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용자’ 임명현 MBC 기자 ‘화제‘
美쇠고기 끝장 기자회견서 예리한 질문 던져 인터넷 달궈
2008년 05월 08일 (목) 17:33:36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임명현 MBC 기자가 ‘용자’로 떴다. 임명현 기자는 지난 2일과 6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과 관련한 정부의 기자회견에서 명쾌한 질문과 핵심적인 지적으로 정부 관료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면서 인터넷상에서 ‘스타’가 됐다. 속사포처럼 빠른 말에 ‘랩퍼’란 별명까지 얻었다.
네티즌들이 임명현 기자를 주목하게 된 첫 번째 계기는 지난 2일 있었던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기자회견이었다. 이 자리에서 임 기자는 정부를 향해 “인간 광우병 환자 발병 자체가 우리의 최대 관심사인데 국제수역사무국의 광우병 위험 통제국 평가 기준에 인간 광우병 발병 기준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느슨한 기준이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상길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단장은 “우리는 인간을 수입하는 게 아니고 축산물을 수입하는 거다. 그 축산물이 광우병 원인체가 포함됐느냐 안 됐느냐를 평가하는 거다. 인간 광우병 환자가 여러 명이 생겼다고 해서 그 나라에서 생산된 축산물이 광우병 원인체에 노출돼 있다고 판단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답했다.
▲ 지난 6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정부 합동 기자회견에서의 임명현 MBC 기자
그러자 임 기자는 “그럼 광우병에 걸린 소가 하나도 없는데 인간 광우병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굉장히 많다면 그 나라는 어떻게 봐야 하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이상길 단장이 “그 이전에 발생한 거겠죠”라고 답하자 임 기자는 ‘픽’하고 코웃음을 쳤다.
임 기자는 이어 “우리는 광우병과 인간 광우병을 떼어놓을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며 “그런데 그렇게 철저히 분리하고, 광우병은 광우병 기준대로 가버리면, 인간 광우병 기준이 있는 국제기구나 국제기준이 있느냐”고 꼬집었다.
“검역중단도 못하는데, 도대체 국제기준이 뭐냐”
그의 활약은 6일 있었던 기자회견에서도 계속 됐다. 임 기자는 쇠고기 협상에서 우리측 대표를 맡았던 민동석 차관보를 향해 “미국산 쇠고기에서 광우병 위험물질이 발견돼도 수입 중단을 못하게 돼 있다. 선적 중단 조치조차 취할 수 없다”며 “가장 기본적인 협상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생하거나 위험물질이 검출됐을 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부분에 대해서 협상 책임자로서 어떻게 평가하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민동석 차관보가 “이번 협상은 국제적 기준과 과학적 근거에 따라 했다”고 거듭 반복하자 임 기자는 “잠깐만요”라며 말을 끊은 뒤 “선적 중단 조치라든가 이런 것도 다 국제적인 기준이냐”며 “WTO 위생검역협정 5조 7항만 보더라도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해도 회원국은 잠정적으로 검역 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국제 기준이라고 하냐”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네티즌들은 이 같은 임 기자의 활약에 대해 “질문이 날카롭다”, “속이 다 시원하다”고 평가하며 ‘임열사’, ‘용자’로 부르고 있다. 한 블로거는 “답답한 마음을 대신 풀어주는 사람이 있어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가 실린 ‘디씨뉴스’엔 임 기자를 응원하는 댓글들이 가득하다. 지난 6일 포털사이트엔 ‘MBC 임명현 기자님을 사랑하는 카페’까지 개설됐다.
한편 임명현 기자가 지난 2일 MBC 〈뉴스24〉에서 남긴 멘트도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았다. 임 기자는 이날 마무리 멘트를 통해 “조류인플루엔자가 처음 발생했을 때 끓인 닭고기는 안전하다고 하면서 그때 총리, 장관들이 삼계탕을 시식하고 그랬다. 그때 일본은 우리나라의 닭이 위험하다면서 수입 금지조치를 내렸다. 검역이라는 게 그런 것이다. 안전성이 조금만 염려돼도 국가는 자국민 보호를 위해 강하게 규제하는 게 일반적인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