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춘칼럼) 생존권 요구한 국민 누가 죽였나
2009/01/20 11:33
참혹한 주검이 되었다. 오늘 아침까지도 애면글면 살려고 안간힘을 쓰던 그들이다. 그들은 지금 싸늘한 주검으로 우리 앞에 놓여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재개발 지역. 철거 반대 농성을 벌이던 철거민들이 경찰 특공대 진압 과정에서 불에 타 숨졌다.
사건이 일어나기 바로 전날에도 경찰과 철거민 사이에 격렬한 충돌이 있었다. 바로 그 날 법무부 차관에 새로 임명된 이귀남은 살천스레 말했다.
“불법 집단행동을 통해 의사를 관철하거나 목적을 달성하려는 시도는 법에 따라 엄단,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정착시켜야 한다.”
이명박 정권 실세의 절대용납하지 않겠다는 서슬
이명박 정권의 실세 차관으로 언론에 소개된 그의 말을 경찰이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미루어 짐작할 일 아닌가. 실제로 다음날 경찰의 모습은 전날과 확실히 달랐다. 살수차 3대를 동원했다. 경찰 병력이 들어간 컨테이너 박스를 기중기로 건물 옥상에 끌어 올리며 가혹하게 진압 작전을 벌였다. 이 정권의 실세차관인 신임 법무차관의 발언을 충실하게 수행했다고 자부할만하다.
그러나 그 결과는 무엇인가. 먹고 살려고 발버둥 치던 영세자영업자들의 참혹한 주검이다.
그래서다. 냉철하게 쓴다. 대다수 신문과 방송이 넘어갔지만, 이귀남 차관이 누구인가?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그룹으로부터 정기적인 떡값을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지목한 인물 가운데 하나다.
묻고 싶다. 단순한 우연일까? 용산 재개발 현장의 참사가 일어난 곳의 시공사는 다름아닌 삼성건설이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옳은가?
삼성건설이 시공하는 현장에 투입된 공권력
살아가는 데 아무 불편이 없는 사람들은 철거민들이 너무 심했다고 눈흘길 수도 있다. 철거민들의 투쟁에 대해 ‘부당한 요구’라고 예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가 감히 생존권 요구를 부당하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아니 더 찬찬하게 짚어볼 일이다. 전국철거민연합 관계자가 밝혔듯이, 참혹하게 죽은 철거민들은 재개발 자체를 부정한 게 결코 아니었다. 다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 시공사가 최소한의 생존권은 보장해달라는 하소연이었다. 철거민들은 시공사인 삼성건설과 재개발 조합, 관할 용산구청이 철거민대책위와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생각해보라. 지금까지 장사를 하며 먹고 살았던 터전이 사라진다면 당사자는 어떨까? 더구나 경제 위기가 무장 심화되고 있는 상황 아닌가? 강제로 철거하기 전에 상인들의 임시 주거와 생계를 위한 임시 시장을 마련해달라는 주장이 과연 억지인가? 함께 모여 논의할 의제조차 되지 못하는가?
그렇다. 단순한 우연처럼 보이지만, 전혀 아니다. 먹고 살자고 아우성치던 자영업자들의 참혹한 죽음은 이명박 정권의 재벌중심 정책과 법대로 하겠다는 공안통치가 낳은 필연이다.
비참하게 숨진 민중들의 영전 앞에 삼가 옷깃을 여미며 눈 부릅뜨고 묻는 까닭이다. 누가 애면글면 먹고 살게 해달라고 요구해온 국민을 참혹한 주검으로 만들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