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은 간첩?…검찰, 제작진 약혼자 집까지 수색

은 간첩?…검찰, 제작진 약혼자 집까지 수색
제작진 “권력의 하수인 검찰 요구 응할 생각 없다”

기사입력 2009-03-26 오후 2:23:29

     검찰이 문화방송(MBC) 제작진을 상대로 체포·자택 압수 수색 등 무리한 강제 수사를 강행해 파문을 키우고 있다. 검찰은 25일 저녁 MBC 제작진 6명 전원에 대해 체포영장 및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도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약혼자 집까지 수색?

검찰은 25일 이춘근 PD를 체포·강제 구인한데 이어 26일 오전에는 이춘근 PD, 조능희 PD의 집을 압수 수색했다. 또 25일 밤에는 김보슬 PD를 찾는다는 명목으로 김 PD의 약혼자의 집까지 수색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25일 밤 10시 30분 이춘근 PD와 부인이 함께 탄 차량을 추적해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춘근 PD와 부인은 밤 10시께 여의도 MBC 방송센터에서 나와 서울 마포구 자택으로 향하던 중이었으나, 10시 30분께 마포대교를 건너자마자 검찰 차량이 앞을 가로막고 10여 명의 수사관이 실랑이 끝에 이 PD를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25일 밤 11시 50분에는 김보슬 PD를 찾는다는 명목으로 김 PD의 약혼자인 조준묵 MBC PD의 집을 수색했다. 당시 조 PD의 어머니만 계신 상황에서 수사관 6명이 집을 찾아와 “김보슬 PD가 여기에 숨어 있는 것 아니냐”며 옷장, 베란다까지 집안을 뒤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PD의 어머니가 ‘뭐라도 보여줘야 하는 것아니냐’고 항의하자 ‘종이’를 내보여줬으나 어머니가 영장의 내용을 확인할 기회는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검찰은 26일 오전 1시간 30분 여에 걸쳐 이춘근 자택을 수색해 컴퓨터 하드 디스크 전체를 복사하고 디지털카메라 저장카드, 취재수첩 일체, 테이프 일부 등을 압수했다. 이춘근 PD의 아내 최지영 씨는 압수수색 이후 <미디어오늘> 등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흉악범도 아닌데 그런 식으로까지 해야하는지 속상하다”고 항변했다.


▲ 조능희, 송일준, 김보슬 PD 등 제작진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언론노보

제작진 “권력의 하수인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

이러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 강행에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본부장 이근행)은 강하게 반발했다. 체포 영장이 발부된 제작진은 검찰의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MBC 노조는 26일부터 ‘공정 방송 사수대’를 재가동하기로 했다. 검찰이 제작진 6명에 대한 강제 구인은 물론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에 대한 압수 수색도 강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긴장감도 높다.

의 진행을 맡았던 송일준 PD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1층 로비에서 열린 조합원 긴급 총회에서 “국민이 쥐어준 칼자루를 국민의 자유를 탄압하는데 사용한 권력의 하수인 검찰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며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고 해서 그때마다 보도 내용을 명예 훼손으로 고소하고 언론인을 소환하고 체포하면 언론 자유는 말살되고 민주주의는 일시에 붕괴되고 말 것”이라고 했다. .

송 PD는 전날 밤 이춘근 PD를 체포한 검찰에 대해 “법을 엄정하고 공정하게 집행하고 민주주의를 지켜야할 검찰이 자기 직업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 자존심이 있다면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을 것”이라며 “어제 오늘 벌어지는 일을 보니 90년 이전으로 시계바늘이 돌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1990년 5월 만들어진 이후 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이었으며 작년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방송도 국민의 알권리 수호와 정부 정책 비판이라는 기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당연한 방송이었다”면서 “취재 테이프 제출 요구나 원본 제출 요구 또한 언론의 존립을 무너뜨리는 행위로 결코 응할 수 없다”고 했다.


▲ MBC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언론 탄압 중단하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프레시안

조능희 PD는 “그간 선배들이 희생과 해고를 당하며 이뤄낸 언론 자유가 쌓여진 계단처럼 단단하고 우리는 그 위에 올라와 있는 줄 알았으나 어느 순간 정신 차려보니 다시 맨아래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었다”며 “대한민국에서 언론 자유란 ‘계단’이 아니라 ‘급류’를 거스르는 상황인 것 같다. 잠시라도 노젓기를 멈추면 뒤로 밀려나버린다”고 했다.

그는 이날 오전 검찰이 자신의 자택을 압수 수색한 것을 두고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고 (수사관이) 집에 들어오는 상황이 있었나. 1970년대 그랬던 것 같다”면서 “집에 들어온 수사관이 통화에서 ‘당당하게 검찰에 와서 해명하라’는 어처구니 없는 말을 하더라. 당당하게 버텨 언론자유를 지키겠다”고 했다.

김보슬 PD는 “우리가 순진했다. 상식 선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상식이 무너지며 마구 일어나고 있다”며 “후회나 두려움은 없지만 민주주의 하에서도 이렇게 몰아가는 상황이 한국인으로서 서글푼 뿐”이라고 했다. 김 PD는 “이춘근 선배가 잡혀간 뒤 한번도 전화하지 못했다. 남편도 아닌데 옆에 없으니 허전하다”며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한편 이근행 MBC노조본부장은 “‘PD수첩-광우병’편은 100만 촛불 집회를 이뤄냈다. 을 사수해 다시 한번 100만 촛불을 이뤄내지 못하면 역사에 죄를 지을 것”이라며 “3개월 뒤 있을 미디어악법상정 투쟁을 펼칠 때까지 전 조합원이 집행부가 돼 암흑의 시대를 버텨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