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공론 다큐영화 ‘식코’

[사설] 다큐영화 ‘식코’
입력 2008-03-24 09:45:34

  신현창 부주간(대약 사무총장)
  

의료복지에 관한 한 미국은 더 이상 선진국이 아니다. 우리에게 모델국은 더더욱 아니다. 이것은 보건의료 ‘제도’를 아는 사람이면 당연하게 앞세우는 말이다. 이 주장을 실감나게 받쳐주는 영화가 4월 3일 개봉된다. 드라마가 아니므로 재미와는 거리가 있는 ‘식코’(sicko : 환자를 뜻하는 미국의 속어)라는 다큐멘타리다.

미국의 어두운 그늘과 자본주의 횡포에 냉소를 던져 온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는 미국의 황당한 의료보험을 이 다큐로 고발했다. 미국은 5000만명의 보험 미가입자가 의료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으며, 돈 없으면 죽는다는 비유로 이미 비판을 받아 온 나라다. 그러나 이 영화는 미 가입자의 슬픔보다는 혜택받은 가입자들의 불쌍한 처지를 구체적으로 부각시켰다. 보험회사가 갖가지 이유로 보험금 지불을 거부하여 파산지경에 이른 환자의 사례를 추적한 것이다.

보험회사의 횡포는 의료고문 직책으로 보혐회사의 보수를 받았던 의사들 증언으로 드러난다. 양심의 가책을 받은 의사가 미국 의회에서 “회사에서는 당신은 치료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보상을 거절하는 것이라면서 적용 불가 이유만 찾아내면 된다고 종용했다”고 증언하는 장면은 소름까지 솟는다. 한 전문가는 “미국은 모든 의료체계를 보험회사에 인계했다”고 비판한다.

미국의 의료행위가 보험회사의 통제하에 들어가고 있는 현실은 잘 알려진 문제점이다(약국도 예외는 아니다). 환자를 앞에 두고 보험회사에 물어본 후에 진료나 투약을 하는 예가 많아졌다. 이윤을 남겨야 하는 보험회사의 속성상 그리 흐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영화 ‘식코’는 캐나다, 영국,프랑스, 쿠바 등 다른 나라 현장 취재를 통해 이들 나라의 국민이 미국인보다 훨씬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사실을 비교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나라의 의사, 환자 모두 행복해하고 있음을 생생하게 전한다.

미국의 현실은 시장경제 원리의 극치로 설명된다. 반면에 미국 의료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사회주의자로 매도된다. 전문가는’보건복지가 정부의 정책이 아니라고 여기는 정치인’들이 미국의 제도를 끌어 나가고 있으며, 이는 보험회사나 제약회사의 대 의회 로비 때문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사회주의는 한국에서도 자주 씹히는 단어다. 우리 공보험제도가 그렇다는 것이고 그래서 민간보험 도입을 들먹거린다. 보험기업의 속성이 얼마나 무서운건지나 알고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침 시장경제 기치를 든 정권이 들어선 시점에 이 영화가 개봉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약육강식 논리가 보건의료부문에 들어 온다는 것, 정말 끔찍한 비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