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쇠고기 수입하라” 韓 WTO 제소
연합뉴스 기사전송 2009-04-10 08:57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캐나다가 쇠고기 시장을 개방하라며 우리나라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쇠고기 문제가 다시 우리나라의 통상 현안으로 떠올랐다.
주한 캐나다 대사관은 10일 “캐나다 정부는 캐나다산(産) 쇠고기의 한국 시장 접근 문제에 대해 9일 WTO에 협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대사관 측은 “캐나다산 쇠고기와 소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수많은 과학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를 언제 해제할 것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며 “캐나다 정부는 오랜 무역 현안인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WTO의 분쟁 해결 협의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9일(한국시간) 캐나다는 스톡웰 데이 캐나다 국제통상장관이 발표한 성명에서 “한국의 쇠고기 시장 개방 지연과 관련, 양국이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길 바랐으나 WTO에 협의절차를 요청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달 20일 방한했던 캐나다의 게리 리츠 농림.농식품성 연방장관은 연합뉴스와의 회견에서 “국제수역사무국(OIE)은 캐나다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신속하게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지 않을 경우 WTO 제소도 고려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캐나다 정부가 요청한 ‘협의’ 단계는 WTO 분쟁 해소 절차 중 제1단계다. 양 당사자가 요청이 접수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협의를 시작해 60일간 이견을 조정하게 된다. 다만 당사자들이 다른 날짜에 합의할 경우 이보다 늦춰질 수 있다.
만약 협의 단계에서 합의에 실패할 경우 WTO 회원국들로 일종의 재판부에 해당하는 분쟁 해소 패널(WTO dispute settlement panel)을 구성해 결론을 찾아야한다.
캐나다 대사관은 “캐나다는 분쟁 해소 패널을 거치지 않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의 단계를 충분히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캐나다산 쇠고기는 2003년 5월 21일 광우병 발생으로 수입금지 조치가 취해진 뒤 지금까지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이후 캐나다는 2007년 5월 미국과 함께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 등급을 받은 뒤 쇠고기시장 개방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우리나라와 캐나다는 지난해 11월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개방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쇠고기 검역 기술협의를 실시했다. 그러나 같은 달 캐나다에서 열다섯 번째 광우병이 발생함에 따라 현지 역학조사가 실시됐고 정부는 그 결과를 검토 중이다.
농림수산식품부의 자문기구인 가축방역협의회는 지난달 말 역학조사 결과를 보고 받은 뒤 “캐나다의 광우병 발생 상황 등을 고려해 향후 캐나다와의 기술협의 시 신중히 검토해 대응하라”며 “특히 캐나다가 미국보다 광우병 발생이 많은 만큼 미국과의 조건보다 강한 조건으로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광우병 발생으로 수입이 끊기기 전인 2002년의 경우 캐나다산 쇠고기는 약 1만6천400t, 3천740만 달러어치가 국내에 들어와 미국(64%), 호주(26%), 뉴질랜드(6%)에 이어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점유율 4위를 차지했다.
주한 캐나다 대사관에 따르면 홍콩은 2004년 11월, 일본은 2005년 12월, 대만은 2007년 6월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을 각각 재개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WTO 절차에 따라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며 “일단은 협의 절차를 통해 합의점을 찾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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