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개편안, 경총 반대로 난항
정부, 당뇨·고지혈증·고혈압 등 상담 강화 추진
기업쪽 “노동손실 발생하고 보건관리 비용늘어”
김양중 기자
정부가 1·2차로 나뉘어 있는 건강검진을 한 차례로 통합해 고지혈증 같은 심장·뇌혈관 질환의 주요 위험요인을 미리 발견하고 상담·교육을 강화하는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사용자 쪽이 보건관리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사실상 반대해 난항을 겪고 있다.
10일 보건복지가족부 등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최근 활동량 부족, 식사 습관의 서구화 등으로 빠르게 늘고 있는 고지혈증 등 생활습관병의 진단을 위해 좋은(H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을 한꺼번에 검사하는 개편안을 마련했다. 지금은 1차 검진에서 총콜레스테롤 수치에 이상이 있어야 2차에서 이런 검진을 받을 수 있다. 또 검진에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이 의심되면 식생활, 운동 등 평소 생활습관을 평가해 상담·교육을 받도록 했다. 김한숙 복지부 건강증진과 사무관은 “현재는 1차에서 이상 소견이 나와도 2차 검진을 받는 비율이 35% 정도”라며 “일반 건강검진을 통합해 심장·뇌혈관 질환의 위험요인들을 미리 발견하려는 개편안”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아울러 과거부터 검진 항목에 있던 비(B)·시(C)형 간염 검사와 심전도 검사 등은 빼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검진 항목 조정과 상담 절차 신설은 필요하다는 견해다. 일반 건강검진 제도개선 특별위원회는 “특히 생활습관병 관리와 관련한 상담의 강화는 꼭 있어야 한다”며 “심전도 검사처럼 아무 증상이 없을 때 검진 효과가 없는 검사는 빼고, 신장 질환은 소변 검사보다 유용한 크레아티닌 검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개편안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계는 수긍하는 태도다.
그러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상담·교육 강화 등에 ‘노동 손실이 예상된다’는 등의 이유로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경총은 지난달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고혈압·당뇨 등의 의심자에 대한 상담으로 노동 손실이 발생하고, 검진 항목을 조정하면 기업의 보건관리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호성 경총 사회정책본부장은 “검진을 통합하면 질병이 없는데도 검진 결과에서 이상이 있는 것처럼 나오는 경우가 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영식 울산대 의대 교수는 “경총은 노동 손실 등의 이유로 반대하기 앞서, 검진 대상자의 건강이나 건강검진의 의학적인 타당성을 우선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이달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를 앞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을 방침이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