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지상군 투입…가자지구 침공 장기전 돌입하나
하마스 “이스라엘 병사들의 무덤이 될 것”
기사입력 2009-01-04 오후 12:00:39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침공을 개시한 지 8일째만에 지상군 투입에 돌입했다.
현지시간으로 3일 밤 탱크부대 등 이스라엘의 지상군은 공격용 헬기의 호위를 받으면서 60km에 달하는 접경지대를 넘어 가자지구로 진격해 들어갔다. 이에 맞서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박격포를 발사하며 반격에 나서는 등 양측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 이스라엘이 탱크부대를 앞세우고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했다..ⓒ로이터=뉴시스
하마스 대변인 이스마일 라드완은 “가자지구가 이스라엘 병사들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하마스 테러 기반시설 파괴가 목표”
하지만 이스라엘군 대변인 아비탈 레이보피츠는 “이스라엘군의 목표는 작전구역 내 하마스의 테러 기반시설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하마스가 사용했던 로켓탄 발사지역 중 일부를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앞서 지상전을 위해 가자지구와 접경선에 탱크와 포병대, 특수부대 등 1만 명의 병력을 집결시켰다.
아비 베나야후 이스라엘군 여단장은 “이스라엘의 지상작전에는 많은 날이 소요될 것”이라고 언급해 장기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도 “이번 작전은 짧지도 쉽지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지상군 투입 직전 단행한 대공습으로 가자지구 북부의 한 모스크가 파괴되면서 그 안에서 예배를 보던 팔레스타인인 16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당시 모스크 안에는 200명 이상이 기도하고 있었으며, 희생자 중에는 10살과 12살 난 형제 등 어린이 4명이 포함됐다고 팔레스타인 의료당국이 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27일 하마스에 대한 ‘캐스트 레드’ 작전을 개시한 이후 800여 차례의 공습을 벌였고,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인 460명이 사망하고 2300명이 부상했다.
반면, 하마스는 이번 전쟁 기간에 500발 이상의 박격포탄과 로켓탄을 발사해 군인 1명을 포함, 이스라엘인 4명을 숨지게 하고 수십 명을 다치게 했다.
이번 지상군의 투입으로 팔레스타인인의 인명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이스라엘군의 인명피해도 적지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자지구의 응급구조대는 지상전 개시 직후 어린이 1명과 여성 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 중재 노력 불구, 신속한 휴전 성사 어려울듯
한편,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을 이끌어 내기 위한 중재에 나섰다. 유럽연합(EU) 이사회 순회의장국인 체코의 카렐 슈바르첸베르크 외무장관이 이끄는 EU 대표단은 4일 이스라엘 정부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하마스 측의 고위 인사들 차례로 만나 휴전을 중재하기로 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양측의 휴전을 중재하기 위해 5일 중동 지역의 순방길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지상군 투입은 지난달 31일 이스라엘 안보내각 회의에서 프랑스의 `48시간 휴전안’을 거부하면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 휴전이 단기간 내에 성사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당시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상황이 무르익으면 외교적 해결책을 검토할 수 있겠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며 프랑스의 휴전안에 대한 단호한 거부 입장을 밝혔다.
하마스와 휴전을 하게 되면 `로켓탄 공격 근절’이라는 이번 전쟁의 표면적 목표조차 달성하지 못한 채 하마스에 전열을 정비할 기회만 제공할 뿐이라는 게 이스라엘 수뇌부의 판단이다.
실제로 하마스는 2007년 6월 가자지구를 장악한 이후 이스라엘에 5500발의 로켓탄을 발사해 남부 지역의 이스라엘인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하마스는 이번 전쟁 기간에도 500발이 넘는 박격포탄과 로켓탄을 쏘아 올렸다.
띠라서 이스라엘은 지상군까지 투입해 하마스 세력을 최대한 약화시킨 뒤 유리한 조건에서 휴전을 체결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무부도 “미국은 휴전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로켓탄을 발사하는 현 상황을 용인하지 않는 방향으로 휴전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휴전 중재 움직임도 지상작전 개시를 계기로 더욱 빨라지고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돼 전쟁은 장기전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이스라엘이 2년 전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벌인 전쟁도 유엔의 중재로 34일 만에 막을 내렸다.
이스라엘군 지휘관들은 3∼4주이면 지상작전을 끝낼 수 있다고 장담해왔다. 또한 늦어도 2월 10일 치러지는 이스라엘의 총선거 이전에 이번 작전이 일단락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승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