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인 5222명 시국선언
촛불집회 어언 32번째
서울광장 빗속 1만여명 모여
한겨레 노현웅 기자 김성환 기자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회원들이 8일 오후 청와대 들머리인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쇠고기 협상 무효’와 ‘의료보험 민영화 반대’ 등을 주장하며 시국선언을 한 뒤, 시청 앞 광장으로 이동하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이 끝났지만 오는 10일 ‘100만 촛불대행진’을 앞두고 긴장은 더 높아지고 있다.
8일 저녁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속에서도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1만여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모였다. 시민들은 세종로 방향 차로를 막고 촛불문화제를 진행했는데, 차량 통제 등을 둘러싸고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참가 시민들은 이날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이 ‘폭력 시위 우려’ 담화를 발표한 데 대해 불쾌감을 표시했다. 취업을 준비 중인 이아무개(27)씨는 “도대체 경찰이 자의적인 기준을 대고 불법이라고 하고 엄단하겠다고 하는데 유치한 대응으로 느껴진다”며 “계속되는 촛불 집회를 진압하기 위해 핑곗거리를 찾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고3 여고생’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경찰 여러분, 여러분은 시민을 지키기 위해 계신 분들이잖아요. 왜 시민들을 지키지 않고 이명박 정부만 지키시는지 모르겠어요. 0교시 수업 정말 하기 싫은데 왜 하라고 하는지, 미국산 쇠고기 먹기 싫은데 왜 자꾸 수입하려고 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 돼요. 이명박 대통령님 제발 우리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 학생이 발언 중간에 울음을 터뜨리자 시민들은 “울지마”, “괜찮아”를 연호했다.
앞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대책회의)는 이날 저녁 7시께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의 종료를 선언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등으로 구성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쇠고기 협상 무효·의료 민영화 반대·민주화 쟁취를 위한 제2의 6·10 항쟁 시국선언’을 열었다. 보건의료인 5222명이 동참한 시국선언문에서 이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을 즉각 재협상하고 의료 민영화 정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황상익 서울의대 교수는 이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그동안 ‘국민과 함께한다’,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는데, 어제 우리가 들은 소리는 결국 ‘소나기는 피하면 된다’라는 말”이라며,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이제 도저히 같이 살 수도 없고,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홍준 울산의대 교수는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것 자체가 국민 건강권을 지켜내는 중요한 투쟁”이라고 목청을 돋우었다. 보건의료인들은 이어 쏟아지는 비에도 아랑곳없이 흰 가운을 걸친 채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거리행진을 벌였다.
노현웅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