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우선”
올해 건강보험 1조5천억 흑자분 어디에 쓰나
2008-10-16 오전 11:49:34 게재
시민단체 주장에 복지부 “흑자는 일시적”난색 … 의료단체 “수가 현실화”
올해 건강보험 당기흑자가 1조5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보건시민단체가 흑자분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우선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 주목된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건강보험 재정흑자분을 모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써야 한다”며 “고액 중대상병에 대해서 본인 부담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정 본인부담 상한액을 현재 6개월 200만원에서 1년에 200만원 줄여야 하고 노인틀니나 스케일링 등 국민들 요구가 높은 비급여의 진료서비스의 보험적용을 제시했다.
이 단체는 또 “전년도 이월된 9000억원을 더하면 건강보험 누적흑자는 2조원이 넘는다”며 “재정 흑자분을 어디에 쓸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정부 출범이후 건강보험 보장성 계획이 제시된 적이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1987년 이후 건강보험 보장성 계획을 제시하지 않은 유일한 정부가 현 이명박정부라는 것이다.
지난해 건강보험 보장률은 64.6%로 여전히 80%에 이르는 선진국에 비해 환자 개인 부담률이 높다.
이 단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온 보험정책이 보장성을 후퇴시킨 만큼 재정흑자분은 보장성 강화에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부터 외래본인부담금을 30% 정률제로 바꾸었고 올해 들어서 식대본인부담을 20%에서 50%로 늘렸으며 6세미만 입원 본인부담을 0%에서 10%로 올렸다.
게다가 올해 심각한 경제 침체로 “국민들의 실질소득이 줄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보장성 강화는 정부의 국고지원 약속을 제대로 지켜도 당장 시작할 수 있다”며 “지원받지 못한 금액이 수조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9월 현재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수입 21조9254억원에서 지출 20조4360억원으로 1조4894억원 당기수지 흑자다. 누적수지는 2조3845억원 흑자다.
외래 급여비와 내원일수는 증가했지만 입원 일수와 약국 급여비가 상대적으로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영찬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관은 “새로 강화한 보장성은 매년 계속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올해 당기수지흑자만 가지고 보장성 강화 계획을 짜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건강보험 보장성에 대해 몇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11월중에 실시한 뒤 조사결과에 따라 보장성 강화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료서비스 공급자단체인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내년도 요양급여비용 협상과정에서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가체계를 유지하려 한다”며 “적정수가 인상만이 국민 건강권을 보장한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 가입자단체로 구성된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는 의료단체 협상에 앞서 수가인상률을 1.94%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단체들은 “우리나라의 의료비 지출은 GDP(국내총생산) 6% 수준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의 절반수준인데 비해 의료서비스 수준은 세계 5위”라며 “보건의료공급자의 노력을 간과해서는 안되며 요양기관의 경영악화는 국민 건강과 직결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물가불안 등으로 보험료 인상이 어려운 만큼 수가도 지난해 수준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의료단체 요구안이 차이가 많이 나 일부 단체는 협상 결렬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건보공단과 요양기관 수가협상은 17일까지 계속된다. 이 때까지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표결로 결정되게 된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