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 쓰듯 감세…뒷전 밀린 복지
보육·여성·가족 관련 예산…참여정부땐 연42% 증가
내년부터는 9.5% 늘어나…취약계층 지원도 절반으로
한겨레 정남구 기자
정부의 대규모 감세정책이 사회복지 지출 억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2011년까지 올해에 견줘 20조원이 넘는 대규모 감세를 계획하고 있는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 임기 동안 사회복지 지출을 정부 총지출 증가율 수준에서 억제하기로 한 까닭이다. 복지지출 억제는 고소득자와 자산가한테 혜택이 집중되는 감세와 어울려 계층간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 예산에서부터 복지 지출은 빠듯해진다. 정부는 내년 복지·보건 관련 예산(73조7104억원)이 올해보다 9.0% 늘어나 증가율이 총지출 증가율(6.5%)을 웃돈다고 밝혔다. 하지만 늘어나는 복지·보건 예산 6조588억원 가운데 5조2809억원이 국민연금 급여지출(2조4168억원), 건강보험 재정부담금(6566억원), 기초노령연금(8749억원) 등 기존 제도의 확대에 따른 자연 증가분이다. 이를 빼면,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늘리는 내년 복지·보건 예산은 7779억원에 불과하다.
내년 사회복지 부문 지출(66조9308억원) 가운데 국민연금·공무원연금 등 네 가지 공적연금을 빼고 계산하면, 증가율은 6.9%에 그친다. 이태수 현도사회복지대 교수는 “새 정부는 능동적 복지를 천명하지만 예산 내역을 살펴보면, 적극적인 예산 배정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물가가 폭등한 상황에서 그나마도 미흡한 현재의 급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복지의 후퇴”라고 말했다.
내년 이후에도 정부는 복지 지출 증가를 계속 억제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30일 발표한 ‘2008~2012 국가 재정운용 계획’을 보면, 사회복지 지출은 내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8.4% 늘어나는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지출을 빼고 보면, 증가율은 연평균 6.57%로 총지출 증가율(6.2%)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가 기능별로 정부 지출을 분류하기 시작한 2005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의 사회복지 지출(공적연금 제외) 증가율은 연평균 9.28%였다.
특히 보육·여성·가족 부문과 노인·청소년·취약계층 지원 예산의 증가율이 앞으로 크게 떨어지게 된다. 2005~08년 사이 보육·여성·가족 부문 예산은 7천억원에서 1조6천억원으로 연평균 42% 늘어났다. 하지만 내년부터 2012년까지는 연평균 9.5% 늘리는 것으로 정부는 계획을 세웠다. 노인·청소년·취약계층 지원 예산도 2005~08년 기간에는 연평균 31% 늘었으나, 앞으로 새 정부 4년 동안은 연평균 14.1% 늘어나는 데 그친다.
김종건 동서대 교수는 “우리나라 재정에서 복지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8년 약 18%에서 2006년 약 28% 수준으로 10%포인트 높아졌다”며 “특히 참여정부 기간에 육아지원을 위한 보육예산을 크게 늘렸고,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공급하기 위한 재정투자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 재정운용 계획은 기존 제도를 활용할 뿐, 새로운 복지 서비스는 확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평가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