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약가 거품 빼기 사업 계획대로, 제대로 실시하라!

보건복지가족부, 대국민 사기극의 막을 올리는가?
[기고] 약가 거품 빼기 사업 계획대로, 제대로 실시하라!

기사입력 2009-03-09 오전 7:38:29

약값이 비싸다는 거,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얼마나 비싼가? 흔히들 얘기하는 “경제성”이 있다고 하는 것은 ‘그 물건의 가치에 합당한 금액이다’ 내지는 ‘비슷한 다른 물건(대체 가능한)과 비교해서 더 저렴하다’라는 뜻이다. 약에도 경제성이 있어야 한다. 비용 대비 효과라고도 한다. 이렇게 약이 얼마나 비싼지 평가해 현재의 거품 가득한 약값을 바로잡는 사업이 바로 ‘기등재약 목록 정비=약가 거품 빼기’ 사업이다.

이 약가 거품 빼기 사업은 2006년 12월에 발표된 새로운 약가 결정 제도인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핵심 사업이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비싼 약값과 그의 과도한 사용,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약값의 비중,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도입한 제도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제도의 시행으로 현재 국민건강보험 총 진료비의 30%, 약 10조 원의 약값을 매년 1%씩 줄여서 2011년까지 24%로 줄이고 그 비용만큼의 보장성을 높이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다.

하지만, 이 제도의 발표 2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떠한가?

2007 년 4월에 발표된 정부의 계획안에 따르면 약 16000여 품목의 ‘거품 빼기 사업’을 2011년까지 완료한다고 했다. 2007년은 ‘시범적으로 거품 빼기’를 하는 기간, 2008년부터 4년간은 본격적인 거품 빼기 사업을 실시하기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2009년 3월 현재까지 ‘시범적 거품 빼기 사업’조차 완료시키지 못 하고 있다. 시범적 거품 빼기 사업의 대상이 되었던 약 중 편두통약 57개의 거품 21억 원은 제거가 되었으나 고지혈증약 316개에 대한 453억 원의 거품은 아직도 보글보글하다. 수개월 내에 제거하겠다던 약가 거품을 약 2년의 시간 동안에도 제거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제까지 누려왔던 부당한 폭리를 놓지 않으려는 제약회사의 억지논리, 시간 끌기, 생떼쓰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발맞춘 것이 그 직접적인 이유이다. 정부는 보험료를 내고 직접 약값을 지불하는 국민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제약회사 프렌들리 정책 방향을 고수한 것이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제약회사의 부당하고도 엄청난 이익을 보전해 주기 위한 말도 안 되는 제안을 앞장서서 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지혈증약의 거품 453억 원을 3년 동안 나눠서 제거하자, 안 그래도 비싼 특허약은 거품 빼기를 하지 말자는 등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더 나아가 ‘약가 거품 빼기 사업’ 전반에 걸쳐 계획을 수정하고자 한다. 3월 중순에 그 수정계획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2007년 4월에 국민과 약속했던 내용은 무시하고 ‘약가 거품 빼기 사업’을 연기 또는 축소할 것이라는 말이 언론에서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경제 위기’가 그 주요 이유이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제약업계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 비싼 약가를 그대로 유지를 해 줘야 제약회사가 먹고 살 수 있다는 논리로 가고 있다. 정부는 이제까지 부당한 이익을 취하도록 버려둔 것도 모자라, 현 제도의 시행일정 및 내용을 바꿔서까지 제약회사 편에 서려고 하고 있다.

총 1만6000개의 약제 중에서 단 316품목의 거품 제거로 인한 절약되는 돈이 453억 원이다. 2007년 발표된 원안대로 시행되었다면 2008년에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그 돈이 나가는 일이 없었을 것이고, 그 돈만큼 다른 보장 항목이 늘었을 것이다. 한 치료제의 거품 빼기 사업으로 인한 금액이 이 정도이고, 빠른 시행이 얼마나 중요한지 바로 수치로 나타난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좀 더 천천히, 완화해서 시행하자는 얘기를 버젓이 하고 있다.

1만6000여 품목에 끼어있는 거품은 감사원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나온 자료에 의하면 약 9000억~2조 원이라고 한다. 2008년 정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의 한 항목인 ‘치석 제거’를 급여화하는 데 필요한 돈은 약 7000억 원이다. 즉, 약가 거품을 제거한다면 전 국민 중 ‘치석 제거’ 서비스가 필요한 1832만 명의 국민에게 스케일링을 1~3년간 급여에서 보장해 줄 수 있는 것이다.

경제 위기는 제약회사만 겪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불경기의 한파에 제일 먼저 쓰러지는 것은 국민이다. 국민의 경제 위기에 대해서 진정으로 걱정하는 정부라면 ‘약가 거품 빼기 사업’의 빠르고도 확실한 실시를 주장해야 옳다. 당초 원안대로, 계획의 차질없이,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비난을 피하려면 제약회사의 안위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이번 3월에 발표될 수정계획안에는 ‘약가 거품 빼기 사업’의 연기 또는 축소가 아니라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강경연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