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중지 목사 명단, 졸속에 명의도용까지
이동원 송태근 나핵집 이름 버젓이 게재…동명이인 속출 ‘언론사에 책임전가’
입력 : 2008년 07월 14일 (월) 20:07:58
촛불중지 호소문에 동의했다는 9101명의 목사 명단이 졸속으로 작성되었거나 일부 명의가 도용된 사례가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의 명단은 기독교사회책임(대표 서경석, 이하 기사임)이 자원봉사자 40명을 동원해 6월 30일부터 7월 10일 오전까지 4만 5000명의 목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중 동의를 받은 9101명의 이름을 수록한 것이다.
그런데 이 명단에 본인이 직접 동의를 하지 않았음에도 버젓이 이름이 올라간 사례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 이 목사의 이름은 기사임이 명단을 공식 발표하기 하루 전인 7월 9일 각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촛불중지 호소문에 서명한 주요 목사 38명 중의 한 명으로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이동원 목사는 현재 미국에 체류 중에 있으며 촛불중지 호소문에 동의한 사실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구촌교회 한 관계자는 “기독교사회책임이 어떻게 이런 비도덕적인 일을 저질렀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고 매우 불쾌한 심정이다”고 말하고 “이동원 목사는 이 단체의 고문직을 사임할 것 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 송태근 목사(강남교회)와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나핵집 목사(열림교회, 기장 평화공동체운동본부)는 여성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혔음에도 명단이 올라간 경우다.
특히 송태근 목사는 이번 기사임의 전화를 통한 서명운동이 일종의 사기에 가까우며 기독교의 진실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송 목사는 “한 여성이 전화로 ‘목사님도 이명박 대통령이 끝까지 임기를 잘 마치시기를 원하시지요?’라고 물어서 선뜻 ‘아니오’ 라고 할 수 없어서 얼떨결에 ‘네’라고 대답했다”고 설명했다.
즉 기사임 측은 송 목사에게 ‘촛불집회가 중지되어야 한다’는 질문 대신에 응답자가 무심코 긍정적인 대답을 할 만한 내용을 미끼처럼 던져놓고 거기에 걸려들기를 기다렸던 셈이다. 송 목사는 전화를 끊고 일종의 ‘낚시전화’에 걸렸다고 생각하고 바로 항의를 했으나 상대편은 시종일관 매우 불손한 태도를 보였으며, 게다가 자신들을 ‘한기총’이라고 소개해서 관련 기사가 나오기까지 한기총을 해당 기관으로 오해했다고 말했다.
송 목사는 “기사임의 이 같은 태도는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을 결정한 정부의 태도 보다 더 나쁜 행위”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측 정준경 목사(뜨인돌교회)는 중국동포 여성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촛불중지 호소문의 내용과 전혀 다른 답변을 했으나 9101명 중 한 명으로 기재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 목사는 중국동포 여성에게 “촛불집회가 중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당연히 촛불집회는 중지되어야 한다“고 서두를 꺼냈지만 ”단 정부가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했을 때“라는 단서를 붙였다.
정 목사의 답변은 사실상 ‘촛불집회가 현 상태에서 중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지만, 중국동포 여성이 정 목사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든지 고의로 답변의 진의를 왜곡했든지 간에 정 목사를 촛불중지 호소문에 동조하는 목사 명단에 함께 올려놓았다.
정 목사는 또 전화를 건 중국동포 여성이 시국이나 교회 용어에 익숙하지 않아 소통하는데 애를 먹은 것으로 드러나, 촛불집회와 관련된 설문조사를 진행하는데 ‘원활하지 못한 소통’이 큰 문제점 중의 하나였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기사임이 9101명의 목사 명단을 이름만 공개하는 통해 동명이인 목사들이 보수적 시국관을 지닌 인사로 매도당하는 상황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한명수 조화순 방인성 등 촛불집회를 긍정적으로 보는 목회자들의 이름이 명단에 올라 있어서 이들이 과연 동명이인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측 전 아무개 목사는 자신이 이름이 올라 있어 직접 기사임에 확인해 본 결과 동명이인임을 알게 되었으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받는 상황이 매우 불쾌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 기사임이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명단을 공개한 언론사의 책임으로 떠넘긴 것으로 확인돼 ‘기독교사회책임’이라는 단체의 이름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전 목사에 따르면 기사임 한 관계자는 원래 명단을 공개할 생각이 없었으나 일부 언론사가 무단으로 명단을 빼내간 것이라며, 자신들은 이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했다는 것.
그러나 <뉴스앤조이> 등 명단을 공개한 언론사들은 7월 10일 기자회견 후 기사임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이름만 들어 있는 명단을 받았으며, 당시 기사임 측은 교회 이름은 공개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밝힌바 있다. -뉴스앤조이가 받은 명단에는 교회명과 전화번호가 따로 기재된 파일이 기독교사회책임 담당자 실수로 포함되어 있었으나 목사 이름과 도무지 매치할 수 없는 상태여서 사실상 폐기처분 하였음을 알립니다.
기사임은 현재 유럽에 체류 중인 서경석 대표와 김규호 사무총장이 조만간 귀국하는 대로 설문조사 명단과 관련된 문제점을 분석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망돼 귀추가 주목된다.
최종편집 : 2008년 07월 15일 (화) 06:3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