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영리병원 허용 여론몰이 본격화
오는 13일, “의료서비스 산업 선진화” 토론회 열려
기사입력 2009-03-09 오후 12:41:19
영리 목적 대형 병원 설립을 위한 여론 몰이가 가속화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교육, 의료 등을 대폭 영리화하는 내용이 담긴 ‘서비스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한 공개 토론회를 오는 10일부터 20일 사이에 총 10회에 걸쳐 개최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돈벌이 원하면 누구나 병원 설립 가능하도록”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오는 13일 열리는 의료 부문 토론회다. 서울 은평구에 있는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날 토론회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정책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의사와 비영리법인에만 주어지는 현행 의료기관 설립 자격 규정을 바꿔 영리를 노린 대형 자본이 자유롭게 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방침이다. 부유층이 해외로 의료쇼핑을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게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
또, 기획재정부는 의료채권 발행 허용 등을 통해 병원이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기획재정부는 병원의 의료비, 병상(病床)수, 수술 성공률 등에 관한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방침도 추진하기로 했다.
“어차피 지금도 대부분 병원은 돈벌이 목적” vs “의료 양극화, 더 심화될 것”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높다. 의료계에서 인술(仁術)보다 돈벌이를 앞세우는 경향이 지금보다 더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어차피 지금도 개인 병원의 90%이상은 영리 목적으로 설립된다”며 부정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영리 목적 병원이 유통시키는 초고가 의료 상품은 환자와 의사 집단 모두에게 양극화를 더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병원들이 앞다투어 영리 목적의 고가 시술에만 힘을 쏟을 경우, 평범한 환자들에게 돌아갈 의료 행위의 질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막대한 자본을 유치할 능력이 없는 소규모 병원의 경우, ‘이류 병원’이라는 낙인이 찍혀 환자 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국회 전문위원실 “의료채권 도입, 신종 리베이트 수단 될 수도”
의료채권 도입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높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은 지난 2월 의료채권법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통해 “이 법안은 보건의료체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신중한 검토를 주문했다. 전문위원실은 이 보고서에서 “의료채권을 증권시장에 상장함에 따라 의료기관의 이윤추구 행위가 심화될 수 있다”며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일부 대형의료기관이 현재보다 더욱 대규모화하게 돼 의료시장이 과점화될 가능성이 있는 등 역기능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전문위원실은 “제약회사 등이 리베이트의 수단으로 해당 의료기관의 의료채권을 매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채권을 매입한 후 의료채권자집회에서 압력을 행사할 우려도 있다는 의견이 제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촛불 수그러드니, 다시 고개 드는 ‘병원 영리화’
영리목적 의료 법인 허용을 위한 시도는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추진돼 왔다. 대형병원 및 의료계 상층부의 요구가 강하게 작용했다. 이런 흐름은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더 가속화됐지만, 지난해 촛불집회에서 ‘의료 민영화 반대’가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면서 잠시 소강 국면을 맞았다. 하지만, 촛불집회가 수그러들면서 의료 민영화 흐름은 다시 가속화 됐다.
이런 반대 여론이 주춤해진 틈을 타, 정부가 올해 3월부터 의료 민영화 추진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오는 13일 토론회는 이런 흐름이 가속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류 언론도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7일 박의준 경제부문 에디터의 칼럼을 통해 영리 목적 병원 설립 허용을 정부에 강력히 주문했다. 이 칼럼은 “이 문제만 나오면 가슴이 답답하다. 이를 거론하기 두렵지만 이젠 정면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의료 및 교육 민영화 문제에 관한 발언을 소개했다.
<중앙일보> “병원 영리화, 대통령이 힘 실어 줘야”
이어 이 칼럼은 “하지만 병원 영리화 같은 민감한 현안을 장관 혼자 힘으로는 풀기 어렵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칼럼은 “이 대통령은 이제 촛불시위 탓에 잃은 ‘실용’을 되찾아 국가 경제를 위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욕을 먹더라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현 정부는 이런 방향과 맞는 정부 아닌가”라는 내용으로 끝난다.
기획재정부 역시 이런 주문에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기획재정부 측은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설립 문제는 올해 하반기께 관련 법률 등과 함께 종합적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