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정부, 이명박 정부에 실망감
한국 당정청 대표단 만남 꺼려…수출업체들, 자율규제에 시큰둥
한겨레 류이근 기자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추가협상’을 선언하고 미국 방문길에 오른 것은, 워싱턴에 몰려간 한국의 당·정·청 대표단이 협상 상대도 제대로 만나지 못하는 등 미국 쪽의 반응이 예상보다 훨씬 싸늘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 정부 쪽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 “한국에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수출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조처를 마련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한 청와대의 발표에 상당한 불쾌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협의돼야 할 사항을 합의한 것처럼 기정사실화해 미국 쪽에 부담을 떠넘겼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미국 쪽의 이런 불쾌감이 11일 추가협상이 이뤄지지 못한 큰 이유”라며 “부시 행정부가 10년 만에 복귀한 한국 보수정권에 걸었던 기대가 실망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백악관은 “쇠고기수출업자들이 쇠고기 교역에서 한국 수입업자들과 상호 수용 가능한 해결책에 도달하면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고 통화내용을 공개해 청와대 발표와 차이를 보였다.
미국 쪽의 냉담한 반응을 감지한 당·정·청 대표단은 10일 밤(현지시각) 면담 상대와 역할을 분담하고, 뒤늦게 한국 쪽 요구사항을 조정하는 촌극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단은 양국의 수출입업계가 자율규제를 통해 월령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해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가 쌓일 때까지 일정 기간 수출을 미루도록 하고 두 나라 정부가 이를 보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미국 쪽은 다음날 이런 제안을 듣는 자리조차 만들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업계의 자율규제가 우선돼야 한다는 견해다. 반면, 시한부 월령표시 방안을 제시했던 미국 수출업계는 추가적인 자율규제 협의보다는 한-미 정부 간의 협의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정부를 바람막이로 삼아 궁극적으로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관철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양쪽이 서로에게 공을 떠넘기며 협의 자체를 꺼려 한국 정부를 한층 초조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육류 가공·판매 업체인 미국의 타이슨푸드는 지난 4일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2일 밤 한국 정부가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출해달라고 요청해왔지만, 우리가 그런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 미 정부로부터 어떤 반응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 문제와 관련해 수출 업계가 정부보다 앞서 움직일 생각이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대목이다. 타이슨푸드는 또 “우리는 이것(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둘러싼 한국 내 논란)을 일시적인 차질로 본다”며 “앞으로 언젠가 한국과 일본, 그리고 다른 나라에 쇠고기를 (제한 없이)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류이근 기자 hoonie@hani.co.kr
한국 당정청 대표단 만남 꺼려…수출업체들, 자율규제에 시큰둥
한겨레 류이근 기자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추가협상’을 선언하고 미국 방문길에 오른 것은, 워싱턴에 몰려간 한국의 당·정·청 대표단이 협상 상대도 제대로 만나지 못하는 등 미국 쪽의 반응이 예상보다 훨씬 싸늘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 정부 쪽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 “한국에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수출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조처를 마련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한 청와대의 발표에 상당한 불쾌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협의돼야 할 사항을 합의한 것처럼 기정사실화해 미국 쪽에 부담을 떠넘겼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미국 쪽의 이런 불쾌감이 11일 추가협상이 이뤄지지 못한 큰 이유”라며 “부시 행정부가 10년 만에 복귀한 한국 보수정권에 걸었던 기대가 실망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백악관은 “쇠고기수출업자들이 쇠고기 교역에서 한국 수입업자들과 상호 수용 가능한 해결책에 도달하면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고 통화내용을 공개해 청와대 발표와 차이를 보였다.
미국 쪽의 냉담한 반응을 감지한 당·정·청 대표단은 10일 밤(현지시각) 면담 상대와 역할을 분담하고, 뒤늦게 한국 쪽 요구사항을 조정하는 촌극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단은 양국의 수출입업계가 자율규제를 통해 월령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해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가 쌓일 때까지 일정 기간 수출을 미루도록 하고 두 나라 정부가 이를 보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미국 쪽은 다음날 이런 제안을 듣는 자리조차 만들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업계의 자율규제가 우선돼야 한다는 견해다. 반면, 시한부 월령표시 방안을 제시했던 미국 수출업계는 추가적인 자율규제 협의보다는 한-미 정부 간의 협의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정부를 바람막이로 삼아 궁극적으로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관철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양쪽이 서로에게 공을 떠넘기며 협의 자체를 꺼려 한국 정부를 한층 초조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육류 가공·판매 업체인 미국의 타이슨푸드는 지난 4일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2일 밤 한국 정부가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출해달라고 요청해왔지만, 우리가 그런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 미 정부로부터 어떤 반응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 문제와 관련해 수출 업계가 정부보다 앞서 움직일 생각이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대목이다. 타이슨푸드는 또 “우리는 이것(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둘러싼 한국 내 논란)을 일시적인 차질로 본다”며 “앞으로 언젠가 한국과 일본, 그리고 다른 나라에 쇠고기를 (제한 없이)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류이근 기자 hooni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