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健保체계’ 대수술 나선다
‘퍼주기’ 정책 폐기…효율성·지출구조 합리화 역점
30년 건강보험, 제로베이스 재설계
내달 25일 출범할 새 정부가 어떤 식이로든 건강보험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수술에 나설 것으로 보여 그 결과가 주목된다.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7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를 통해 “현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적자 문제를 차기 정부에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조만간 전문가그룹으로 구성된 특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건강보험 구조 개편 논의에 착수할 계획이다. 특위에는 가입자·공급자 단체는
배제된다.
인수위 관계자는 “과거 10년간 좌파정권의 건강보험 정책이 효율성은 도외시한 채 퍼주기식 보장 확대에만 매몰되면서 건강보험 재정악화를 초래했는데 이를 제로베이스에서 재설계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건강보험 재정 ‘빨간 불’= 인수위는 현재 건보재정 상태를 파산 직전으로 보고 있다. 작년말 현재 건강보험 누적수지는 8951억원이지만 하루 평균 1000억원이 지출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9일치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해석이다.
또 의료기관의 건보 급여비 청구부터 지급까지 5∼56일이 걸리는 점에 비춰 잠재부채액이 최대 5조원에 달한다는 게 인수위의 분석이다. 이런 식으로
운영되다가는 제2의 건보재정파탄이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만일 전염병이라도 창궐한다면 건보재정은 순식간에 바닥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건보재정은 지난 2005년부터 암 등 중증질환에 보장성 확대정책이 추진되면서 그 해 1조1788억원 흑자에서 2006년에는 747억원 적자가 나더니 작년에는 적자규모가 2847억원으로 커졌다.
보건의료계 안팎에서는 꼼꼼하고 세밀한 재정추계 분석과는 거리가 먼 ‘보여주기식’ ‘주먹구구식’ 건보 정책이 이어진데 따른 결과라고 비판해 왔다.
입원환자 식대 보험적용과 영유아 입원비 건보지원 확대 등이 대표적인 예다. 복지부는 보장성을 확대하겠다며 정책을 시행했다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재정부담이 커지자 시행 1년6개월만에 보험적용 비율을 축소했다. 스스로 정책 실패를 자인한 셈이다.
◇어떻게 변경되나= 인수위측은 “건강보험 30년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전면적인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인수위는 급격한 건보료 인상을 필요로 하는 정책은 배제하는 대신, 건보 지출구조를 ‘시장주의’적 관점에서 효율화시킬 계획이다.
효율성은 무시한 채 무조건적인 ‘퍼주기식’의 정책은 폐기하겠다는 뜻으로, 기존 보장성 확대정책의 일대 구조조정이 뒤따를 전망이다. 또한 그간 건보재정을 갉아먹는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억제정책을 펴왔던
민영건강보험(사보험)도 활성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보험사간 경쟁을 통해 국민들의 진료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논리다.
건보 영역에서 벗어난 영리병원 설립 논의도 의료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가속화될 전망이다. 총액예산제 및 포괄수가제 도입, 건보료 차등인상, 경제성장률과 건보료 인상률을 연동시키는 건보재정 자동안정시스템 구축 등도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위는 올 상반기 중에 건강보험 개혁방안을 마련한 뒤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법개정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고령화로 노인 진료비가
급증하는 등 건보재정 수요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긴급 처방은 필수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건보 관리시스템 논의 가시화되나= 새 정부가 건보 체계의 전면 개편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준비 중인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기능 구조조정 논의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복지부 산하 법정단체인 두 기구를 통한 건강보험 관리시스템이 비효율적이고 방만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데 따라서다. 인수위측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개혁안을 마련해 놓고는 있지 않다”며 “하지만 현 상태로 그대로 갈 수는 없지않느냐”"고 말해 어떤 식으로든 건강보험 기구개편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 개혁특위는 여러 개혁과제 중 건보 관리시스템 개혁을 주요 안건으로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몇 가지 개편방안도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자연히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초 긴장상태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건보공단을 쪼개는 방안을 검토한 적이 없고, 인수위 업무보고 과정에서도 논의된 바가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인수위 관계자도 “건강보험 시스템 개혁을 해야 한다는 총론만 세워졌을 뿐 어떻게 바꿔야 한다는 각론은 세워져 있는 상태로 예단해서는 안된다’며 “조만간 구성될 특위에서 현실분석과 추가 의견수렴을 거쳐 개혁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건강보험 가입자 및 피부양자의 자격관리와 건보료 부과·징수, 건보급여 관리를 주 업무로 하고 있는 건보공단은 6개 본부에 178개 지사, 1만319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매머드’ 조직이다.
심평원은 의료비용 심사와 의료서비스의 적절성 평가를 맡고 있는 기관으로, 7개 지원에 직원수는 1700명 규모다. 의약분업 도입에 맞춰 2000년 6월
의료보험연합회를 확대 개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