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 ‘뉴하트’의 지성이 흉부외과에 갈 수 있었던 이유

‘뉴하트’의 지성이 흉부외과에 갈 수 있었던 이유  
25일 ‘이명박 정부의 공공부문 사유화 대응’ 토론회  

2008년 04월 28일 (월) 15:31:55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이명박 정부 출범 2개월 만에 한국 사회에선 큰 변화의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사회 공적영역의 붕괴는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이명박 정부가 공영방송, 철도공사, 한국전력 등 사회 각 영역들의 민영화, 즉 사유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면 사회의 공적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지고 일반 서민들의 삶에 심각한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 25일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공공부문 사유화에 대한 대응방안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문화연대,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 17개 언론·시민·노동자단체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선 △물 △에너지 △교육△의료 △미디어 △사회복지 △금융 △운송 등 사회 주요 분야 대표들이 발제자로 나서 공공부문 사유화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소속과 직업은 달랐지만,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 있었다. 바로 이명박 정부가 과거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 때와 비교해 더 엄청나고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일반 서민들을 위한 정책은 전무하다는 점. 그래서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사회 각 부문의 연대 투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한 부문에서만 터지는 것이 아니라 각 부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질 것이 분명한 까닭이다.

    
▲ 보건의료단체연합, 문화연대,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 17개 언론·시민·노동자단체 주최로 ‘이명박 정부 공공부문 사유화에 대한 대응방안 토론회’가 지난 25일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열렸다.

“MB의 자율형 사립고는 학교의 자율화가 아닌 ‘가격’의 자율화 의미”

이명박 정부의 문제는 공공부문 혹은 사회복지에 대한 개념이 왜곡돼 있다는데서 비롯된다. 이태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민영화저지특위 부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물 공급과 관련한 정책에 대해 “정부는 물을 제대로 공급하기 위한 정책보다는 물은 산업으로 보는 정책을 펴고 있다. 공공재로서의 인식이 아니라 경제재로서의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성은미 민중복지연대 교육·연구센터는 정부의 사회복지 정책과 관련해 이렇게 꼬집었다. “김대중 정부도, 노무현 정부도 그다지 잘 했다고 할 순 없지만, 이명박 정부는 좀 심각하다. 사실상 이명박 정부는 한국 복지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정책이라고 해도 청소년의 능력을 함양시키겠다, 양성 평등을 증진시키겠다는 정도다. 결국 정책이 없는 거다.”

자율형 사립고, 방과후학교 등을 골자로 한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이철호 범국민교육연대 정책실장은 “이명박 정부의 자율형 사립고는 자본이 어떻게 직접 학교에 참여하고, 이윤을 남길 것인가로 변질됐다”며 “자율의 의미는 학교나 학생의 자율이 아니라 가격기구가 자율적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가격이 얼마나 다양하게 책정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을 살펴본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을 △신문고시 철폐, △한국방송광고공사 해체 △국가기간방송법 △KBS 2TV와 MBC 민영화 등으로 요약했다.

    
▲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이 가운데 공영방송 민영화 추진 방안과 관련해 김동준 실장은 “공영방송이 광고를 하면 안 된다는 건 오해”라고 지적한 뒤, “이명박 정부가 공영방송의 민영화 이유로 시장 경쟁 활성화 등의 다양한 논리를 대고 있지만, 순수하게 그 이유 때문 만이겠냐”며 “지난 두 번의 대선과 노무현 정권 때에 대한 보상인 것 같다. 집권 실패의 이유 중 하나를 크게 방송에 두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실장은 특히 “미디어 분야는 크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의료보험이나 물이 민영화되면 그 폐해를 국민들이 직접 느끼겠지만, 미디어 분야는 누적적으로 나타나는 문제고, 당장 느낄 수 없다는 점에서 걱정된다”면서 “하지만 그 폐해는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붕괴, 가상의 시나리오 아니다”

의료보험의 민영화 여부도 크게 우려되는 대목 중 하나다. 최근 마이클 무어의 〈식코〉가 3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민영 의료보험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정부가 올 가을 정기국회에서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등을 한꺼번에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아 우려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의 우석균 정책실장은 “이명박 정부는 민영의료보험 업체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관료”라고 규정하며 “이들의 이익을 위해 의료비를 폭등시키고, 반쪽인 의료보험까지 깨버리는 게 이명박 정부의 의료시장 프로젝트”라고 비판했다.

우석균 실장은 최근 성장이 둔화된 민영의료보험사들이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있다며, 이는 곧 궁극적으로 건강보험의 완전 붕괴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생명이 2004년에 만든 자료에 따르면 민영의료보험사들은 질환별로 일정액을 지원하는 정액형 보험상품에서 실제 치료비를 지원해주는 실손 의료 보험이나 병원과 연계된 부분 경쟁형 시스템을 추구하고 있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부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보험’, 즉 민영의료보험이 건강보험을 대체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우 실장은 “이게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란 점을 환기시키며 “삼성생명이 실제로 실손 의료보험과 부분 경쟁형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하트’의 지성이 광희대 흉부외과에 갈 수 있었던 이유?

미디어와 교육, 의료 부문의 사유화만 문제가 아니다. 공공부문의 붕괴는 물과 전기 사용이나 안전에 있어서도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정태인 경제평론가는 “가스, 우편, 철도 등은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도 국가가 하는 일”이라고 못 박으며 “이를 민영화 할 경우 인구가 적은 지역은 우편과 가스, 철도가 다 끊긴다. 우편을 민영화하면 읍까지만 배달된다. 신문은 볼 수도 없다. 또 사고가 많이 일어나게 된다. 가격 상한선을 정하면 이윤을 얻는 방법은 유지보수를 적당히 하거나 사람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경제평론가
정태인 평론가는 또 “드라마 〈뉴 하트〉에서 직업고등학교 출신인 이은성(지성)이 광희대 흉부외과에 갈 수 있었던 이유가 뭐겠냐”며 “의사들이 성형외과로 다 몰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형외과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의사들이 다 성형외과로 몰린다. 의사도 양극화되는 거다. 의사의 질도 달라진다. 이렇게 되면 부자들이 건강보험을 빠져나가게 되고, 건강보험이 자연스레 붕괴될 수밖에 없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사적인 부분과 공적 부분이 경쟁하면 인적 자원과 돈이 사적인 곳으로 몰리게 된다. 사교육비를 올리면 학부모들이 가만히 있지만 교육세를 만원 올린다면 혁명적인 저항이 일어날 거다. 철저하게 사적 부분에 대해 칸막이를 치던가, 공적 부분을 확대해 사적 부분을 막던가 해야 한다.”

그렇다면 공공부문의 사유화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참석자들은 연대 투쟁을 한 목소리로 제안했다. 우석균 실장은 “초기부터의 대응이 중요하다”며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질 경우 여러 부문이나 여러 운동이 한꺼번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태인 평론가는 “동시의 문제고, 같은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연대 투쟁을 해야 한다”면서도 “대안은 각 부문별로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간에 핵심 쟁점은 건강보험일 것”이라며 “가스, 철도와 같은 네트워크 사업은 작은 지역에서 걱정하겠지만, 건강보험은 모든 사람이 걱정하는 문제다. 한미FTA로 약값 치솟고, 광우병 위험이 발생하고 있다는데 초점을 맞춰 투쟁하면서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투쟁할 때 성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