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민 대책위원장 이충연씨 ‘기구한 스토리’
이로사기자 ro@kyunghyang.com
ㆍ아버지는 숨지고 아들은 ‘화상 체포’ 철거민父子 참담
서울중앙지검 수사본부는 28일 부상으로 입원 중인 용산4구역 상가공사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 이충연씨(37)를 체포했다. 검찰은 이씨를 전국철거민연합회 남경남 의장(55)과 함께 점거농성을 기획한 핵심인물로 지목해왔다.
용산 참사 당일 화상을 입은 이씨는 이날 낮 입원 치료를 받던 병실에서 연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병원 이송 당시 산소호흡기를 부착한 채 의사소통을 제대로 못하는 등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사 이상윤씨는 “이씨는 최소 2주 이상 충분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라며 “병실에서 연행해가는 것은 비인도적 처사”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입원 중인 이씨가 조사를 받을 수 있는 상태라는 의사의 소견에 따라 체포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번 참사 사망자 중 한 명인 이상림씨(71)의 아들이다. 이씨 가족은 참사가 난 지역에서 17년 동안 갈비집을 운영했고, 지난해 3월 호프집으로 업종을 바꿨다. 그러나 2개월 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철거민 신세가 됐다.
이씨는 철거된 집을 떠나 호프집 건물 옥상 단칸방에 살며 철거민대책위 임시위원장을 맡았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재개발 용역 폭력에 맞서왔다.
용산철거민 사망사건 진상조사단은 기자회견을 열고 “아버지 장례도 치르지 못한 상황에서 아들까지 체포해가는 참담한 상황”이라며 “이 위원장의 어머니는 충격에 실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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