 허용해야 미국 의회에서 한미 FTA가 비준될 것”며 노골적으로 한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조 씨는 이 정도의 상황이라면 적어도 대권 후보들이 국민들의 식탁을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어떻게 안전하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입장과 정책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권 후보는 GMO를 국민에게 먹일 셈인가?
  
   노무현 정부는 “유전자 조작 식품과 같은 위생 검역 현안은 한미 FTA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가 2007년 3월 31일 작성한 ‘한미 FTA 연장 1일차 협상 계획’이라는 제목의 비공개 내부 문서를 통해 이러한 주장이 모두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미 FTA 협상단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유전자 조작 식품 문제를 협상 카드로 내미는 위험한 도박을 벌인 것이다.
  
  그런데도 정동영, 이명박, 문국현, 이회창 후보는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대권에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아직까지 유전자 조작 식품이 인체에 어떤 유해성이 있는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국은 “환경 위해성과 건전성 측면에서 유전자 조작 식품과 전통식품 사이에 고유한 차이점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과학적으로 위험하다는 증거가 확실히 규명될 때까지는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특별한 제재조치를 취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쉽게 말해 대중들을 실험 동물로 사용하면서 돈도 벌겠다는 속셈이다.
  
  반면 유럽연합(EU)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유전자 조작 식품의 잠재적 위해성뿐 아니라 유전자 조작 식품과 전통 식품 간의 위해성의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증거가 밝혀질 때까지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상업화를 유보할 것을 요구한다.
  
  유전자 조작 식품은 상업화돼 유통된 지 겨우 10년이 지났을 뿐이다. 실제로 유전자 조작 식품이 기형아 출산, 신장 독성, 간독성, 아토피 유발 등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밝히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더욱 걱정스러운 일은 대표적으로 유전자 조작 식품을 생산하는 몬산토가 과거 고엽제나 신경가스와 같은 유독한 화학 무기를 생산하던 악명 높은 회사라는 사실이다. 현재 몬산토는 세계에서 한 해에 쓰이는 콩 종자의 31%, 오이의 38%, 양파의 25%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들 종자들은 거의 유전자 조작으로 생산되고 있다.
  
  몬산토는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화학기술을 이용해 강력한 제초제를 만들었다. 이 제초제는 모든 식물을 죽이는 죽음의 물질이다. 그런데 몬산토 사는 유전자조작 기술을 이용해서 이 제초제에 죽지 않은 콩을 개발해냈다.
  
   이 콩은 인체에 어떤 위해성을 지니고 있으며, 환경과 생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모든 것이 밝혀지기도 전에 상업화되었다. 현재 이렇게 유전자조작 기술로 개발된 콩들이 식용유와 사료 등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어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국제사회는 유전자조작식품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국제적인 노력으로 2000년 1월 29일 ‘바이오 안전성 의정서’라는 국제규범을 만들었다. 이 의정서를 통하여 특정 유전자조작식품이 수입국의 안전성 심사를 받지 않았거나, 수입국이 특정 유전자조작식품을 안전하지 않다고 결정하는 경우에 수입을 금지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었다.
  
   그런데 몬산토와 같은 유전자 조작 거대기업의 이익을 옹호하는 미국 정부는 바이오 안전성 의정서에 가입조차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는 한미 FTA 협상을 기회로 활용해 한국 정부가 바이오 안전성 의정서를 비준ㆍ이행하기 전에 이를 무력화시키려고 양해각서까지 받아냈다.
  
  미국은 유전자 조작 작물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고 있는 국가다. 전 세계 유전자 조작 작물 재배면적 9000만 헥타르(㏊) 중에서 약 55%인 4980만 헥타르가 미국 내에 있으며, 2005년 말 미국에서 재배된 콩의 87%, 옥수수의 52%, 목화의 79%가 유전자 조작 작물이다.
  
  만일 한미 FTA가 양국 의회에서 비준될 경우, 이러한 미국의 유전자 조작 작물들에 대한 사전 수입 승인 절차와 검사가 완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유전자 조작 작물들이 콩나물, 두부, 콩기름, 밀가루, 빵, 피자, 햄버거 등의 식품으로 둔갑하여 우리 식탁을 점령하게 될 것이다.
  
  광고 카피가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아라!
  
  이번 대선에서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고 싶은 조 씨는 광우병 위험이 있는 쇠고기, 유전자조작 식품, 항생제와 농약이 범벅된 농산물에 대한 정동영, 이명박, 문국현, 이회창 후보의 구체적 정책과 입장을 알고 싶다.
  
   유력 대선 후보들은 어느 누구도 ‘가족 행복 시대’를 위해서 안전한 식탁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 ‘국민 성공 시대’를 위해 광우병 위험이 있는 쇠고기 수입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반듯한 대한민국’을 위해서 우리 아이들이 아토피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믿을 수 있는 경제 대통령’은 신뢰가 무너져버린 밥상의 안전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대권 후보는 한미 FTA 협상안 비준에 대한 찬성과 반대 입장 표명뿐만 아니라 한미 FTA가 우리 밥상의 안전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우리 농업과 농민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우리 환경과 생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권 후보들의 먹을거리 안전정책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정동영, 이명박, 문국현, 이회창 후보는 광고 카피 같은 선거마케팅이 아니라 밥상 안전에 관한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마땅할 것이다.
  
  대권 후보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당신들은 자신의 아내와 자식들, 손자손녀들에게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일 것인지, 유전자 조작 콩으로 만든 식용유와 간장을 먹일 것인지에 대해 솔직하게 밝혀라.
          
박상표/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