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기름제거 참가한 태안 주민 10명중 6명 ‘스트레스 장애’, “죽고 싶었다” 20% 응답

기름제거 참가한 태안 주민 10명중 6명 ‘스트레스 장애’
“죽고 싶었다” 20% 응답
홍주의기자 impro@munhwa.com

지난해 12월 발생한 원유 유출사고 방제작업에 참가했던 충남 태안 지역 주민들 중 61.5%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앓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녹색연합과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보건연합), 생명인권운동본부는 4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주영수(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한림대의대 교수를 팀장으로 한 의료진 20여명과 보건·의료계열 전공 학생 80여명이 지난 2월16일부터 이틀 동안 충남 태안 지역 6개 마을 주민 3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중 260명이 바위·자갈 청소(90%)나 백사장 청소(75.7%)에 참여했다. 이렇게 방제에 참가했던 주민 가운데 원유 증기를 직접 들이마셨다는 응답이 87.3%, 기름을 맨손으로 만졌다는 대답도 29.2%를 나타냈다.

반면 원유의 유해성이나 보호구 착용의 필요성에 대해 교육을 받은 사람은 각각 33.9%, 35.2%에 불과했다. 방제복의 경우 66.4%(172명)가 착용했다고 답했지만 피부 가려움이나 발진 증상에 차이가 없어 방제복이 유해물질 침투를 막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유기용제용 마스크 착용률은 3.1%(8명), 유기용제용 장갑·보호용 고글 착용률은 2.3%(6명)에 그쳤다.

주민들의 정신건강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최근 1주일 동안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63명(20%)이었고, 이미 자살한 주민 소식을 들었을 때 106명(44%)이 ‘나도 같이 죽고 싶다’거나 ‘이해가 간다’고 답했다.

녹색연합·보건연합·생명인권운동본부는 “사고가 발생한 지 85일이 지난 지금도 각종 대책위원회가 통합되지 못했고, 지원금은 피해지역과 규모에 적합하지 않게 배분돼 불신과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며 “지휘본부를 시급히 설치해 환경부의 생태계 복원계획과 보건복지가족부의 주민건강 역학조사 같은 업무를 총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주의기자 impr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