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직권상정 보도, KBS ‘뉴스9’의 진짜 굴욕

직권상정 보도, KBS ‘뉴스9’의 진짜 굴욕  
<뉴스데스크>·<8시뉴스>와의 차이…기자 브랜드화로 해결?

2009년 02월 26일 (목) 08:46:14 나난  uridle1981@naver.com  

KBS가 간판 뉴스인 <뉴스9>의 시청률 하락에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을 이제야 들었다면, 당신은 정말 소식이 깜깜한 사람이다. 이미 KBS 노동조합 요구로 공정방송위원회에서도 뉴스 시청률 하락이 안건으로 다뤄지기도 했다는 사실. 또 한 언론매체에서는 이런 KBS 뉴스를 두고 ‘굴욕’이라 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공정방송위원회에서는 <뉴스9>의 시청률 하락 원인으로 ‘SBS <아내의 유혹> 인기’와 ‘KBS 1TV <집으로 가는 길> 시청률 하락’으로 인한 영향과 더불어 뉴스 자체 경쟁력 약화라고 꼽혔다고 한다. 사측에서는 뉴스 자체 경쟁력 약화에 대한 대안으로 “<뉴스9>의 완성도를 제고하고 전문기자를 육성해 기자 브랜드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또한 “<뉴스9>의 시청률 하락이 올해 1~2월에 걸친 단기적인 현상이라고 기대하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KBS 관계자의 말도 전했다. 정말 사측다운 답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만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KBS에는 미안한 얘기지만 “이런 <뉴스9>의 굴욕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 때문이냐고? 이에 대한 물음은 25일 <뉴스9>의 보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어제 25일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이자 국회 문화관광체육방송통신위원장의 미디어관련법을 기습 상정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사건 당일인 어제 <뉴스9> 보도에는 “여권, 기습 상정한 이유는?”은 있고 “속기록 조작 의혹”과 “회의 의사일정 합의 없었다”는 없었다. ‘기습상정’이란 말은 있었지만 그에 대한 문제점은 지적하지 않았다. 또한 <뉴스9>에는 ‘날치기’라는 말은 언급되지 않았다. 실수였을까?

지난달 맺은 여야합의 파기 문제 지적한 SBS <8시뉴스>

    
  ▲ 2월 25일 SBS ’8시뉴스’ ⓒSBS  
최근 KBS <뉴스9>를 굴욕으로 몰아넣은 SBS <8시뉴스>는 25일 뉴스에서는 먼저 “여당이 언론관계법 기습상정으로 지난달에 맺은 여야합의를 파기했다”며 “이 모든 것은 무효이고 국회가 앞으로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한나라당에 있다고 하는 것을 분명하게 밝혀둔다”는 민주당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

또한 “고흥길 위원장의 직권상정이 절차적으로도 하자가 있어 원천무효”라는 민주당의 주장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SBS가 근거로 든 것은 “회의 의사일정을 바꾸려면 여야 협의나 의원들의 동의서를 받도록 한 국회법 절차를 무시했다”는 것을 들고 있다. 또한 민주당에서 “고 위원장의 법안 상정 선언이 명확하지 않은데도 의사록에는 잘 들린 것처럼 기록돼 있다며 조작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고도 이야기했다. 물론 ‘날치기 미수 사건’이란 말도 등장했다.

SBS <8시뉴스>보다 자세히 그리고 적극적으로 보도한 쪽은 MBC <뉴스데스크>였다.

법안 상정 적법성 파헤쳐 돋보인 MBC <뉴스데스크>

<뉴스데스크>는 법안 상정의 적법성 논란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뉴스는 먼저 “가장 큰 쟁점은 고흥길 위원장이 ‘법안을 상정합니다’라는 말을 했냐하는 것이다”라고 의문을 던졌다. 뉴스는 “속기록에는 ‘미디어법 등 22개 법안을 상정합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지만 당시 상황을 2개각도에서 찍은 테이프에는 상정한다는 말이 들리지 않는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민주당 역시 “고 위원장이 넘어지면서 말을 끝맺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고 실제 여러 뉴스를 찾아봐도 명확하게 ‘상정합니다’라고 들리는 영상을 볼 수는 없었다. 이 부분을 MBC <뉴스데스크>는 “(소란) 자, 미디어법 등 22개를…”로, SBS <8시뉴스> 역시 “미디어법 등 22개 법안을 상정…”이라고 말줄임표로 표시했다. 들리는 만큼만 적시한 것이다. 그렇다면 KBS <뉴스9>는? “한나라당은 속기록 상에도 법안상정이 확인됐다며 문제가 없다고 반박합니다”라고만 밝히고 있다. 마치 두둔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 2월 25일 MBC ‘뉴스데스크’ ⓒMBC  

<뉴스데스크>에서 또 법안 상정 적법성으로 의문시 한 부분은 “상정하면서 법안의 명칭을 밝히지 않은 것”이라면서도 “지난 주 회의에서 이미 밝혔다”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라고 전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그리고 25일 <뉴스데스크>의 진가는 여기서 발휘됐다. “한나라당이 치밀하게 사전 준비를 해 온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문제없다고 주장하는 지난 주 회의는 이러했다. 지난 19일 고흥길 위원장이 “장황하게 낭독하지 않더라도 미디어법 22개 법안에 대해서 상정을 하겠다든가 하는 것에 대해서 앞으로 너무 이해를 못 해서 무슨 법이냐 이렇게 말씀하지 마시고 이렇게 명백하게 제가 오늘 말씀을 드리니까…”라는 말이 있었다. 실제 25일 고 위원장은 직권상정 시도에 있어 ‘미디어법 22개 법안’이라 하지 않았는가.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법안 22개를 일일이 언급할 경우 기습 상정이 어려운 만큼 미리 약칭을 정하고, 기록을 남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쟁점으로 <뉴스데스크>가 꼽은 것은 “의사일정에 없는 법안상정을 했고, 의안을 배포하지 않은 절차적 문제”라고 꼽았다. 국회법 77조는 의사일정을 변경할 때 위원장과 교섭단체 간사의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81조는 의안은 사전에 배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뉴스데스크>는 발 빠르게 국회 의사행위 유효 여부의 판단권을 가진 의사국의 의견을 들어보기도 했다. 의사국에서는 “법안 명칭은 위원장이 이미 말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면서도, 절차상 하자에 대해선 국회법만 갖고 명확히 판단하긴 어렵다”고 판단을 유보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25일 논평을 통해 “22개 법안 명칭 중 미디어법이라는 법안 명칭은 없다”며 “행정실이 배부하려고 한 의안의 대표 명칭은 ‘저작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다”라고 밝혔다. 때문에 “고 위원장의 신문방송악법 날치기 상정시도는 고 위원장의 실수로 미수에 그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여권, 기습 상정한 이유는?”이라는 제목을 뽑은 KSB<뉴스9>

KBS보도 중 더욱 기가 찬 것은 KBS가 대놓고 “여권, 기습 상정한 이유는?”이라는 제목을 붙여 관련기사를 보도했다는 점이다. 뉴스는 “기습상정 배경에는 무기력증을 벗고 국정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여권 핵심부 판단이 작용했다”고 전하며 “허를 찔린 야당은 초강수 투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앵커의 코멘트로 시작됐다.

    
  ▲ 2월 25일 KBS ‘뉴스9′ ⓒKBS  

또한 그 구체적인 분석으로 들어가 “집권 2년차에 접어들며 핵심 정책을 담은 법안들을 통과시키지 못한다면 더 이상 탄력 있는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판단이 당내 중진들을 강경파로 돌아서게 한 것”, “특히 연말연초의 파행국회 직후 법안홍보에 주력했는데도 야당이 아예 협상을 거부한 데서 여론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에 따른다고 분석했다.

KBS뉴스에서 민주당은 단지 허를 찔렸을 뿐이다. 한나라당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과 말투에서부터 차이가 확연하다. <뉴스9>는 “기습공격을 당했지만 민주당이 결사항전을 결의하는 것도 여론이 자기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한 “지난번 폭력국회 논란에도 끝내 법안처리를 막을 수 있었던 데는 재벌과 권력에 방송을 넘겨줄 수 없다는 명분이 주효했고 아직도 그런 명분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착각하고 있다는 뉘앙스가 문장 전반에 흐른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의 “오늘의 고비 넘기느냐 못 넘기느냐는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한 의미 있었다”는 발언은 단지 ‘정국주도력을 쥐고 가겠다는 가파른 힘겨루기 양상’이 되었을 뿐이다. 이렇게 <뉴스9>에는 고흥길 위원장의 기습 직권상정을 두고 단순히 ‘정국주도권’ 싸움일 뿐이었다. 한나라당이 직권 상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고, 민주당은 단지 허가 찔렸을 뿐이라고 보도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이러한 차이들, 뉴스 완성도·전문기자·기자 브랜드화로 해결?

민주당이 “오늘 한나라당 고흥길 위원장의 신문방송악법 날치기 상정 시도는 원천 무효다”라는 논평을 낸 시각은 25일 오후 5시경. KBS <뉴스9>는 아시다시피 밤 9시 방영.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는 변명을 할 텐가? 그렇다면 같은 시각에 시작되는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를 어찌 설명이 가능한가.

자체적인 분석과 해석으로 고흥길 위원장의 직권상정 문제를 파헤친 MBC <뉴스데스크>, 비록 민주당의 말을 빌린 것이 대부분이지만 나름 선전한 SBS <8시뉴스>. 이 두 뉴스는 공통적으로 “속기록 조작 의혹”과 직권상정 절차적 하자로써 “회의 의사일정 합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KBS <뉴스9>에는 한나라당이 기습 상정한 이유만이 있었을 뿐이다. 진정한 KBS <뉴스9>의 굴욕이다. 그뿐이랴. SBS와 MBC에 모두 등장하는 ‘날치기’라는 표현을 KBS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과연 그것이 우연이었을까?

이러할진대 진정 KBS <뉴스9>의 차이를 “완성도를 높이고 전문기자를 육성해 기자 브랜드화를 추진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요즘 KBS <뉴스9>를 보고 있노라면, “민영방송이라고 얕보지 말고 시청률 낮다고 무시하지 말자”라는 생각이 절실히 든다. MBC <뉴스데스크>가 좌편향이라던 이들이 KBS <뉴스9>에 대해서는 문제제기 안하고 있는데 그들의 ‘공영방송’의 지표가 KBS이며 <뉴스9>라면? 아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