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 적을수록 의료비 부담 늘었다
소득계층별 20년간 추이
최하위는 의료비 지출 비중 늘고 최상위는 줄어
‘과부담’도 저소득층 집중…“건보 보장성 높여야”
김소연 기자
» 소득계층별 가계지출 중 의료비 비중 (단위: %)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아무개(56)씨는 진료비와 약값 때문에 걱정이 크다. 지난해 2월까진 조건부 기초생활수급자로 의료비 혜택을 받았으나,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자 근로능력이 인정돼 수급 자격을 잃었다. 아들은 경기불황으로 아직 취업하지 못했고, 뇌경색·고혈압을 앓는 남편은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이 확산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김씨만 가정 도우미나 식당일 등을 하며 월 60만~70만원을 벌고 있다. 하지만 김씨도 지난해 8월부터 방광에 이상이 생겨 병원에 다니고 있다. 그는 “남편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병원에 가는데, 진료비와 약값만 월 15만~20만원이 들어간다”며 “의료비 부담 때문에 생활이 너무나 힘들다”고 한숨을 쉬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의료비 부담이 지난 20년 동안 점점 커져 온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의 의료비 증가 폭이 가장 크고, 의료비가 가계 지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의료비 과부담 가구’도 빈곤층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허순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월간 정책연구지 <보건복지포럼>에 실은 ‘소득계층별 의료비 부담의 추이’ 보고서를 보면, 가계지출 가운데 의료비 부담 비율은 지난 20년 동안 특히 소득이 가장 낮은 계층에서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 계층(전체 가구 가운데 소득이 낮은 10% 가구)의 의료비 부담 비율은 1985년 4.70%에서 1995년 5.36%, 2000년 5.66%, 2005년 6.96% 등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반면, 소득이 가장 높은 10분위는 의료비 비율이 85년 2.44%에서 95년 1.78%, 2000년 1.81%, 2005년 2.17%로 떨어졌다.
의료비 때문에 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의료비 과부담 가구도 1분위 계층에서 2005년 4.96%로 가장 많았고, 2분위에선 1.6%였다. 그러나 3~8분위 가운데선 1% 미만에 그쳤고, 9~10분위 계층에는 한 가구도 없었다.
1분위 계층의 월 의료 지출 비용은 1985년 1만6843원에서 계속 늘어 2005년 6만2446원으로 3.7배나 증가한 데 견줘, 소득이 가장 좋은 10분위 계층은 1985년 4만6578원에서 2005년 11만6891원으로 2.5배 늘었다.
허순임 부연구위원은 “저소득층을 주요 대상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는 정책이 시급하다”며 “본인 부담 상한선을 낮추는 것과 동시에, 비급여 의료 항목들을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범위 안에 들어오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기사등록 : 2009-04-26 오후 08:30:57