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 올려서 보장성 ‘찔끔’ 확대?
재정 흑자 2조4천억 바라보는데…
정부, 보장범위 따라 보험료 2.4%~14.5% 올릴 계획
“흑자 1조 비축… 서민보다 재정 안정에만 관심” 비판
김양중 기자
» 건강세상네트워크, 의료소비자시민연대, 한국백혈병화우회 등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건강연대 회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계동 보건복지부 앞에서 2009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공동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2조 4천억원이 넘는 2008년 건강보험 누적흑자를 중증질환자, 노인틀니, 만성질환자 등에게 보장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올해 건강보험 재정 흑자가 2조4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보험료 인상을 전제로 보험 적용 범위를 일부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서민들의 과도한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보다는 보험 재정 안정화에만 치우친 방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27일 암 환자의 건강보험 진료비 가운데 환자 부담 비율을 기존 10%에서 5%로, 희귀난치성 질환자는 기존 20%에서 10%로 낮추는 등 일부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넓히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안’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 안에는 소득 수준별로 본인부담금 상한제를 차등 적용하고, 고도비만 치료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를 시행하려면 암 환자 진료비 1300억원, 고도비만 치료비 1천억원 등 모두 5500억원 가량이 들 것으로 예상돼, 보험료를 2.4% 인상해야 할 것으로 복지부는 추계했다.
복지부는 또 초음파, 척추질환 엠아르아이(자기공명 영상촬영), 치석 제거, 노인 의치 등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며, 그 재원을 마련하려면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14.5% 올려야 한다고 추정했다. 의료계 요구로 의료수가 인상분을 반영하면 내년 보험료는 더 오를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미흡하다”며 건강보험 재정 흑자 예상액을 건보 보장성 확대에 쓸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 안대로 하면 올해 말 누적 흑자 2조4천억원 가운데 1조3500억원을 차상위계층 의료수급권자 진료비 등에 쓰고, 나머지 1조원 가량은 비축하는 결과가 된다고 시민단체들은 분석했다. 이진석 서울대 의대 교수는 “올해 재정 흑자 예상액은 어린이 입원료나 병원 밥값 등을 줄인 영향이 큰데, 이를 비축하겠다는 것은 서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덜기보다 재정 안정에만 신경쓴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물가는 대폭 오르고 소득 수준이 떨어진 중·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 주려면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시급하다”며 “복지부는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늘리려 할 뿐, 예산 지원 확충 계획은 없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순위도 환자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안기종 백혈병환우회 사무국장은 “고도비만 치료는 중증질환보다 당장 시급하지 않은데도 이를 우선 항목에 넣은 것은 제약회사 이익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건강보험 재정 절감 방안으로 동네의원을 찾는 환자의 진료비 부담을 현재 30%에서 35%로, 병원은 40%에서 50%로 올리는 안을 내놓은 것을 두고도 “서민들의 병원 문턱을 높여 의료 이용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