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 사임
“정국상황 고려 결심”…TV연설서 뜻 밝혀
한겨레 조일준 기자
»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18일 사임 의사를 밝히는 생방송 장면을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전자제품 상점에서 한 시민이 지켜보고 있다. 이슬라마바드/AP 연합
탄핵 위기에 몰렸던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18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이날 전국에 생중계된 텔레비전 연설에서 “정국 상황을 고려하고 법률 자문 및 정치 동지들과 상의한 끝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미국이 주도한 ‘대테러 전쟁’의 충실한 동반자 역할을 했던 무샤라프의 사임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중심으로 서남아 지역의 대테러 전선에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나의 미래는 국민들의 손에 맡기겠다”면서도 “나는 내 자신이 아니라 모든 파키스탄 국민을 위해 일해온 만큼, 내게 제기된 어떠한 탄핵 사유도 성립될 수 없다”고 항변했다.
무샤라프가 집권연정의 끈질긴 사임 압력에도 물러나지 않겠다고 버티면서, 한때 의회해산 등 초강경 책으로 맞대응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전날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무사라프에 대한 망명지 제공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는 등, 미국이 사실상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자 사임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무샤라프는 1999년 육군 참모총장 재임 중 ‘무혈’ 쿠데타를 일으켜, 그해 합법적 총선으로 집권했던 나와즈 샤리프 정부를 무너뜨리고 권좌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귀국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암살된 뒤 야당에 대한 동정표가 몰리면서 총선에서 패배해 궁지에 몰려왔다. 그는 올해 초부터 집권연정을 주도하는 파키스탄인민당(PPP)과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로부터 헌법 위반과 9년 간의 통치 기간 동안 저지른 불법 행위로 탄핵 압력을 받아왔다.
그의 탄핵 사유에는 초헌법적 조처를 통한 쿠데타 집권을 비롯해 △지난해 대법관 축출 등 사법부 탄압 △주정부에 대한 국가재정위원회 예산 배분 절차 무시 △발루치스탄 분리독립을 외치던 정치인 나와브 아크바르 부그티 살해 △이슬람 급진 ‘랄마스지드’(붉은사원) 유혈 진압 △의회와 각의를 무시한 외국 군대와의 협정 체결 등이 포함됐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기사등록 : 2008-08-18 오후 06:56:19 기사수정 : 2008-08-18 오후 06:5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