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 더 벌자고 전수검사도 않는 미국인데”
[토론회]‘광우병의 과학적 진실과 한국사회의 대응방안’(2)
김삼권 기자 quanny@jinbo.net / 2008년05월20일 12시03분
우희종 서울대 교수가 지적한대로 “모든 국제적 연구결과와 과학자들은 광우병이 매우 주의를 요하는 전염병임을 말하고 있다”면 왜 유독 미국과 한국정부만이 “5년 내에 사라진다”며 ‘안전하다’는 말을 되풀이 하는 것일까.
19일 ‘광우병의 과학적 진실과 한국사회의 대응방안’ 2부 토론회에 참석한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이에 대해 “미국 측에서도 안전성 문제를 잘 알고 있지만, 축산업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안전하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석균 “미 축산업계, 20달러 더 벌기 위해 전수검사 하지 않아”
우석균 정책실장은 “미국인들이 먹지 않는 소장을 한국에 팔 경우 미 축산업체가 벌어들이는 수입이 약 1억 달러이고, 그 다음에 선진회수육(ARM, 뼈를 긁거나 압력을 가해 긁어낸 고기)만 팔았을 경우에는 약 2천5백만 달러를 벌어들인다”며 “이번 협상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냐, 안전하지 않냐에 따른 것이 아니라 축산업계에 손해가 있냐 없냐에 따라 결정된 협상”이라고 비판했다.
우석균 실장은 미국에서 광우병 위험에도 도축소에 대해 전수검사를 실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미국에서 도축소에서 검사를 아예 하지 않았을 때에는, 전수검사를 했을 때 보다 마리 당 약 20달러 정도를 더 벌게 된다”며 “축산업이 망하는 것도 아닌데, 20달러 정도를 더 벌기 위해 도축소에 대해 전수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현재의 광우병 파동을 ‘과학 대 경제의 싸움’으로 요약했다.
그는 “현재 논쟁이 과학 대 과학인 것처럼 되어 있지만, 정확하게는 대자본의 논리 그리고 강대국의 논리와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정태인 교수는 미국이 한국의 쇠고기 시장에 ‘목을 매는’ 이유와 관련해 “자기들끼리 경쟁을 하고, 대량생산을 하면서 소가격이 떨어지는 등 미국 축산업의 현재 이윤율은 2%로 낮아져 있는데, 이 이윤을 높여주는 곳이 바로 한국과 일본”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미국소 한마리 가격이 1천2백 달러인데, 미국인들이 먹지 않는 10개 내장부위를 한국과 일본에 수출할 경우 이 가격이 100달러에 이른다”며 “미 축산업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대만에 수출을 함으로써 이윤이 비약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상표 “둑 무너뜨려 놓고, 홍수 막겠다니”
한편, 권호장 단국대 의대 교수는 사전예방원칙을 강조하며 “SRM(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이 우리 먹거리 체계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며 “광우병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하는 게 목적이라면, SRM은 반드시 제외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광우병과 관련한 사전예방원칙에 대해 비행기 사고를 예로 들었다. 그는 “비행기 이착륙 할 때 핸드폰 등 전자장치를 쓰지 말라고 하는데, 핸드폰 때문에 비행기가 떨어진 적은 한 번도 없다”며 “그런데 비행기가 추락했을 때 입을 피해가 너무 엄청나기 때문에 사전에 조심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정부가 최근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가 둑을 무너뜨려 놓고, 이제 와서 홍수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연령 및 부위 제한이 완전히 해제된 상태에서 수입을 중단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정도로는 결코 안전한 제품을 먹을 수 없다”며 “정부는 재협상을 하던가, 아니면 현재 협상된 것을 전면 무효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